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지 고려대 의대 융합의학교실 교수팀(공동 제1저자 홍성호 연구원(고려대 의대 박사), 조성익 연구원(연세대 의대 박사), 임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 이성현 성균관대 의학과 및 메타바이오헬스학과 교수,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겸 ㈜엣진 CTO)이 세계 최초로 미토콘드리아 DNA의 특정 서열에서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으로 변형한 생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세포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 공급원, 미토콘드리아는 내부에 에너지대사에 필수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가진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지고 있다. 이 DNA의 결함은 미토콘드리아의 고장으로 이어지게 되며, 뇌, 신경, 근육에서 다양한 병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부모 중 모계유전으로만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상 엄마의 미토콘드리아 결함이 자녀에게 유전되어 미토콘드리아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CRISPR-Cas9) 기술이 DNA 교정기술로 활용되지만,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하는 데 사용하는 가이드 RNA가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수송되지 못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에 현재까지 개발된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기술로는 DNA 염기 서열 4종류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중 시토신(C) 염기를 티민(T)으로 교정 가능한 염기교정효소(DddA-derived cytosine base editor, DdCBE)와 아데닌(A) 염기를 구아닌(G)로 교정 가능한 염기교정기술(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linked Deaminase, TALED)가 있다.
이 중 DdCBE를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C-to-T 유전자 교정을 일으킨 생쥐를 제작한 연구 사례는 있지만, TALED를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A-to-G 유전자 교정을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존에 개발된 TALED가 세포 내에서 의도하지 않은 무작위적 DNA 및 RNA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로 인해 TALED가 생쥐의 수정란에 주입될 경우 배아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함을 발견했다.
이에 TALED 구성 단백질 중 DNA 변형을 매개하는 단백질이 더욱 정밀한 활성을 나타낼 수 있게 개량한 TALED(V28R-TALED)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TALED의 부작용인 세포 내 무작위적 DNA 및 RNA 변형이 크게 감소된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개량된 TALED를 생쥐의 수정란에 미세주입해 미토콘드리아 질환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의 돌연변이를 보유, 병증을 나타내는 질환모델 제작에 성공했다.
공동 제 1저자인 조성익 박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는 한국의 연구자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 진화시켰다”며 “기술 발전 및 부작용 줄이기 연구에 매진해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극복에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공동 제 1저자 홍성호 박사는 “미토콘드리아질환 해결을 위한 유전자 교정 연구에 참여해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연구 성과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고, 성취를 이뤄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이현지 교수는 “기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기술의 의도치 않은 무작위적 DNA 및 RNA 변형을 규명하고 이를 개선해 동물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기술이 치료제로 개발되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연구”라며 “지금까지 적절한 치료법이 없었던 미토콘드리아질환에서 치료의 길이 열리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셀’(Cell, IF=66.85)에 ‘Engineering TALE-linked deaminases to facilitate precision adenine base editing in mitochondrial DNA’라는 제목으로 2024년 1월 4일(현지시간)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