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암젠의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인 ‘루마크라스정’(Lumakras, 성분명 소토라십, sotorasib)의 정식승인을 내리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지금의 가속승인 상태를 철회하지 않았으며, 정식승인을 받으려면 2028년 2월 이전까지 추가로 확증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암젠은 루마크라스의 정식승인 신청 건에 대해 FDA로부터 거절을 통보받았다고 2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루마크라스는 KRAS G12C 유전자 변이가 있는 성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2021년 5월 28일 FDA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았다.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사상 최초로 승인됐다.
정식승인 신청서는 ‘CodeBreaK 200’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제출됐다. 이 임상은 과거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성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지난 10월 5일 회의를 열어 루마크라스의 시판후요구사항(postmarketing requirement, PMR)에 따라 시행한 이 임상시험 결과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표결 결과 10대로 2로 자료 자체를 불신임한다는 결론을 냈다.
임상 통계 산출에 있어 이른바 총제적인 편향성(systemic bias)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루마크라스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5.6개월, 도세탁셀 4.5개월이었고(HR=0.66),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각각 10.6개월 11.3개월(HR=1.01)로 나타났다.
FDA는 브리핑 문서에서 자료의 편향성을 일일이 지적했다. 우선 PFS 혜택을 측정하는 중앙값 기간인 약 5주가 표준 영상촬영 간격인 6주보다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구간중도절단(interval censoring)을 고려했을 때 PFS 중앙값을 신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FDA는 또 환자 성향을 볼 때 도세탁셀군 가운데 23명은 무작위 배정 후 치료를 받지 않은 반면, 소토라십군에서는 2명이 무작위 배정 후 치료를 받지 않았다며 도세탁셀군의 이러한 비대칭적인 조기 중단은 CodeBreaK 200의 구조적 편향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징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즉 피험자들이 무슨 약을 받았는지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FDA는 연구 수행과 관련된 추가 문제로 영상 차터(charter)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 포함됐다. 연구자 평가와 BICR 평가 간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BICR에서 여러 차례 영상 평가를 실시한 것은 이는 임상시험계획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데이터 품질 및 무결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연구 수행상의 문제, 높은 검열률, 동의를 철회한 환자의 추적 관찰 손실, 무작위 배정 신뢰도 손상 등으로 인해 CodeBreaK 200 결과를 바탕으로 소토라십과 도세탁셀의 효과의 크기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FDA는 26일 루마크라스가 가속승인을 취득할 당시 제기되었던 용량비교 시판 후 요건은 충족됐다고 결론지었다. 루마크라스 960mg 1일 1회 경구 복용 요법과 이보다 낮은 용량의 1일 1회 경구복용 요법을 비교 평가한 결과 현행대로 960mg 1일 1회 경구복용 요법이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루마크라스는 FDA 승인 이후 임상개발 프로그램, 조기 접근권(early access) 프로그램, 상용화 사용(처방후 사용) 등을 통해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1만5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KRAS G12C 유전자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수반되는 KRAS 유전자 변이 가운데 가장 빈도 높게(약 13%)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마크라스가 이번에 불신의 도마 위에 오름에 따라 같은 계열의 경쟁약인 미라티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 나스닥 MRTX)의 ‘크라자티’(KRAZATI, 성분명 아다그라십 adagrasib, 코드명 MRTX849)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크라자티는 2022년 12월 12일 FDA 승인을 받았으며 유럽연합에서는 재심사 끝에 지난 11월 10일 승인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