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프리필드펜’(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가 있음을 인정해주는 ‘적응증 확대’(label expansion)를 승인받았다고 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새롭게 바뀐 ‘위고비’의 적응증은 심혈관질환을 가진 성인 과다체중자 또는 비만 환자에서 심인성 사망,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 및 치명적이지 않은 뇌졸중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심혈관계 질환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추가하는 것이다.
FDA는 3상 ‘SELECT’ 심혈관계 관련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이 임상에서 기존 표준요법제에 병행해 위고비를 투여받은 피험자 그룹은 표준요법제+위약 대조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MACE 위험이 유의하게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고비의 이런 효과에 대한 정확한 작용기전은 확립되지 않았다.
SELECT 임상 결과 최대 5년에 걸친 시험기간 동안 연령, 성별, 인종, 민족, 체질량지수(BMI), 신장기능 손상 정도 등과 무관하게 MACE 위험성 감소가 관찰됐다.
적응증 추가가 승인됨에 따라 위고비 라벨에는 위약 대조군과 비교해 심인성 사망 위험성이 15% 감소한 것으로 입증된 데다 총 사망률이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SELECT’ 자료가 삽입돼 업데이트됐다.
노보노디스크의 마르틴 홀스트 랑게(Martin Holst Lange) 개발담당 부사장은 “위고비가 미국에서 체중을 관리하고 심혈관계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첫 번째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해 매우 기쁘다며 “위고비가 심혈관사건 위험성을 감소시켜 예방 가능한 주요 사망원인의 일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비만과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연합(EU)에도 적응증 추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올해 안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SELECT 임상은 당뇨병 전력이 없고 5년여에 걸친 시험 기간에 심혈관계 제 증상을 동반한 과다체중자 또는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표준요법제에 병행해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 주 1회 유지용량)을 투여했을 때 위약 대조군에 비해 MACE 예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법, 병렬, 위약 대조 방식의 시험이다.
이 심혈관질환 관련 임상에는 45세 이상이면서 체질량지수가 27kg/m² 이상인 사람들이 참여했다. 41개국 800여 의료기관에서 총 1만7604명의 피험자가 동원됐다.
1차 평가지표는 MACE 위험 감소, 핵심 2차 평가지표는 사망률, 심부전 발생, 심혈관계 위험요인(혈당, 체중, 신장 기능 등) 등이었다.
2018년 시작된 SELECT 임상에서 확보된 결과는 지난해 11월 11~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도 게재됐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1999~2020년 사이에 미국에서 비만 관련 심혈관질환 사망자가 3배나 증가했습니다. 미국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비만이며, 이는 심장병과 뇌졸중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있다.
위고비는 설치류 동물실험에서 갑상선암을 일으켰다. 비록 사람에서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갑상선수질암(MTC)을 환자나 가족이 앓고 있거나, 다발성 내분비 종양증후군 2형(MEN 2)이라는 내분비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투여 금기다.
이밖에 췌장염, 담석 등 담낭질환, 당뇨병 약물치료 환자의 저혈당, 신부전 환자(설사 구역 구토로 인한 탈수), 알레르기반응, 2형 당뇨병 환자의 시력변화, 심박수 증가, 우울증이나 자살사고(思考)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FDA는 위고비가 수개월에 걸친 임상시험 평가와 FDA 부작용 보고 시스템 (FAERS)에서 약물과 자살충동 또는 자살행동 사이의 명확한 관련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올해 1월 11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