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간암 환자를 치료했다. 김 교수는 최근 간암 2기 환자 A씨(76)에게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을 이용해 간암 시술을 했고, 현재 퇴원 후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비가역적 전기천공법(irReversible Electroporation, IRE)은 암 주변 피부에 2mm 정도 틈을 만들어 직접 침을 꽂은 후 고압 전기를 쏴 암세포를 사멸하는 치료법이다. 가정용 콘센트 전압(220볼트)의 10배 이상인 최대 3000볼트 전기를 사용한다.
IRE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미국에서 개발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임상 연구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이 2016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세브란스병원은 췌장암에 처음 IRE 치료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40여 명이 수술대에 올랐다.
이 치료법은 고압의 전기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고강도의 전기를 쏘면, 세포막에 아주 미세한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생긴다. 이 구멍으로 인해 암세포는 세포 안팎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죽는다. 이때 생기는 구멍의 크기는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 치료 후에는 암세포가 사멸되는 반면 체내 면역세포 활동도 촉진된다.
이번에 IRE를 받은 A씨는 장과 간 사이의 혈관인 간문맥 등 주변 장기와 암 조직이 닿아 있었다. 이 때문에 김만득 교수와 환자의 주치의인 김도영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주파나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기존 간암 국소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 치료법이 높은 열을 일으켜 주변 장기에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두 교수는 A씨 치료에 IRE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IRE가 시술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만들어내지 않고 암세포 자체만 타격해 암 주변 혈관과 조직이 안전할 수 있어서다.
IRE는 그동안 췌장암, 전립선암 등에 사용됐지만, 간암 환자에게 사용한 것은 김만득 교수가 국내 최초다. 김만득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이 2016년 IRE를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40여 명이 치료를 받았고, 이번에 간암 환자에 국내 최초로 시행한 만큼 앞으로도 대상 암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도영 교수는 “암 병변이 간문맥과 닿아 있어 기존의 열을 이용한 치료법이 아닌 치료 부위만 타깃할 수 있는 IRE를 시행했다”며 “무사히 퇴원한 환자는 앞으로 외래진료를 통해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