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겨울, 크고 작은 전염병들이 기승이다. 독감과 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백일해’가 심상찮다. 예방접종으로 발병률이 급격히 낮아졌던 백일해의 유행 조짐이라 정부와 전문의, 보호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지난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백일해 환자는 83명으로 작년의 25명에 비해 3배 넘게 관찰되고 있다. 특히 환자의 대다수가 12세 미만 어린이다.
‘백일간 기침을 한다’는 뜻의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감염돼 생기는 2급 법정 호흡기 감염병이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데 14일 이상 지속되는 발작적인 기침이 특징이다. 낮은 연령일수록 사망률이 높아 만 1세 미만에서 최고 사망률을 보인다.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백일해가 포함돼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면 효과가 떨어지고 접종률도 낮다.
백일해는 3~12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발현된다. 감염 초기에 전염력이 가장 높다. 잠복기 중 치료를 시작하는 게 증상과 합병증을 줄이는 핵심이다. 따라서 감염자와 접촉하였을 경우 당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고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지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감염 전문) 교수는 “백일해는 청소년이나 성인에서 발생하고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린이에게 전파되는 양상을 띤다”며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는 질병이라 아이들을 위해 성인들이 먼저 감염관리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일해에 감염됐을 경우 3개월 미만의 영아나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며, 항생제 치료를 받는 환자 기준으로 5일 이상 격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서 열과 함께 기침 증상이 있으면 감기나 독감, 코로나 이외에도 백일해를 의심해야 하며, 발작성 기침(Whooping cough)을 하면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침이 점차 심해지면 기침 끝에 ‘흡’하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이 빨개지며 눈이 충혈되는 증상을 보인다”며 “백일해는 전염력이 높은 만큼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서 집단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받고 치료를 즉시 시작해 증상을 억제하고 폐렴이나 중이염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
그는 “백일해를 예방하는 DT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차까지 접종을 하고, 4차는 생후 15~18개월 사이에 이뤄진다. 5차 접종은 만 4~6세, 6차는 만 11~12세에 맞아야 하며 이후 10년에 한 번씩 재접종해야 한다”며 “4~12세 백일해 추가접종(5~6차)이 권장되는 시기의 어린이의 경우 백일해에 한해 추가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