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음성 진행성 위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종양내과 교수팀은 HER2 음성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를 병용한 결과, 기존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과 비교해 효과는 우수하고 사망 위험 또한 22% 낮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 IF 54.433) 최신호에 게재됐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성인 국소진행성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GEJ) 선암종(腺癌腫)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키트루다’와 플루오로피리미딘 및 백금착제를 포함하는 항암화학요법제와 병용하는 용법을 새로운 적응증으로 16일(현지시각)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미국에서 키트루다 기반 요법의 7번째 위장관암 적응증 승인이자 38번째 적응증 승인이다.
연구팀은 HER2 음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에서 한국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및 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과 항암화학요법 단독요법의 유효성을 비교하는 ‘KEYNOTE-859’(NCT03675737) 글로벌 3상 연구를 이끌었다.
임상 연구에는 1579명의 환자가 무작위 배정됐다. 병용요법군은 화학요법에 키트루다(3주마다 200mg을 최대 약 2년간 투여)를 추가했다.
연구 결과, 병용요법이 단독요법에 비해 1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뿐만 아니라 2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반응유지기간(DOR), 안전성 등에서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중앙값 31개월의 추적관찰 결과, 병용요법(790명)은 위암세포에서 면역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 PD-L1의 발현과 관계없이 단독요법(789명) 대비 사망 위험이 22% 감소했다.
1차 평가변수인 OS의 중앙값은 병용요법이 12.9개월로 단독요법 11.5개월과 비교해 개선효과를 보였다. 2차 평가지표인 PFS는 병용요법 6.9개월, 단독요법 5.6개월로 차이를 보였다. ORR에서도 병용요법이 51.3%로 단독요법 42% 대비 더 높은 효과를 보였다. 약제에 대한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병용요법이 8개월로 단독요법 5.7개월에 비해 개선을 보였다.
특히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PD-L1의 발현이 큰 환자일수록 더 높은 개선 효과를 보였다. PD-L1 발현율인 복합양성점수(Combined Positive Score, CPS)가 1 이상(PD-L1 양성)인 환자군과 10 이상(PD-L1 고발현)인 환자군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단독요법에 비해 모든 평가변수에서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위암 발병률은 아시아에서 특히 높다. 한국에서는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발병 4위(10.8%)를 기록했다. 위암은 폐암·간암·대장암과 함께 암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꼽힌다.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서양에서는 아시아에 비해 발병이 적어, 위암을 타깃하는 치료제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진행성 위암은 HER2 발현에 따라 양성과 음성으로 구분된다. 이중 음성 환자가 약 85%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4기 위암으로 1차 치료에서 기존의 독성 항암화학요법을 표준치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HER2 음성 위암에서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라선영 교수는 “이전에 발표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PD-1 억제제 계열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이어 키트루다가 글로벌 3상 연구를 통해 HER2 음성 진행성 위암에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장기생존효과를 입증했다”면서 “그동안 치료 선택지가 넓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향상된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는 미국에서 2021년 7월 1일, PD-L1 양성(CPS ≥1)인 재발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GEJ) 선암종(腺癌腫) 환자들을 위한 3차 치료제로서의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앞서 2021년 4월 2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자문위(ODAC)이 키트루다에 대해 6대 2로 적응증 유지를 반대하는 표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적응증은 당초 2017년 9월 22일, 2상 'KEYNOTE-059' 임상연구(NCT02335411)를 바탕으로 승인됐다. 당시 미소부수체(微小附隨體) 안정성(MSS)을 보이거나 미확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키트루다는 13.3%의 ORR과 2.8~19.4개월의 반응유지기간을 입증한 바 있다.
이와 달리 국소진행성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HER2) 양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GEJ) 선암종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1차 약제로 ‘허셉틴주’(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트주맙 trastuzumab), 플루오로피리미딘, 백금착제 항암제 등과의 복합요법은 가속승인(2021년 5월 5일 승인)이 유지됐다. 그러다 2023년 11월 7일, 이 적응증의 내용이 개정됐다. PD-L1이 발현된(CPS 1 이상) 경우에 한해 이 복합요법을 쓸 수 있도록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이 적응증은 애초 KEYNOTE-811(NCT03615326)의 연구결과에 따라 승인됐다. 2021년 5월 5일, 이 적응증이 처음 승인된 당시에는 ORR 및 DOR에 대한 중간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당시 무작위 배정된 264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ORR은 펨브롤리주맙과 화학요법 병용군에서 74%, 위약과 화학요법 병용군에서 52%로 나타났다. DOR 중앙값은 각각 10.6개월, 9.5개월로 산출됐다.
KEYNOTE-811 연구서 환자등록을 마친 698명을 대상으로 최근 중간분석한 결과 PD-L1의 발현 수치가 낮은(CPS <1) 하위군(104)명에서는 키트루다 병용군의 화학요법 단독군 대비 OS 및 PFS에 대한 위험비(HR)는 각각 1.41, 1.03으로 산출됐다. HR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실험군의 위험도가 대조군 대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보다 작아야 실험군이 개선된 효과를 가졌음을 입증해준다. 이에 따라 PD-L1이 발현된(CPS 1 이상) 환자여야 한다는 단서가 달리게 됐다.
아울러 2017년 5월 23일, 미국에서 승인된 ‘선행치료를 마친 후 종양이 진행된 데다 만족할 만한 대체요법제가 없는 소아‧성인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미소부수체(微小附隨體) 고도 불안정성(MSI-H) 및 복제오류 복구 결함(dMMR) 고형암 환자 치료’에 대한 가속승인도 계속 유효하다.
국내서는 이런 연유로 위암만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적응증이 삭제됐다. 다만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암으로서 이전의 치료를 받은 후 진행하였고 만족스러운 대체 치료 옵션이 없는,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또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을 나타내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자궁내막암, 위암, 소장암, 난소암, 췌장암, 담도암 환자의 치료’라는 적응증 문구를 통해 위암의 적응증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