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레이크빌리지(Westlake Village)의 자가면역성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아르쿠티스바이오테라퓨틱스(Arcutis Biotherapeutics, 나스닥 ARQT)는 판상형 건선 치료제 ‘조라이브 크림 0.3%’(Zoryve 성분명 로플루밀라스트 Roflumilast, 개발코드명 ARQ-151)이 9세 이상의 지루성 피부염(seborrheic dermatitis)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작용기전의 지루성 피부염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취득하기는 2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주로 처방되는 지루성피부염 치료제는 △항진균제인 케토코나졸(Ketoconazole), 시클로피록스(Ciclopirox), 클로트리마졸(clotrimazole) △스테로이드 항염제인 데소나이드(desonide), 하이드로코티손(hydrocortisone), 플루오로시놀론(fluocinolone0, 클로베타솔(clobetasol) △리튬(lithium succinate/gluconate) △칼시뉴린 억제제(calcineurin inhibitor)인 피메크로리무스(pimecrolimus), 타크로리무스(tacrolimus)가 있다.
이 중 케토코나졸 정도만이 지루성피부염으로 승인돼 있을 뿐 나머지는 오프라벨이거나 두루뭉술하게 피부 염증 치료제로 간주돼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칼시뉴린 제제의 경우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만 공식 적응증이고 지루성피부염은 오프라벨로 처방된다.
FDA는 임상시험자 종합평가(investigator global assessment IGA)를 통해 유효성을 평가한 3상 ‘Stratum’ 연구에서 8주차에 도출된 긍정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라이브의 새 지루성피부염 적응증을 승인했다.
IGA는 피부 상태의 심각도에 5가지 등급으로 평가한다. 깨끗함(0), 거의 깨끗함(1), 경증(2), 보통(3), 심함(4) 등이다. IGA는 이 점수가 0점 또는 1점이거나 기준선(치료 시작시점)보다 2단계 이상 개선됐을 때 치료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조라이브의 IGA 달성 비율은 79.5%로 위약 투여군의 58%와 대조를 보였다. 이 임상시험에서는 로플루밀라스트 거품(roflumilast foam) 제형은 8주차에 가려움증 감소 또는 피부 발적 감소를 포함한 다양한 2차 평가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즉 가려움증 수치평가 점수가 4점 이상 감소한 비율은 조라이브 투여군이 62.8%, 위약 투여군이 40.6%였다.
지루성 피부염은 붉은 색 반점과 염증, 잘 벗겨지는 비늘 등을 보이고 지속적 가려움증을 수반한다. 두피, 얼굴, 가슴 위쪽, 등처럼 기름을 생성하는 샘이 있는 신체 부위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미국에서만 환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의외로 가볍게 취급되는 질환이다.
조라이브는 하루 1회 도포하는 PDE4(phosphodiesterase-4) 억제제로, 친염증 매개체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항염증 매개체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세포내 효소인 포스포디에스테라제-4(PDE4)를 표적으로 삼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비(非)스테로이드 국소도포제인 점에서 신체 어느 부위에나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기간에 제한이 없는 이점이 있다.
조라이브는 지난해 7월 29일 크림 제형이 피부가 접히는 간찰성(間擦性) 부위를 포함한 12세 이상의 청소년 및 성인 판상형 건선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10월 6일에는 판상형 건선 사용 연령이 6~11세로 확대됐다.
프랭크 와타나베(Frank Watanabe) 아르쿠티스 CEO는 “조라이브의 판상 건선에 이은 지루성 피부염 적응증 승인은 매우 큰 상업적 기회을 열어 줄 것”이라며 “환자의 입장에서 수십 년 동안 이 질병에 대한 신약은 없었으며 기존 치료법은 충족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지루성 피부염은 ”피부과에서 가장 홀대받는 질환”로 여겨진다”며 “매우 널리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사회적 부담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 관점에서 이전에 승인된 지루성 피부염 약물들은 ‘보통의 효과’ ‘안전성 문제(부작용)’ ‘편의성 문제(불편함)’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쿠티스는 지루성 피부염 승인이 나오기도 전에 의사를 대상으로 조라이브 폼 제형에 대한 사용법 교육에 들어갔다. 지난 9월 ‘Clearing Up Seb Derm’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질환 환자 진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일환이다. 아르쿠티스에 따르면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후 병의원을 찾기까지 평균 3.6년이 걸리고 있다. 조라이브 크림(건선치료제)과 마찬가지로 폼(지루성피부염) 제형을 숙지하게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르쿠티스는 조라이브 크림의 도매 출시 가격을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다. 지난 8월 'Cream That Can'이란 광고도 내보냈다. 조라이프 폼 제품도 크림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쿠티스는 조라이브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월 인사이트(Incyte), UCB제약, 애브비 등을 거친 토드 에드워즈(L. Todd Edwards)를 새로운 최고영업책임자(CCO)로 영입했다. 인사이트는 또 에드워즈를 보좌할 모 제약회사의 임시 CCO로 근무했던 아이샤 지터(Ayisha Jeter)를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채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