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중심의 다국적제약사 UCB는 C5 보체 억제제 계열의 ‘질브리스크’(Zilbrysq, 성분명 질루코플란, zilucoplan, 개발코드명 RA101495)가 아세틸콜린수용체(AchR) 항체 양성의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8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실제 승인일은 17일이다.
질브리스크는 이 적응증에 대해 매일 1회 자가 피하주사하는 제형으로 처음 승인받았다. 신경근 접합부가 보체 매개 손상을 입는 것을 억제한다.
올해 5월 란셋에 발표된 3상 RAISE 임상시험 (NCT04115293) 결과 질루코플란은 12주차 치료 환자의 73%에서 중증 근무력증-일상활동지표(Myasthenia Gravis-Activities of Daily Living, MG-ADL) 점수를 3점 이상 줄였다.
MG-ADL 지표는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의 영향이 미치는 호흡하기, 말하기, 삼키기, 의자에서 일어서기 등의 8가지 일상생활 기능들을 평가해 점수화한 것이다. 항목별로 4가지 점수가 매겨지며 최저점인 0점은 근력 약화가 눈에 띄지 않는 상태이며, 3점은 근력 약화가 중증인 것을 의미한다. 총점은 0점에서부터 24점까지 분포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심한 근력 손상이 나타났음을 말해준다.
아울러 치료 환자의 58%는 2차 평가지표인 정량적 근무력증 척도점수(Quantitative Myasthenia Gravis, QMG)가 5점 이상 감소했다.
이 임상시험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임상시험으로 12주 동안 환자를 1대1로 나눠 각각 질루코플란과 위약을 투여했다.
환자의 10% 이상에서 발생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부위반응, 상기도 감염, 설사였다. 다만 질브리스크는 블랙박스(포장 겉면의 경고문구)에 ‘중증 및 치명적인 수막구균 감염 위험’이 기재돼야 한다.
앞서 UCB제약은 지난 6월 27일 신생아(neonatal) Fc 수용체(FcRn)를 표적하는 피하주사용 IgG4 단일클론항체 계열의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gMG) 치료제 ‘리스티고’(Rystiggo 성분명 로자놀릭시주맙-noli, rozanolixizumab-noli, 개발코드명 UCB7665)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리스티고는 항 아세틸콜린 수용체(AChR) 항체 양성과 함께 항 근육 특이적 티로신 키나제(muscle-specific tyrosine kinase, MuSK) 항체 양성의 전신 중증 근무력증을 보이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의 주요 두 가지 아형에 속하는 항-AChR 및 항 MuSK 항체 양성 유형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리스티고가 유일하다.
이번 질브리스크 승인으로 UCB는 각각 보체 활성화 억제(질브리스크), 병원성 자가항체 억제(리스티고) 기전을 갖는 두 가지 약제의 옵션을 통해 마케팅에서 강점을 갖게 됐다.
리스티고는 피하주사제 제형이지만 병원에서 투여하는 게 단점이다. 주 1회, 6주 연속 투여하는 것을 1주기로 허가받았다. 다음 주기 투약까지는 9주(63일)의 간격을 둬야 한다. 반면 질브리스크는 매일 하루 한번 투여하지만 집에서 직접 자가주사할 수 있는 최초의 피하주사제 제형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가 됐다.
지난 6월 20일, 네덜란드·벨기에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아르젠엑스(Argenx, 나스닥 ARGX)의 항-아세틸콜린 수용체(AChR) 항체 양성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인 ‘바이브가트 하이트룰로’(VYVGART Hytrulo) 피하주사제 제형이 FDA 승인을 얻었다. 2021년 12월 17일 FDA 승인을 받은 ‘바이브가트’는 정맥주사제로 투여에 60분 이상 소요되지만, 신규 피하주사제 제형은 30~90초로 단축됐다. 다만 피하주사제 제형이라도 병원을 방문해 투약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이밖에 대표적인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엘렉시온파마슈티컬스)의 AChR 항체 양성, C5 보체 억제제인 ‘솔리리스주’(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 eculizumab)와 ‘울토미리스주’(Ultomiris 성분명 라불리주맙-cwvz, ravulizumab-cwvz)가 있다. 둘 다 정맥주사제로 전자는 2주에 한 번 투여하는 반면 후자는 8주에 한번 주사한다.
UCB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라파마슈티컬스(Ra Pharmaceuticals Inc, 나스닥 RARX)를 2019년 10월 10일 주당 48달러, 총 25억달러(당시 회사가치 21억달러)에 인수하며 질루코플란을 확보했다.
질루코플란은 2019년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2022년 11월 14일,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약허가신청이 접수됐다. 리스티고가 우선심사 경로를 밟은 반면 질루코플란은 표준심사를 받아 승인 기한이 길어졌다.
질루코플란은 2023년 9월, EMA 산하 의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표준요법의 추가요법으로 승인할 것을 권고받았다. 유럽연합(EU)의 최종 승인 결정은 올 연말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같은 달 일본 후생노동성(MHLW)도 스테로이드나 기타 면역억제제에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성인 환자의 gMG 치료제로 질루코플란을 승인했다. 이 약은 또 호주 의약품관리국(TGA)과 캐나다 보건부에서 성인 gMG 치료제로 심사를 받고 있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 이전에 승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