미국 머크(MSD)는 새로운 기전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인 ‘윈리베어’(Winrevair 성분명 소타터셉트. Sotatercept-csrk, 45mg 및 60mg 피하주사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2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윈리베어는 성인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운동능력을 높이고, 세계보건기구 기능등급(WHO functional class, WHO FC)을 개선하면서 증상이 임상적으로 악화될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윈리베어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서 FDA의 허가를 취득한 최초의 액티빈(activin) 신호전달 저해제가 됐다.
폐동맥고혈압은 우심방에서 폐로 이어지는 동맥의 혈관벽이 좁아져 폐에서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폐로 보내는 혈액순환이 점점 감소하고 심장근육이 점점 쇠약해져 숨이 차고, 경정맥이 불거지며, 하지혈전색전증이 빈발하고, 하지부종과 원인 모를 만성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운동능력이 제한돼 멀리 걷지를 못하고 금세 흉통을 느끼고 현기증이나 혼미한 의식상태를 보인다.
폐동맥고혈압의 다양한 발병 원인 중 하나는 체내 친-증식성 및 항-증식성 신호전달 사이의 균형이 깨져 증식이 더 과도해지는 것이다. 즉 폐동맥을 포함한 혈관세포의 증식을 조절(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구체적으로 소타터셉트는 친 증식성 인자(융합단백질)인 액티빈을 억제한다. 소타터셉트는 과도한 ActRIIA 리간드(액티빈2A형 수용체에 결합하려는 리간드)와 결합해 이를 격리시킴으로써 ActRIIA-Smad2/3 증식성 신호전달을 감소시켜 성장촉진 신호와 성장억제 신호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역할을 한다. 즉 성장촉진 신호를 억제해 혈관 형성에 제동을 걺으로써 폐동맥고혈압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FDA는 WHO 기능등급 2급 또는 3급인 성인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기저요법제에 더해 윈리베어(163명) 또는 위약(160명)을 병용토록 한 3상 ‘STELLAR’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을 결정했다.
임상 결과 윈리베어 병용군은 24주차에 1차 평가지표인 6분 보행거리(6MWD)가 착수시점에 비해 약 41m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적 관찰기간 중앙값 32.7주 동안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2차 평가지표)을 위약 병용군 대비 84% 감소시켰다(사건 발생 건수 9건 대 42건). 윈리베어는 2차 평가지표 9개 중 8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했다.
STELLAR 임상시험에 참여한 프랑스 파리-사클레대학 폐동맥고혈압 참조센터의 마르크 윔베르(Marc Humbert)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진행성인 데다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병”이라면서 “폐 내부의 혈관들이 두꺼워지고 협소해지면서 심장에 큰 부담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상 결과 윈리베어 병용군은 위약 병용군에 비해 임상적으로 유의한 유익성이 입증됐다”며 “이번 승인은 새로운 폐동맥고혈압 치료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치료 대안을 의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허가사항에 따라 의사는 처음 5회 투여까지는 헤모글로빈과 혈소판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모니터링한 수치가 불안정적으로 나타나면 모니터링 기간과 횟수를 연장해야 한다. 용량 조정 필요성 유무를 결정하기 위해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윈리베어는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적혈구증가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적혈구증가증이 중증으로 나타나면 혈전색전성 증상(thromboembolic event) 또는 과다점성증후군(hyperviscosity syndrome)이 수반될 위험성도 증가하게 된다.
윈리베어는 혈소판 수치를 감소시킬 수 있고, 중증 혈소판감소증(thrombocytopenia)이 나타나면서 출혈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혈소판 수치가 5만/mm³ 미만이면 치료를 개시해선 안 된다.
STELLAR 임상에 참여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브리검 여성병원 폐동맥고혈압센터의 아런 왁스먼(Aaron Waxman) 박사는 “운동능력의 향상과 기능등급의 개선을 포함한 중요한 임상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새로운 폐동맥고혈압 치료대안들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며 “윈리베어와 기저요법제를 병용하는 요법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표준요법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주마다 한 번 투여하는 윈리베어는 오는 4월 말경부터 미국 내 일부 약국들에 공급될 예정이다. 앞서 윈리베어는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MSD는 2021년 9월 30일에 액셀러론파마(Acceleron Pharma)를 115억달러(주당 180달러)에 인수하면서 소타터셉트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획득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엑셀러론파마와 오랫동안 협력해왔고 한 때 인수도 고려했으나 현재는 소타터셉트에 관해 라이선싱 도입 계약을 맺고 있다.
소타터셉트는 새로운 치료 기전을 제공하는 계열 내 최초의 신약으로서,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폐동맥고혈압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시장에 없고 단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는 크게 △산화질소 경로제(리오시구앗, PDE-5억제제 등) △엔도텔린 경로제(옵서미트, 트라클리어 등) △프로스타이사이클린 경로제(벨레트리 등)로 나뉜다. 각각의 분자생리학적 경로로 폐동맥을 확장시켜 폐동맥압을 낮추는 데 목표를 둔다. 현재는 엔도텔린 경로제가 주된 치료제로 쓰이고,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제가 2차적으로 복합요법에 활용되며, 산화질소 경로제는 이들 치료제의 병용보조치료제로 개입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