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정신‧신경계질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카루나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나스닥 KRTX)는 ‘카엑스티’(KarXT 성분명 자노멜린 및 트로스피움, xanomeline-trospium)가 성인 조현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승인 신청이 접수됐다고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카엑스티의 승인 여부는 내년 9월 26일까지 결정될 예정이다.
KarXT의 핵심 성분인 자노멜린(Xanomeline, 개발코드명 LY-246708, 별칭 Lumeron, Memcor)은 노보노디스크가 원 개발사로, 1990년 릴리가 판권을 확보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임상개발을 주도해왔다. 부작용 이슈로 1998년 이후 개발이 중단됐다. 그러나 카루나는 이를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2012년 릴리로부터 선불 계약금 10만달러과 소정의 마일스톤을 보장하고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사들였다. 카루나는 자노멜린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트로스피움을 복합하는 방안을 통해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고 임상개발을 이어왔다.
지노멜린은 부교감신경계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로서, 중추신경계의 무스카린 수용체(M1, M4)를 우선적으로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M1 및 M4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뇌의 도파민 신경전달에 간접적으로 (억제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트로스피움은 콜린성 신경분포 기관에서 무스카린 수용체의 길항제로 작용한다. 트로스피움은 비 중추신경계 침투성, 비 선택적 무스카린 길항제로서 말초성 무스카린 작용제에 따른 의존성 부작용을 억제한다. 1974년 마다우스(Madaus)가 독일에서 상업화에 성공해 요실금, 빈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과민성 방광치료제로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카엑스티에서 트로스피움의 역할은 자노멜린의 부작용을 상쇄하는 것이다.
카엑스티의 신약허가신청은 ‘EMERGENT-1’(2상), ‘EMERGENT-2’(3상), ‘EMERGENT-3’(3상_ 등 완료된 임상시험 3건의 긍정적인 결과와 카엑스티의 장기(52주간)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EMERGENT-4’, ‘EMERGENT-5’ 등의 임상시험 중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지난 9월 28일 관련 서류가 FDA에 제출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카루나는 조현병의 양성 증상뿐만 아니라 음성 증상에서도 개선을 이끌어낸 3상 EMERGENT-2 결과를 발표했다. 조현병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5주 차에 조현병 양성·음성 증후군 평가지표(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 PANSS) 변화 기준을 측정한 결과 증상의 중증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특히 PANSS 음성 하위지수가 개선돼 조현병 음성 증후군 개선할 가능성이 있음을 사상 최초로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PANSS는 조현병 음성증상 7가지 항목, 양성 증상 7가지 항목, 인지능력 또는 통합적 정신병리 16가지 항목 등 총 30가지 항목을 평가하며 항목당 가장 낮은 점수(무증상)를 1점, 가장 높은 점수(극심)를 7점으로 평가한다. 총점은 최저 30점부터 최고 210점까지 산출될 수 있다. 점수가 낮을수록 증상이 경미함을 뜻한다.
올해 3월에는 3상 EMERGENT-3 결과를 추가로 공개했다. 투약 5주차에 1차평가지표인 PANSS를 20.6점 개선했다. 위약군은 12.2점 감소에 그쳐 8.4점의 차이가 나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냈다.
다만 EMERGENT-2에서 실험군 및 위약군의 PANSS 점수를 개선한 격차가 9.6점 벌어졌던 것에 비해 양 군 간 차이는 줄었다. 또 2차 평가지표 중 조현병 음성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신약승인신청은 조현병 음성을 특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전체 조현병을 아우르는 쪽으로 목표가 수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루나는 조현병 음성증상을 개선할 뚜렷한 효과를 제시한 첫 번째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MERGENT-3에서 카엑스티는 2차 평가지표인 PANSS 양성, PANSS 음성, PANSS Marder 음성인자 등 하위척도 평가에서 고루 조현병 양성 및 음성 증상 또한 감소시킨 것으로 관찰됐다.
조현병은 아세틸콜린, 도파민, 글루타민(이상 흥분성 양성)의 불균형에 의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KarXT는 무스카린 작용제와 무스카린 길항제의 조합을 통해 조현병에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의 음성(억제성) 증상은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톤, 감정의 변화 폭이 좁으며 무기력과 의욕 저하, 무논리, 주의력 감퇴, 실어증, 대인관계 위축 등을 특징으로 하며 무스카린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억제하면 이런 증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의 양성(흥분성) 증상은 도파민, 글루타민의 과잉 분비에 의해 유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각, 망상, 와해 등 3대 특징을 보인다. 와해란 언어·행동·사고가 일치되지 않는 혼란상을 의미한다.
EMERGENT-3 임상에서 이상반응은 발생률은 카엑스티 투여군이 70%, 위약군이 50%였다. 대부분 경증~중등도였으며 이상반응 관련 치료중단률은 카엑스티 투여군 6%, 위약군 5%로 큰 차이는 없었다. 카엑스티 투여군에서 유일한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위식도역류질환이 보고됐으나 약물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가장 흔한 치료 후 이상반응은 구역, 소화불량, 구토, 변비, 두통, 고혈압, 설사, 불면증 등이었다.
카루나는 고혈압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은 없었으며 카엑스티와 위약 간에 평균 혈압 측정 결과는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전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카엑스티 치료와 관련된 심장박동수 증가가 관찰됐는데 그 정도는 연구 종료 때까지 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완료된 3건의 임상시험에서 카엑스티는 1차 평가지표인 PANSS 점수가 위약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입증됐다.
아울러 카엑스티는 일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들은 본질적으로 콜린성 작용제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예측 가능했고, 중증도 면에서 경도~중등도에 그쳤다.
특히 카엑스티는 현재 사용 중인 정신질환 치료제들에 수반되는 체중증가, 졸림, 운동장애 등 다빈도 부작용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EMERGENT’ 임상시험을 진행한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의 임상시험 위탁기관(CRO)인 시걸트라이얼스(Segal Trials)의 리쉬 카카르(Rishi Kakar) 최고과학책임자 겸 의학이사는 “카엑스티는 무스카린 수용체들을 통해 뇌내 핵심 회로에서 도파민 신호전달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작용경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금까지 종결된 임상시험들은 카엑스티가 절실하게 요구돼 왔던 강력한 내약성과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증상 감소라는 두 요건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FDA의 신약승인신청 접수 결정은 중증 정신질환으로 인해 매일같이 심대한 질병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준치료의 장을 펼쳐보이기 위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음을 알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