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유방암 진단을 받은 폐경 이전 젊은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치료 후 타목시펜과 난소억제제 주사 병용요법이 타목시펜 단독요법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장기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백수연 아주대병원 유방외과 교수(1저자,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교신저자)팀은 지난 8월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IF=45.3)에 이같은 결론을 밝힌 ‘Adding ovarian function suppression to tamoxifen in young women with hormone-sensitive breast cancer who remain premenopausal or resume menstruation after chemotherapy: 8-year follow-up of the randomized ASTRRA trial’(호르몬 치료 반응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폐경 이전의 젊은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치료 이후 난소기능이 보존, 회복된 환자의 타목시펜에 난소 억제주사제 추가 치료의 장기 효과 비교)이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유방암 환자 3명 중 2명은 여성호르몬 수용체와 관련해 발생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폐경기이거나 항암제 치료로 월경이 멈춘 환자들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생성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호르몬 영향을 줄이기 위한 항호르몬제만 사용해왔다.
반면 아직 폐경기가 오지 않고, 암 치료 후 다시 월경이 시작된 젊은 환자들은 호르몬 생성이 활발해 항호르몬제와 더불어 호르몬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같이 시행해왔다. 즉 폐경 전 HR+ 유방암은 유방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게 표준치료이고, 고위험군의 경우 난소 억제주사를 선택적으로 병행 투여해 왔다.
폐경 전 젊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시행하고 약 5년 간 추적 관찰한 연구는 있었다. 하지만 다른 유방암 유형인 HER2 양성 유방암이나 삼중음성유방암에 비해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시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다보니,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에 대해 더욱 장기적인 추적 관찰 연구 결과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중 가장 흔한 유형인 HR+ 유방암 진단을 받은 45세 이하 환자 1282명을 대상으로 타목시펜(tamoxifen, TAM) 단독 투여군(647명)과 타목시펜과 난소 억제주사제(ovarian function suppression, OFS) 병행군(635명) 2개 그룹으로 나눠 약 8년 10개월(중앙값 106.4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이전에 단독·병행 치료군의 5년 생존 결과를 비교했던 ASTRRA 임상시험의 후속 연구로 2년 더 기간을 연장한 약 7년간의 치료결과다. 2009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국내 33개 기관에서 수술 및 항암제 치료를 받은 45세 이하 폐경 전 1~3기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 치료효과를 평가했다.
대상자는 항암치료 후에도 난소 기능이 유지 혹은 회복된 환자였고, 난소 기능은 항암치료 후 2년 동안 6개월 간격으로 난포자극호르몬 수치와 월경 여부를 통해 확인했다. 기존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항암치료 이후 추적관찰을 통해 난소 억제주사 투여 여부를 결정했다.
연구 결과 타목시펜과 난소 억제주사 병행군이 무병생존율과 전체 생존율 모두 더 높게 나타났다. 8년 동안 1차 평가지표인 무병생존율(암세포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 disease-free survival, DFS)의 경우 병행군이 85.4%, 타목시펜 단독 투여군이 80.2%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2차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율은 병용군 96.5%, 타목시펜 단독 투여군 95.3%로 병용군이 높게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밖에 무재발 생존기간, 원격 전이 없는 생존 기간 등에서 병용군이 유의하게 더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관찰 기간 중 국소재발은 단독요법 대 병용요법에서 13명(2.0%) 대 8명(1.3%), 인접장기침범 재발은 20명(3.1%) 대 12명(1.9%), 원격전이 79명(12.2%) 대 54명(8.5%)로 유의하게 병용요법의 재발률이 낮았다.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은 8년간 유방암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이 82.4%인 반면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6.3%였다.
45세 이하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들을 5살 단위로 나눠 집단별로 분석한 결과 40~45세 환자들의 경우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 결과 차이가 가장 컸다.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의 8년 무병생존율이 80.1%,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9.1%였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그 중에서도 HER2 단백질 과발현 여부에 따라 HER2 양성과 HER2 음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HER2 음성인 경우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의 8년 무병생존율이 85.2%로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이 80.9%인 것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폐경 이전 젊은 유방암 환자에서 항암치료 이후 난소 기능이 유지되거나 회복된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로, 실제 임상에서 환자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며, 호르몬 수용체 음성 유방암에 비해 재발이 잘 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폐경 전 여성의 여성호르몬은 대부분 난소에서 만들어진다. 이에 난소 억제주사를 투여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치료결과가 개선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타목시펜에 2년간 난소 억제주사를 추가한 환자에서 약 5.6%p(17.3% 대 11.7%) 차이의 의미 있는 재발 감소를 확인했다”면서 “현재 가이드라인은 외국의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5년간 난소 억제주사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두 환자군 모두 8년 동안 95% 이상의 높은 전체 생존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난소 억제주사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선택된 환자에서 난소 억제주사의 2년 사용을 고려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유방암이다보니, 젊은 환자의 경우 재발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왔다”며, “하지만 최근 난소기능 억제 치료가 시행되면서 재발률이 낮아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도 치료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좌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속적으로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어 의료진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치료 과정을 밟아 나간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