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8개 국가의 신생아 전문의를 대상으로 미숙아 망막증 (retinopathy of prematurity, ROP)의 선별 검사와 치료를 비교 조사한 첫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신생아학의 발전으로 미숙아 생존률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으나, 위험한 고비를 넘긴 미숙아의 합병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시력장애 중 미숙아 망막증은 망막 혈관의 이상 증식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소아 실명의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미숙아 망막증은 적절한 시기에 선별 검사 및 치료를 하게 되면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해 요인을 예방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윤영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공동 제1저자)는 8개 국가 336개 신생아중환자실 운영의료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하여 각 나라별 프로토콜을 공유한 문헌 조사를 함께 시행했다.
연구결과 ROP 선별 검사 및 치료에 대한 아시아 8개국의 가이드라인 및 실태는 차이가 있었다. 극소미숙아 (재태<27+0주)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자료에서 치료가 필요한 ROP (treated ROP) 의 발생률은 13.7% 이었다.
한국 신생아네트워크 자료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발생률은 11.5%, 일본 14.8% 이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 ROP 발생률 (any ROP)은 29.4%, 태국 17.7% 등으로 확인됐다.
미국 및 서부 유럽 고소득 국가에서는 신생아 치료 기술의 발달로 더 어리고 작은 아기도 생존하고, 미숙아 망막증이 생기기 때문에 선별 검사 기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아이들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출생체중이 1,500g 미만이거나 출생 시 재태 연령이 31주 미만, 한국은 30주 미만, 일본은 31주 미만 출생아,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 대만은 32주 미만, 인도네시아는 34주 미만 출생아를 대상으로 미숙아 망막증 발생 여부에 대한 선별검사를 시행했다.
치료법은 3단계 이상의 망막증이 발생하는 경우 수술 (laser photocoagulation) 혹은 항혈관내피성장인자 (anti-AVEGF) 유리체 삽입술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재태주수 37주 미만인 아기를 미숙아, 출생 당시 체중이 2,500g 미만인 아기를 저체중 출생아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체중이 1.5 kg 미만인 극소 저체중 출생아로 과거에는 생존 한계라고 간주되던 극소 미숙아도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매해 전 세계 32,3000명이 치료할 수 없는 시력장애를 지닌 미숙아로 태어나고, 이중 2만 명이 시력을 잃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미숙아 망막증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아시아 신생아 네트워크인 AsiaNeo를 바탕으로 아시아 고소득과 저소득 국가의 다른 미숙아 형태를 대표한 첫 협력 연구다.
윤영아 교수는 “AsianNeo를 통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의 설문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주산기/신생아 관리 시스템과 더불어 지역의 결과에 관한 정보를 평가할 수 있었으며 추후 참여 국가의 신생아중환자실의 의료 질 향상(Quality improvement) 활동을 위한 기초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KNN(한국신생아네트워크) 의료질향상 위원장이자 국제협력소위원으로도 활동중인 윤 교수는 “미숙아 망막증은 치료 가능한 실명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선별 검사의 중요성이 있고, 미숙아 망막증 발병률은 신생아 관리의 많은 단계를 포괄하기 때문에 신생아중환자실 관리의 품질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지표로 볼 수 있으므로 개별 국가 상황에 합당한 체계적인 선별 검사 프로토콜을 정립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미숙아의 인공호흡 장치를 제거하는 발관(extubation) 시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정영화ㆍ최창원 분당서울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 유수영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교수, 송원근 연구원 등 연구팀은 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미숙아의 발관 성공률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 저명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 최신호에 보고했다.
미숙아들은 출생 후 호흡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호흡곤란이나 무호흡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출산 시기가 이를수록 이러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는 정상적으로 자가 호흡이 가능할 때까지 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인공호흡기는 가능하다면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하고 발관(제거)하는 것이 좋다. 인공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는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질수록 폐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발관이 너무 이르게 이뤄질 경우 저산소증과 고이산화탄소혈증이 발생해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마찬가지로 기관지폐이형성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최적의 발관 시점을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는 이에 대해 명확히 합의된 지침이 없어 주치의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데, 1000g 미만의 미숙아에서 발관 후 이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확률은 평균 60-73%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난 32주 미만의 미숙아 중 기도 삽관 후 침습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678명의 데이터를 활용, 심장박동ㆍ호흡 등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발관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NExt-Predictor’라는 명칭의 이 발관성공 예측모델은 정확도를 나타내는 곡선하면적(AUC) 0.805, 정밀도(precision)는 0.917 수준으로 매우 뛰어난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예측성능은 미국의 MIMMIC-III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을 때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기본적인 생체 신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장점도 있다.
정영화 교수는 “인공호흡기를 쓰는 미숙아는 빨라도, 늦어도 안 되는 최적의 시점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발관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주는 인공지능이 의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