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백신 개발사 아이코사백스(Icosavax, 나스닥 ICVX)를 11억달러에 인수한다고 1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주당 매수 가격은 15달러로 전일 종가 대비 43%의 프리미엄이 얹힌 금액이다. 최근 60일 주식시장 거래가 가중평균가인 8.68달러와 비교하면 73%의 프리미엄이 붙은 조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계약에서 특정 마일스톤 달성 시 주당 최대 5달러를 추가 지급한다는 거래 불가(non-tradable) 조건부 가격청구권(CVR)을 지급키로 했다. 계약 절차는 내년 1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아이코사백스는 혁신적인 단백질 바이러스유사입자(virus-like particle, VLP) 플랫폼을 사용해 차별화되고 잠재력이 높은 백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임상 단계 바이오제약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인수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및 인간메타뉴모바이러스(human metapneumovirus hMPV)를 표적으로 하는 VLP 계열 최초의 3상 단계 백신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IVX-A12는 60세 이상 성인과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호흡기질환 같은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에서 중증 호흡기감염 및 입원의 두 가지 주요 원인인 RSV 및 hMPV를 커버한다는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인간메타뉴모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또는 예방요법은 없으며, RSV에 대한 혼합 백신도 없는 상황이다.
IVX-A12는 RSV과 hMPV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백신후보물질 중 가장 개발이 진전돼 있으며 현재 승인된 RSV 백신 대비 차별화된 프로파일을 갖고 있다.
2상 데이터에 따르면 IVX-A12는 백신 접종 후 1개월 뒤 RSV와 hMPV에 대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고, 1상에서 관찰된 면역원성 데이터가 재확인됐다.
VLP 백신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가 신체 면역체계에서 보이는 방식을 모방하기 때문에 비(非) VLP 백신 대비 더 강력한 면역반응, 보다 넓은 예방 범위, 더 적은 부스터샷, 기존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 대비 낮은 부작용 발생률 등 잠재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아이코사백스는 계약에 따라 독자적인 기술과 단백질 설계 분야 리더십, VLP 관련 학술·개발 전문성 및 역량을 아스트라제네카에게 전수하게 된다. 이로써 아스트라제네카는 IVX-A12뿐만 아니라 고부담 호흡기감염에 대한 차별화된 VLP 백신 개발에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면역치료제 총괄 부사장 이스크라 레익(Iskra Reic)은 “VLP 백신 기술은 RSV과 hMPV를 비롯한 중증 감염병 예방에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며 “3상 준비 단계의 IVX-A12 자산을 우리의 파이프라인에 추가하면서 차별화된 첨단백신과 호흡기바이러스 혼합 백신의 추가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분야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는 우리의 전략과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가장 취약한 환자를 보호하겠다는 포부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아이코사백스의 애덤 심슨(Adam Simpson) 최고경영자는 “이번 인수 발표에 기쁘다”며 “RSV와 hMPV에 걸릴 위험이 있는 고령자를 위한 잠재적인 계열 내 최초의 혼합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고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IVX-A12 개발 진전에 우리의 기술, 전문성과 아스트라제네카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RSV 분야 경험, 자원, 후기단계 개발 역량이 결합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SV는 미국에서 매년 60대 이상 노인 약 17만7000명 입원과 약 2만9000명 사망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알려져 있다. hMPV의 관련 수치는 진단 및 평가된 게 드물기 때문에 측정하기 어렵지만, 매년 미국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RSV는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지만 아주 어린 사람, 노인,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입원 등 더 심각한 질병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올해 초 발표된 한 메타 분석에서는 호흡기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의 사망률이 10%로 추정했는데, RSV와 인플루엔자가 거의 대등한 원인질환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2년 11월 유럽연합, 올해 7월 미국에서 승인된 신생아 및 유아의 RSV 예방항체 ‘베이포터스주’(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 nirsevimab)를 사노피와 공동 개발했다. 그 전신으로는 ‘시나지스주’(Synagis 성분명 팔리비주맙 Palivizumab)가 있는데 국내서는 아스트라제제카, 외국에서는 현재 스웨덴 소비(Sobi)가 판매 중이다. 베이포터스는 현재 산모의 태아 예방용(모성예방접종) RSV 백신인 아브리스보와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