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결과 십이지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내시경이 위나 식도를 확인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십이지장이라는 생소한 장기의 이름과 여기에 염증이 생겼다는 말에 큰 병은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위내시경 검사는 입으로 내시경 기구를 삽입해 식도부터 점차 아래로 들어가 위, 십이지장까지 내부 상태를 직접 관찰하면서 염증이나 종양 등을 진단한다.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체내에 조영제를 투입하여 실시하는 방사선 검사(위조영술)는 간접적으로 병변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내시경 검사는 병변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병변 확인과 동시에 조직검사를 즉시 실시할 수 있어 진단 및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십이지장은 길이가 손가락 12개를 옆으로 붙인 정도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으나 실제는 그보다 더 길다. 소장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십이지장은 C자 형태의 소화기관으로 췌장과 담낭에서 분비한 효소를 통해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위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구강과 식도를 통해 내려오면 저장하고 위액으로 일부 소화하고 소장으로 내려보낸다. 위에서 소화를 돕는 위액에는 단백질 소화와 살균에 관여하는 산성 물질인 위산이 포함돼 있다. 위산은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탓에 과다 분비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이나 진통소염제 부작용, 흡연, 음주, 과식 등이 원인이 돼 십이지장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십이지장염이라고 한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나 일부 복부 팽만감, 속 쓰림, 구역, 신트림, 소화불량, 상복부 통증 등 소화기 질환의 증상으로 위염과 비슷하다. 대체로 위염은 식후 30분경에, 십이지장염은 식후 1~2시간 경에 증상이 나타나는 게 차이가 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십이지장염은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관찰하고 진단한다. 필요한 경우 헬리코박터균 조직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증상에 따라 위산분비 억제제, 제산제 등 약물 요법을 시행하며 식습관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약물치료와 함께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참고로 소장은 길이가 6~7m로 위나 대장보다 길고 굴곡이 심해서 위장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이 아닌 특수하게 고안된 내시경 또는 캡슐로봇으로만 관찰할 수 있다.
김주훈 대동병원 소화기 내시경센터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십이지장염의 경우 관리를 잘 하면 4∼6주 정도면 염증을 치유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이나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방치할 경우 궤양으로 이어지거나 출혈, 천공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위액 분비를 자극하는 커피, 술, 담배를 자제하고, 지나치게 뜨겁거나 찬 음식, 신맛이 강한 음식, 딱딱한 음식, 강한 향신료 등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양질의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등을 섭취하는 게 위 점막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