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뇌경색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는 총 52만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7.6% 증가한 수치다. 뇌경색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도 최근 5년간 30.4% 증가해 지난해 진료비는 1조929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1일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2022년 뇌경색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발표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갑자기 폐쇄됨으로써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 이런 상태가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뇌조직의 괴사(조직이나 세포의 일부가 죽는 것)가 시작되며 일부 뇌조직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질환이다.
지난해 뇌경색 진료 인원은 52만1011명으로 2018년(48만4411명)과 비교해 7.6%(3만6600명)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8%로 나타났다.
진료 인원 추이를 보면 2018년 48만4411명, 2019년 50만617명, 2020년 49만4630명, 2021년 50만8399명, 2022년 52만1011명이었다.
남성은 2022년 30만157명으로 2018년 26만7735명에서 12.1%(3만2422명), 여성은 2022년 22만854명으로 2018년 21만6676명 대비 1.9%(4178명)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진료인원 가운데 70대(15만6729명)가 30.1%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80세 이상이 29.4%(15만3358명), 60대가 25.1%(13만751명)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7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0.1%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29.6%, 80세 이상이 21.4%를 차지했다. 여성의 경우는 80세 이상이 40.3%, 70대가 30.1%, 60대가 19.0% 순으로 나타났다.
서권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 질환이며, 특히 뇌경색의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장질환의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70대 이상에서 뇌경색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10만 명당 뇌경색 환자의 진료 인원은 지난해 1013명으로, 2018년(948명)보다 6.9%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 인원 가운데 80세 이상(7469명)이 가장 많았다. 70대(4342명), 60대(1804명), 50대(671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뇌경색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1조9299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4501억원)과 비교해 30.4% 늘어난 수치다. 연평균 증가율은 6.9%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80세 이상이 38.0%(7328억원)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8.7%(5533억원), 60대가 20.4%(3946억원)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은 70대가 29.5%(3020억원)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80세 이상이 51.8%(4702억 원)로 가장 많았다.
2018년 305만4000원이었던 1인당 진료비는 21.3% 증가해 지난해에는 370만4000원이었다. 연령별로는 80세 이상이 477만8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 발생 연령대 낮아져 … 젊은 여성 늘어, 질병부담도 커, 신속한 조기대응 주문
한국인의 ‘젊은 뇌졸중’ 발병 연령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치료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예후는 수년간 그대로이거나 악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제1저자 김종욱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linical Research Collaboration for Stroke in Korea, CRCS-K)를 통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전국의 17개 병원에서 모집한 18~50세의 국내 뇌졸중 환자 7050명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18~50세에 발병하는 ‘젊은 뇌졸중’은 전체 뇌졸중 환자 중 약 10~15%를 차지한다. 젊은 환자들은 뇌졸중에 따른 후유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기대여명이 짧은 고령에 비해 질병부담도 1.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젊은 뇌졸중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실시, 젊은 뇌졸중의 평균 발병 연령이 지난 12년 동안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여성 뇌졸중 환자에서 18~30세 비중이 6.5%(2008~2010년)에서 10.2%(2018~2019년)로 대폭 증가하며 남성이 같은 기간 4.1%에서 5.5%로 증가한 것과 대비됐다.
하지만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치료 성적은 큰 변화가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혈전용해제 투여율 △혈전제거술 시행률 △스타틴 투여율 △복합항혈전제 사용률 등 최신 진료지침에서 요구하는 치료 지표는 좋아졌지만, 사망률이나 기능적 회복률과 같은 치료 결과 지표들은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1년 내 재발률은 2011~2013년 4.1% 수준에서 2017~2019년 5.5%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예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혈관재개통치료 지표 개선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점, 증상 발견 후 병원 도착까지 시간은 여전히 8.0시간(2008년 8.4년)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는데 12년 동안 병원 이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단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뇌졸중을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등 원인질환에 대한 인지율과 치료율이 그대로이거나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젊은 여성에서 흡연율 증가 등도 지목됐다.
배희준 교수는 “젊은 연령에서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원인 질환을 앓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관리해야 하며, 빠르게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민들도 개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인성 색전증 등 일부 뇌졸중에서는 항응고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관련 연구와 치료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뇌졸중학회지 ‘Stroke’(IF=10.17)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