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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반스, 흑색종 최초 T세포 치료제 ‘암탁비’(리필류셀) FDA 승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2-19 11:43:38
  • 수정 2024-02-25 21: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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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종양 유래 T세포 면역치료제 … TIL 최초, 개념 등장 40년만에 성과, 13년 연구개발 결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샌카를로스에 소재한 암 환자 개인맞춤형 종양침윤림프구(tumor infiltrating lymphocytes, TIL) 치료제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 아이오반스바이오테라퓨틱스(Iovance Biotherapeutics)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성인 흑색종 치료제인 ‘암탁비’(Amtagvi 성분명 리필류셀 lifileucel)를 16일(현지시각) 승인받았다.  


이로써 암탁비는 흑색종은 물론 고형암을 통틀어 세계 최초의 T세포 치료제가 됐다. 이 신약은 이전에 PD-1 저해제로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고, 절제수술을 할 수 없거나, 종양이 체내의 다른 부위들로 전이된 흑색종 환자들을 치료하는 적응증을 획득했다. 또 BRAF V600 변이가 있는 경우 BRAF 억제제를 먼저 사용한 경우가 암탁비를 쓸 수 있는 적응증의 조건이다.


흑색종은 전체 피부암의 1% 안팎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체내의 다른 부위들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에 치료해야 한다. 


그동안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은 PD-1 저해제를 포함한 면역치료제들이 사용돼왔다. BRAF 유전자변이가 있는 경우 이를 표적하는 BRAF 억제제에 PD-1 저해제를 추가로 병용했다. 


암탁비는 환자 자신의 T세포에서 분리한 자가종양 유래 T세포 면역세포치료제의 일종이다. 면역세포치료제는 체내의 면역세포를 채집하여 강화시키거나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켜 다시 넣어주는 세포치료를 통튼다. 이를 입양세포치료(adoptive cell transfer, ACT)라고도 한다. 암세포에 대한 세포성 면역을 강화시키는 ACT로는 종양침윤림프구(TIL),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TCR), 키메릭항원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 세포치료제 등이 있다.


TIL은 환자의 절제한 종양조직으로부터 분리해서 T세포 증식을 거친 다음 다시 환자에게 한차례 주입된다. 이렇게 되면 면역체계는 암세포 표면의 독특한 마커를 인식하고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TIL 세포를 자연적으로 생성한다. 다만 암탁비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면역세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힘을 잃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추가로 TIL을 추출 및 증식에 신체에 다시 공급해야 한다. 암탁비는 환자 자신의 종양에서 추출한 TIL 세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절제 불가능한 종양이 있는 환자는 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ACT 치료법 가운데 CAR-T 치료법은 일부 혈액암에만 대처할 수 있었다. 고형종양에는 CAR-T 세포가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적절한 세포 표면 바이오마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TIL 치료법은 TIL 세포가 암 바이오마커를 식별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암탁비는 단일군을 대상으로 1건의 글로벌, 다의료기관, 멀티코호트 방식의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가속승인을 얻었다. 현재 정식승인을 얻기 위한 1건의 확증시험이 진행 중이다. 


암탁비는 PD-1 억제제, BRAF V600 변이 양성의 경우 BRAF 저해제 단독요법 또는 BRAF 저해제+MEK 저해제 병용요법으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31.5%의 객관적반응률을 보였다. 4.1%(3명)의 완전반응과 27.4%(20명)의 부분반응을 나타냈다.


치료반응을 나타낸 환자들은 각각 6개월차, 9개월차, 12개월차에 각각 56.5%, 47.8%, 43.5%가 종양이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으면서 치료반응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승인심사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153명을 대상으로 한 통합 유효성 분석 결과 객관적반응률은 31.4%로 유사했다. 또 치료반응자의 56.3%가 1년 동안 지속적인 치료반응을 유지했다. 현재 라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통합 분석의 최근 업데이트에 따르면 환자의 평균 수명은 13.9개월에 불과했으나 환자의 거의 절반은 4년 동안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탁비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은 혈구 수치가 장기간 매우 낮게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증 감염증, 심폐장애, 신장기능 저하, 치명적인 치료 관련 합병증 등이 수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험성들은 돌출주의문(boxed Warning)에 삽입될 예정이다.  


이 약의 FDA 승인 라벨에는 중환자실에서 암탁비 투여 전후에 환자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부작용 증상들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암탁비 투여 시 가장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들로는 오한, 고열, 피로, 심계항진, 설사, 열성(熱性) 호중구감소증, 부종, 발진, 저혈압, 탈모, 감염증, 저산소증, 숨참 등이 보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반스의 임시 CEO인 프레드릭 포크트(Frederick Vogt) 박사는 “암탁비의 박스형 경고가 기존 CAR-T 치료제에 비하면 완화된 것”이라며 “위험평가 및 완화전략(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으로 알려진 FDA 의무 안전 프로그램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암탁비에는 CAR-T 세포 치료제에 명시된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인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이나 ‘혈구탐식성림프조직구증’에 대한 경고 문구도 표시되지 않았다. 그는 박스형 경고문구 삽입은 이미 예상된 것으로, 의사들은 이미 약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오반스는 암탁비 출시와 동시에 환자를 치료할 준비가 된 30개의 지정센터를 확보했으며. 향후 100일 안에 50개 이상의 센터를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반스는 암탁비의 가격을 환자 당 51만5000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혈액암 환자에게 약 50만달러 이하로 공급되는 기존 CAR-T 세포치료제의 정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아이오반스는 PD-1 억제제 이후 흑색종에서 승인된 첫 번째 약물이라는 암탁비의 가치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암탁비 제조에는 종양이 제조시설에 도달한 후 최종 제품 출시까지 평균 34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배송 시간까지 계산하면 치료 준비 기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일부 환자에게는 긴 대기 시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약의 통합 유효성 분석에는 당초 189명의 환자가 포함됐으나, 33명은 제품 제조 실패(8명), 질병 진행 또는 사망(11명) 등의 이유로 약을 투여받지 못한 게 이를 말해준다.


게다가 환자들은 암탁비 투여 전후에 사전 준비, 부작용 대처 등을 위해 장기간 입원해야 한다. 특히 부작용 모니터링을 위해 몇 주 동안 치료센터 반경 2시간 이내에 머물러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은 환자에게 추가 비용과 신체적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암탁비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번에 FDA 승인을 받았다. 암을 고치기 위한 TIL 개념은 40여년 전에 도입됐다. 1980년대 중반 스티븐 로젠버그(Steven Rosenberg)는 쥐 종양에서 분리한 TIL로 암을 없앨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고 1988년 흑색종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TIL의 가능성을 테스트한 결과를 발표했다. 


아이오반스는 2011년부터 흑색종에서 TIL을 테스트하기 위해 로젠버그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교수와 공동 연구해왔다. 당초 아이오반스는 2020년 리필류셀의 2상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길 희망했지만 FDA가 각 치료 용량의 효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분석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아이오반스는 분석 장애물을 해결하고 2023년 5월 우선심사에 따라 FDA에 신약승인신청을 냈다. 그러나 FDA는 심사인력 부족을 이유로 심사를 연장했다가 이번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FDA는 앞서 암탁비를 ‘희귀의약품’, ‘재생의학첨단치료제’, ‘패스트트랙’, ‘우선심사’ 대상 등으로 지정한 바 있다.


아이오반스는 암탁비 외에도 ‘LN-145’로 코드명을 붙인 또 다른 TIL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는 PD-1 억제제 투여 후 진행 또는 재발한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2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오반스는 작년에 중추적인 ‘IOV-LUN-202’ 임상시험을 통해 승인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의 피터 마크스(Peter Marks) 소장은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은 치명적이고 공격적인 유형의 암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에 암탁비가 허가를 취득한 것은 치료대안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새로운 T세포 면역치료제들을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울여진 과학적‧임상적 연구노력이 정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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