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가장 공부 잘하는 서울대 의대생들이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완벽주의 성향이 덜하고 시험에 덜 불안해했으며 예민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제학술지 ‘BMC Psychology’에 지난달 23일 게재한 ‘Perfectionism, test anxiety, and neuroticism determines high academic performance: a cross-sectional study’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학업성취도와 관련한 심리적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집단으로 서울대 의대생 102명을 선정하고 비교군으로 서울 소재 대학생 120명을 모집했다. 학업성취도는 수능 성적과 현재 학점으로 평가했다. 심리요인으로는 스트레스 대처 방식, 성격 특성, 시험불안(test anxiety), 회복탄력성(resilience), 완벽주의(perfectionism), 학업적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의대생들은 비교군보다 시험불안과 신경증적 성향(neuroticism: 예민함·노이로제)이 낮았고 사회부과적 완벽주의 성향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등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엄격한 평가와 완벽함을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의대생들은 외부 기대에 크게 개의치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의대생들의 자기효능감은 더 높았다.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학업성취의 동기에 있어 외부의 기대보다는 내면의 자신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심리요인 중 학업성취도와 직접 연관이 있는 요소로는 시험불안, 완벽주의, 신경증이 꼽혔다. 오 교수는 “예민한 성격(신경증)은 성격 특성이므로 변화시키기가 어렵지만 시험불안이나 완벽주의는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한다면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시험불안이나 완벽주의는 아예 없애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학업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결국 학업소진(academic burnout)이 오게 되고 학업성취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높은 학업성취를 위해서는 학생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뿐 아니라 마음관리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러한 근거가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디지털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 연구와 영재학생들의 스트레스 검사도구 표준화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