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의 GIP(글루코스 의존성 인슐린분비자극 폴리펩타이드, 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및 GLP-1(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 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GIP/GLP-1 이중 작용제 티어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치료제로 8일(현지시각) 승인받았다. 기존 동일 성분 당뇨병 치료제의 브랜드는 ‘마운자로’(Mounjaro)였지만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젭바운드’(Zepbound)라는 새 상품명을 붙였다.
이로써 젭바운드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독식하고 있는 GLP-1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의 비만 및 과체중 피하주사제인 ‘위고비프리필드펜’(Wegovy)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대항마로 떠오르게 됐다. 노보노디스크도 동일 성분 당뇨병 피하주사제 치료제 브랜드인 ‘오젬픽프리필드펜’(Ozempic)과 비만치료제인 위고비로 브랜드를 따로 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정제)인 ‘리벨서스정’(Rybelsus)도 있다.
오젬픽은 2017년 12월 5일 매주 한번 식사와 관계없이 주사하는 2형 당뇨병 치료제, 위고비는 2021년 6월 4일 주 1회 투여하는 만성 체중관리 용도로 미 FDA 승인을 받았다.
반면 릴리의 당뇨병 주1회 피하주사제인 마운자로는 2022년 5월 13일 FDA 승인을 받았고, 이번에 젭바운드가 ‘비만(체질량지수(BMI) 30 이상)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제2형 당뇨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심혈관질환 등 체중 관련 질환이 있고 과체중(BMI 27 이상)인 성인 환자의 체중 감량 및 체중 유지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허가됐다. 젭바운드는 GIP/GLP-1 이중 작용제 최초의 비만치료제다.
젭바운드는 다른 티어제파타이드 함유 제품(마운자로)이나 다른 GLP-1 수용체 효능제 의약품( 알비글루타이드 (albiglutide), 둘라글루타이드(dulaglutide), 엑세나타이드 (exenatide),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릭시세나타이드 (lixisenatide),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등)과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 췌장염 병력이 있거나 중증 위마비를 포함한 중증 위장병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는 연구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젭바운드의 비만 치료제 승인은 3상 ‘SURMOUNT-1’ 및 ‘SURMOUNT-2’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SURMOUNT-1은 비만이거나, 당뇨병을 제외한 체중 관련 질환이 있고 과체중인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젭바운드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72주 이후 위약군 대비 상당한 체중 감량을 경험했다.
젭바운드를 최고 용량(15mg)으로 투여받은 사람은 체중을 평균 48파운드(21.77kg) 감량했고 최저 용량(5mg)으로 투여받은 사람은 평균 34파운드(15.42kg) 감량했다. 이에 비해 위약군은 7파운드(3.17kg) 감량했다.
제1종 오류(type 1 error)를 통제하지 않은 데이터에 따르면 젭바운드를 투여받은 환자 3명 중 1명꼴로 체중을 58파운드(26.3kg, 체중의 25%) 이상 감량했고 이에 비해 위약군은 이 같은 비율이 1.5%에 불과했다. 환자들의 평균 시작 체중은 231파운드(104.77kg)였다.
SURMOUNT-2 임상시험은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푸에르토리코, 러시아, 타이완, 일본에서 총 938명의 피험자를 모아 티어제파타이드 10mg 또는 15mg, 또는 위약을 투여하면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올해 4월 27일에 첫 분석자료가 나왔고, 6월 24일에 업그레이드됐다.
SURMOUNT-2 임상 결과 마운자로 투여군은 1차 평가지표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2차 평가지표를 충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마운자로 10mg 투여군은 72주차 평가시점에서 체중이 평균 13.4%(13.5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운자로 15mg 투여군은 15.7%(15.6kg) 감소했다. 반면 위약 대조군은 3.3%(3.2kg)에 그쳤다.
마운자로 10mg 및 15mg 투여군 중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비율은 각각 81.6%와 86.4%에 달해 위약 대조군의 30.5%와 큰 격차를 보였다.
72주차에 평가한 핵심적인 2차 평가지표로 전부 충족했다. 마운자로 15mg 투여군에서 체중이 15% 또는 20% 이상 감소한 비율은 각각 51.8%와 34.0%였다. 위약 대조군의 2.6% 및 1.0%를 크게 웃돌았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5.7% 미만으로 떨어진 비율은 마운자로 10mg 및 15mg 투여군에서 각각 55.3%와 50.2%로, 위약 대조군의 2.8%와 현격한 격차를 드러냈다.
허리둘레는 마운자로 10mg 및 15mg 투여그룹에서 각각 11.2cm와 13.8cm 줄어들어 위약 대조군의 3.4cm 감소와 비교를 불허했다.
공복혈당 수치 감소도는 마운자로 10mg 및 15mg 투여군에서 각각 –49.2mg/dL와 –51.7mg/dL를 보여 위약 대조군의 2.4mg/dL 감소와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SURMOUNT 임상시험 시리즈는 총 6개 세부 임상시험(SURMOUNT-6까지)으로 나뉜다. 2019년 말 시작돼 총 5000여명이 피험자로 등록했다. 이 중 4건은 글로벌 수준으로 설계됐다.
이들 임상시험에서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젭바운드를 투여받은 사람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변화했고 혈압 및 허리둘레가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다만 젭바운드는 이러한 질환들에 대한 치료제로는 허가되지 않았다.
젭바운드는 위장관 이상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오심, 설사, 구토, 변비, 복통, 소화불량, 주사부위반응, 피로, 과민반응, 트림, 탈모, 위식도 역류질환이다.
젭바운드 제품 라벨에는 갑상선 C세포 종양에 관한 박스 경고문이 포함된다. 젭바운드는 갑상선 수질암 병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환자, 다발성 내분비신생물 증후군 2형 환자, 티어제파타이드 또는 젭바운드의 부형제에 심각한 과민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이 금지된다.
릴리는 미국에서 젭바운드를 올해 말에 6가지 용량(2.5mg, 5mg, 7.5mg, 10mg, 12.5mg, 15mg)으로 환자가 조작하거나 용량을 살펴볼 필요가 없는, 바늘이 숨겨진, 펜형 자동 주사기에 담겨 발매될 예정이다. 젭바운드의 한 달 분의 표시가격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 2.4mg(1349달러)보다 약 20% 저렴한 1059.87달러(용량과 무관)로 책정됐다.
젭바운드는 처음엔 매주 1회 2.5mg을 피하주사하고, 4주가 지나서는 매주 1회 매주 1회 5mg으로 증량한다. 어떤 경우든 2.5mg을 증량하려면 최소 4주가 지나야 한다. 이후 유지용량은 매주 1회 5mg, 10mg, 15mg 등으로 주사한다. 유지용량은 치료반응과 내약성을 감안해 의사가 선택한다. 최대 용량은 15mg을 초과할 수 없다. 주사 시에는 식사 여부과 상관 없이 정해진 날에 한 번 주사하면 된다. 복부, 허벅지, 윗 팔뚝 등에 피하주사하며 같은 부위에 계속 놓지 않도록 주사부위를 바꾼다.
릴리 당뇨병·비만 부문 글로벌 의학부 수석부사장 레너드 글래스(Leonard Glass)는 “비만은 불행하게도,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종종 사람들이 비만을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여긴다(즉 비만은 과학적으로 질병이라는 의미)”며 “수십 년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체중 감량을 위해 사용돼 왔지만 이러한 방법을 20~30번 시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시도하다가 번번히 실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에 따르면 신체는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에 대해 배고픔을 더 느끼고, 포만감을 덜 느끼며 체중감량을 더 어렵게 하는 보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릴리는 비만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관리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티어제파타이드는 유럽, 중국, 영국, 한국 등에서 체중 관리 용도로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