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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최초의 유전자편집 치료제 ‘카스게비’ 승인 … 11월 영국에 이어 두 번째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12-10 22:35:38
  • 수정 2023-12-12 2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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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회 투여로 겸상적혈구병 치료 … 내년 3월엔 베타지중해빈혈 심사 결과도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버텍스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 Incorporated. 나스닥 VRTX)와 스위스 추크(ZUG)의 생명공학기업 CRISPR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나스닥 CRSP)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가위 ‘CRISPR/Cas9’이 적용된 유전자편집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 일명 엑사셀, exagamglogene autotemcel, exa-cel)이 8일(G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FDA 사상 최초이며, 지난달 16일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가 세계 처음으로 조건부 허가를 취득한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카스게비는 재발성 혈관폐쇄 위기(vaso-occlusive crises, VOCs)를 겪고 있고 12세 이상의 겸상(鎌狀)적혈구질환(sickle cell disease, SCD)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영국에서는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TDT)을 앓는 12세 이상 환자의 치료제로도 승인됐으나 미국에서는 별도로 승인 신청이 이뤄져 심사 중이다. FDA 심사 기한은 내년 3월 30일까지로 정해졌다. 현재 유럽의약품청(EMA)도 카스게비를 겸상적혈구병 및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심사 중이다.


카스게비는 유전자 변형 자가 CD34+ 세포 농축액으로, 환자의 조혈모세포(줄기세포) 및 그 전구체를 꺼내 체외에서 CRISPR/Cas9를 통해 BCL11A 유전자의 적혈구 특이적 발현 촉진자(enhancer) 영역에 근접해 이를 파괴하는 유전자편집 과정을 거친 유전자 교정 치료제다.


BCL11A 유전자는 태아형 헤모글로빈〔HbF/Fetal(α2γ2. 알파체인 2개 및 감마체인 2개) 위주에 HbA(α2β2, 알파체인 2개 및 베타체인 2개) 유형이 부수적인 형태〕이 성인형(주로 HbA형)으로 전환시키고, 조혈시스템 발달 등을 유도한다. 분류상 유전자 전사를 억제하는 인자(transcriptional repressor)에 속한다. 겸상적혈구증, 베타 헤모글로빈병증, 악성 혈액병증, 일부 고형암과 2형 당뇨병, 지적장애 등을 초래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CL11A는 태아 헤모글로빈 성분 중 γ-글로빈의 발현을 억제하는 전사인자다. 카스게비는 BCL11A 유전자를 Cas9으로 제거하여 태아 헤모글로빈의 발현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환자의 β-글로빈 기능을 대체하는 치료제다.


적혈구 속 산소운반체인 헤모글로빈은 성인의 경우 4개의 헴(heme) 단백질에 알파 사슬 2개와 베타 사슬 2개가 결합한 구조의 복합 단백질이다. 이 중 베타 사슬을 이루는 유전자에 오류가 생기면 그 위치에 따라 낫모양적혈구빈혈증(SCD)이나 베타지중해성빈혈이 발생한다. 


양사 연구진들은 이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출생 직후에는 별 이상이 없음에 주목했다. 이는 태아와 성인의 헤모글로빈은 구성 성분 자체가 다르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성인의 헤모글로빈은 헴+알파2개+베타2개로 구성되지만, 태아 시절에는 헴+알파2개+감마2개 사슬로 헤모글로빈을 만든다. 감마 헤모글로빈은 베타 헤모글로빈에 비해 산소와의 반응성이 더 좋아서, 태아가 모체의 혈액에서 산소를 쉽게 넘겨받게 만든다. 하지만 출생 이후에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 베타만으로도 충분하므로 헤모글로빈의 구성이 바뀐다. 이때 감마를 만드는 유전자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이 억제될 뿐이다.


연구진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출생 이후 감마를 억제하는 물질을 만드는 BCL11A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랬더니 환자의 체내에서 다시 감마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들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베타 헤모글로빈을 대신하여 산소 운반을 담당하면서 증상이 개선됐다. 


‘CLIMB-121’ 임상시험 결과, 카스게비로 치료받은 환자의 90% 이상에서 1년 이상 해당 질환의 주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채 건강을 유지했다. 유전자치료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치료로 끝났다.  


양사는 이번 승인으로 미국에서 약 1만6000명의 겸상적혈구병 환자들이 중증 혈관폐쇄위기 및 이로 인한 입원을 없애면서 질병 기능적 완치 가능성을 제공하는 지속적인 1회 투여 치료제를 처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스게비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이식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버텍스는 카스게비를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줄기세포이식 경험이 풍부한 병원들과 공인 치료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병원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소재한 보스턴메디컬센터, 워싱턴 D.C.에 소재한 국립아동병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시티오브호프 아동병원, 텍사스주 댈러스에 소재한 메디컬시티 아동병원,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감리교 아동병원,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전미아동병원, 테네시주 내슈빌의 트리스타센테니얼 아동병원,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의 오하이오주립대병원 종합암센터, 제임스 암병원 및 솔로브 연구소,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소재한 시카고대학병원/코머아동병원 등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카스게비의 표시가격은 220만달러(약 29억원)로 책정됐다. 


버텍스파마슈티컬스의 레쉬마 케왈라마니(Reshma Kewalramani) 대표는 “FDA의 카스게비 승인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반 유전자편집 치료제가 승인된 역사적 순간을 의미한다”며 “카스게비는 사용이 적합한 겸상적혈구병 환자에게 단 1회 치료로 혁신적인 효능을 나타내는 계열 최초의 치료제”라고 말했다.


CRISPR테라퓨틱스의 사마르스 쿨카르니(Samarth Kulkarni)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우리 회사는 설립될 당시 크리스퍼 기술을 여러 획기적인 치료제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미국에서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을 이용한 의약품이 승인된 것은 질식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며, 개인적으로나 회사 전체에 있어 진정으로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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