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WALTHAM) 및 캘리포니아주 프레몽(FREMONT) 소재 심장‧신장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아델릭스(Ardelyx, 나스닥 ARDX)는 인(燐) 흡수 저해제 ‘엑스포자정’(Xphozah 성분명 테나파노르, Tenapanor)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성인 만성 신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중 인 수치를 감소시키 위한 보조요법제로 사용하는 인 흡수 저해제가 FDA의 허가를 취득한 것은 ‘엑스포자’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엑스포자는 사용 대상은 기존 인산염 결합제(phosphate binder, 인 결합제)를 사용했을 때 불충분한 반응을 나타냈거나, 어떤 용량에도 비 내약성을 보이는 환자들이다. 엑스포자는 장내 인 흡수를 억제해 혈중 인산염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엑스포자는 2021년 7월 환자의 증상 개선이나 수명연장으로 이어지는지 입증할 추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FDA의 대응종결서신(CRL)에 따라 허가신청이 반려됐다. 이에 아델릭스가 2021년 12월 CRL에 항소하는 공식 분쟁 해결 요청(Formal Dispute Resolution Request, FDRR)을 FDA에 제출했다. 2022년 2월에는 FDA에 거절항의서한(Appeal Denied Letter, ADL)을 보내 추가 임상시험 없이 보완 분석자료 제출만으로 신약승인신청(NDA)를 재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같은 해 4월에는 신약승인 재제출이 이뤄졌고, 올해 3차 제출이 이뤄진 끝에 이번에 승인을 따냈다.
2022년 11월 16일 FDA 산하 심혈관계‧신장계 약물 자문위원회(CRDAC)는 회의를 열고 ‘엑스포자’의 허가를 권고하는 긍정적인 심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자문위는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성인 만성신장병 환자의 혈중 인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단독요법제로 엑스포자를 사용했을 때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는 데 찬성 9표, 반대 4표로 지지했다.
자문위는 또 엑스포자를 인결합제(phosphate binder)와 병용해도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는 데 찬성 10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긍정적인 표결결과를 도출했다.
테나파노르는 이미 변비를 동반한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제인 ‘입스렐라정’(IBSRELA 개발코드명 RDX5791, AZD1722, 국내 미시판)으로 2019년 9월 12일 미국에서 승인됐기 때문에 신약으로는 간주되지 않는다.
고인산혈증은 미국에서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55만여명의 만성 신장병 환자들 가운데 대다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일 2회 복용하는 경구용 정제인 엑스포자(테나파노르)는 장에서 국소적으로 작용해 나트륨 수소 교환기 3(sodium hydrogen exchanger 3, NHE3)을 억제한다. NHE3는 나트륨을 세포 안으로, 수소를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장 상피세포 밀착 접합부의 형태적 변화를 초래한다.
테나파노르는 NHE3를 억제함에 따라 나트륨의 세포 내 유입과 인산염의 세포외 투과성(배출)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동시에 주요 경로를 통한 인산염 흡수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장내 나트륨과 인산염의 흡수도를 낮추며 그 결과 세포외 체적이 줄어들고 교감신경계 작용이 낮아져 혈관 저항성 및 혈압이 떨어진다. 대변을 통한 염 분비(배출)이 늘어나 대변의 함습도가 증가해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테노파노르는 NHE3 억제제 계열 최초의 고인산혈증 치료 약물이다.
FDA는 총 1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진 3건(PHREEDOM, BLOCK, AMPLIFY)의 포괄적인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엑스포자를 승인했다.
이들 임상시험은 엑스포자 단독요법제 또는 기존 인 결합제와 병용요법제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3건의 3상 시험 모두 1차 평가지표와 핵심적인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혈중 인 수치가 괄목할 만하게 감소했을 입증했다.
다만 피험자의 43~53%에서 설사 부작용이 수반됐다. 이 약이 본래 변비 동반 장증후군 치료제로 승인된 것과 관계가 있다. 설사는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 신장병 환자에서 엑스포자 투여로 나타날 수 있는, 피험자의 최소 5% 이상에서 발생한 유일한 부작용이었다. 설사 부작용은 경도~중등에 그쳤고, 시간이 지나거나 용량을 감소했을 때 해소됐다. 그 중 중증 설사 부작용은 피험자의 5%에서 보고됐다.
아델릭스의 마이크 라브(Mike Raab) 대표는 “이번 엑스포자 승인은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신장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중요한 성과”라며 “인 결합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혈중 인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대안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회사 창립 이래 신장병 커뮤니티를 위해 변함없이 노력해왔다”며 “이번 승인은 압도적인(compelling) 임상적 프로필과 잠재적 유익성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글렌 셔토우(Glenn Chertow) 교수는 “고인산혈증을 관리하는 일은 임상 현장에서 지속적인 도전과제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며 “유지요법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대다수가 인 결합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 혈중 인 수치를 목표한 수준으로 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셔토우 교수는 “인 결합제에 불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 가운데 인 흡수 억제제인 엑스포자를 투여하면 혈중 인 수치가 목표치에 도달한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입증됐다”며 “상호보완적인 작용기전을 나타내는 새로운 치료대안으로서 엑스포자가 고인산혈증 환자의 치료 발전을 가능케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델릭스는 오는 11월에 엑스포자를 발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처음 승인을 거절당한 2021년 7월 당시 7200만달러의 현금과 유가증권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FDA 승인 거절의 여파로 인력을 65% 감축했으며 올해 상반기 현금 보유고는 377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번에 엑스포자를 승인받음으로써 회생할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