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만과 연관성이 높은 암으로 위암·간암·담낭암·췌장암·난소암·갑상선암·수막종·다발성골수종·대장 및 직장암·식도암·신장암·폐경 후 유방암·자궁내막암 등 13개 암종을 꼽은 바 있다.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지방 축적 상태가 다만 외형 문제가 아니라 합병증과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3월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암 발생률을 낮추고 암 예방, 조기 진단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됐다. 비만 전문가인 박윤찬 365mc부산병원 대표병원장의 도움말로 비만과 암의 상관관계에 관해 알아봤다.
비만은 대사증후군을 유발해 암 발생과 진행을 촉진한다.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으로 고혈압, 고혈당, 고지질혈증 등의 대사이상을 포함한다. 그는 “대사증후군은 암 발생과 진행을 촉진할 수 있는데, 이는 염증의 증가, 호르몬 수준의 변화,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과 분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하면 몸 전체의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서 인슐린저항성(인슐린이 상당량 분비돼도 그 기능이 떨어져 효과적으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췌장에 무리를 주는 상태)이 상승한다. 이럴 경우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된 나머지 지방세포의 분열 및 증식이 활발해지고, 돌연변이 암세포가 생성될 확률도 높아진다.
비만은 대표적인 여성암인 유방암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체내 인슐린 농도가 높아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생성되는데, 이런 상황이 유방암 발병을 촉진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지방 섭취가 늘면 염증이 생기면서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돼 위암세포가 발생할 수 있다. 과도한 음식 섭취는 포도당의 지방변환을 촉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한다. 지방간은 만성간염으로 이어지고, 10~15%의 확률로 간경변·간암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호르몬 의존성 암의 발병 위험은 남성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박 대표병원장은 “내방지방이 많다면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감소하고 에스트로겐 수준이 상승해 전립선암 등에 노출될 우려가 커져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만한 사람에게 위로가 될 만한 최신 연구도 있다. 같은 암환자라도 비만한 사람이 암 재발률이나 생존기간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상당히 많이 나와 있다. 또 모든 암이 비만과 연관되는 것은 아니며, 상관성이 떨어지는 암도 꽤 있다.
세계비만연맹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2020년에 1년 사이 5% 이상 비만율이 급증했다.
비만인이 체중감량을 하면 고위험군에 속했던 만성질환 검진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내려갈 수 있다. 살을 빼는 것만으로 전신 건강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2017~2021년 5년간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평균 7%씩 늘었으며, 비만의 사회적 비용은 15조6382억원으로 흡연·음주보다 높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만 치료를 위한 치료환경의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