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인겔하임 및 릴리는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인 ‘자디앙정’(Jardiance 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이 만성 신장병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았다고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취득한 새 적응증은 증상이 진행될 위험성이 높은 성인 만성 신장병 환자들에게서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 말기 신장병, 심인성 사망 및 입원 위험성 등을 감소시키는 용도다. 앞서 자디앙은 이 적응증의 유럽연합(EU) 승인을 지난 7월 25일 획득한 바 있다.
이 적응증은 동일 계열 선발 경쟁 의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정’(Fa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이 2021년 4월 30일 FDA 승인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만성신장병 치료에서 20년 만에 거둔 패러다임적 성과라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자디앙 매출은 40억8000만달러(베링거 유럽 등 미국외 시장 38억8000만달러, 릴리 12억5000만달러 미국 시장), 포시가는 28억달러다. 자디앙은 미국 시장에서는 42%, 포시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39%씩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자디앙은 이에 대한 임상연구와 결과 분석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11월 4일에야 관련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했고 올해 1월 24일 적응증 추가신청서가 FDA에 접수됐다.
이번 만성 신장병 적응증 승인은 3상 ‘EMPA-KIDNEY’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2형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다양한 유형의 성인 만성 신장병 환자 660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효과를 평가했다.
피험자는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이 20~45미만mL/min/1.73m²으로 나타난 환자, 45~90미만 mL/min/1.73m²에 해당하지만 뇨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이 200mg/g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 환자들로 구성됐다.
반면 2형 당뇨병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하면서 추정 사구체 여과율이 60mL/min/1.73m² 미만으로 나타난 환자, 1형 당뇨병 환자,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거나 예정되어 있는 환자,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다낭성 신장질환을 나타내는 환자, 정맥주사제 면역치료제를 필요로 하거나 최근에 사용한 전력이 있는 환자, 프레드니손 및 이와 동등한 약물을 사용한 신장병 환자 등은 피험자 대상에서 배제됐다.
EMPA-KIDNEY 임상결과 자디앙과 표준요법제를 병용한 환자군은 표준요법제+위약 병용군 대비 신장병 진행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복합적 사망위험이 위약 병용군에 비해 28%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부작용(증상 악화 등 사건) 발생률은 자디앙 병용군 복용군에서 13.1%(3304명 중 432명), 위약 병용군에서 16.9%(3305명 중 558명)로 집계돼 1차 안전성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2차 평가지표인 최초 입원 시점 및 재입원 위험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충족됐다. 자디앙 병용군은 이럴 위험성이 위약 대조군보다 14% 낮게 나타났다.
자디앙 병용군은 960명의 환자가 1611번 입원했다. 반면 위약 병용군은 1035명이 1895건이었다. 이를 100환자-년으로 환산하면 각각 24.8건, 29.2건이어서 자디앙이 입원 횟수를 감소시킴을 입증했다. 양사는 SGLT2 억제제 임상시험 중 최초 및 반복적인 입원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은 자디앙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만성 신장병 환자들의 입원은 총 의료비 지출액의 35~55%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사는 이번 적응증이 EMPOWER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 4번째 FDA 승인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에 70만명이상의 성인이 등록된 EMPOWER는 심장-신장-대사질환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하려는 양사의 장기적인 노력을 방증한다.
자디앙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 권고되지 않는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나타날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어서다. 추정 사구체 여과율이 30mL/min/1.73m² 미만으로 나타나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쓸 수 없다. 작용 기전 상 신장기능이 약하면 혈당 강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디앙은 다낭성 신장질환을 동반하거나, 정맥주사제 면역억제제를 필요로 하거나 또는 최근에 사용한 전례가 있거나, 신장병을 치료하기 위해 프레드니손 45mg 이상 및 이와 동등한 약물을 사용한 환자들의 만성 신장병을 치료하는 용도로는 사용이 권고되지 않았다. 이에 해당되는 환자는 자디앙이 효과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MPA-KIDNEY 임상을 주도한 캐서린 터틀(Katherine Tuttle)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이번 승인으로 이제 미국 내 의료인들은 신장 기능의 감퇴, 심부전, 심인성 사망 및 입원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성인 만성 신장병 환자들을 위한 추가적인 치료대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약사업 부문의 모하메드 아이드(Mohamed Eid) 임상개발‧의학부의 심장·신장·대사계‧호흡기 치료제 담당 부사장은 “만성 신장병은 미국에서 성인 7명당 1명 이상의 비율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들 중 90% 정도는 증상을 진단받지 않고 있어 여전히 인식도가 매우 낮은 공공보건 위기 중 하나”라며 “전체 의료비 가운데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이런 환자의 입원으로 인해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중증 심혈관계 합병증이나 신부전으로 이행되는 빈도가 높고, 이로 인해 투석치료 또는 신장 이식수술을 필요로 하게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디앙은 2014년 8월 1일, 성인 2형 당뇨병의 혈당 조절을 개선하기 위해 식이요법 및 운동에 병행하는 보조요법제(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FDA 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6년 12월 2일에는 성인 2형 당뇨병 환자의 심인성 사망 및 입원 위험성을 낮추는 용도로 허가받았다. 2021년 8월 18일에는 심박출률감소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 환자의 심인성 사망과 입원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용도로 승인받았다. 올해 2월 24일에는 성인 심부전 환자의 심혈관계 원인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