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 소재 엑셀리시스(Exelixis 나스닥 EXEL)의 다중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인 ‘카보메틱스정’(Cabometyx, 성분명 카보잔티닙 cabozantinib)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신경내분비종양 임상시험에서 극적인 결과를 도출하면서 이례적으로 임상을 조기 종료했다.
엑셀리시스는 카보메틱스가 진행성 췌장내 또는 췌장외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NET)에 대한 3상 CABINET 임상시험의 중간분석 결과 긍정적인 데이터가 도출됐다고 2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임상시험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이 지원하고 미국 종양학임상시험협회(Alliance for Clinical Trials in Oncology)가 주도해 진행됐다. 이전에 치료를 받은 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290명을 대상으로 ‘카보메틱스’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1차 평가지표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이었으며, 주요 2차 평가지표는 전체생존기간(OS), 방사선학적 치료 반응률, 안전성 등이었다.
카보메틱스는 임상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없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이에 사회 독립적 데이터 및 안전성 모니터링 위원회(DSMB)는 만장일치로 임상에서 이중맹검을 조기 해제하고 위약 투여군에게 카보잔티닙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엑셀리시스는 다가오는 학술회의에 구체적인 데이터를 발표하고,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적응증 추가 승인을 논의할 계획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내분비계의 호르몬을 생산하는 내분비세포와 신경세포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특정세포에서 발새앟는 암이다. 신경계와 내분비계 조직이 뭉쳐 발병하는 종양으로, 췌장·위·소장·대장 등에서 발견된다. 이 종양은 대부분 호르몬을 분비하지 않거나 천천히 자라는 특성 상 증상이 거의 없는 특징을 갖는다. 미국에서 매년 1만2000명이 신규 NET 환자로 진단받고, 17만명 이상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격 전이가 없고 한 곳에만 암이 위치해 있는 초기 신경내분비종양은 수술, 방사선, 고주파 열치료 등으로 제거하는 국소 치료를 한다. 하지만 간이나 기타 장기로 어느 정도 전이가 이뤄지면 안면홍조·설사·호흡곤란·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이가 동반되면 세포독성 항암제,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표적 항암제,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 핵종치료(Peptide receptor radionuclide therapy, PRRT)와 같은 핵의학 치료 등을 실시한다.
일부 경우에서는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난치성·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난치성·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뚜렷한 치료법은 없으며, 여러 약물을 병용하여 치료를 시도한다.
‘카보메틱스’는 c-Met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s c-Met),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VEGFR2) 저해제일 뿐만 아니라 AXL, RET도 억제하는 다중 표적항암제이다. 주로 수용체 티로신 키나제(RTK)를 억제하여 전이, 혈관 신생, 암세포 성장을 저해한다. 난치성·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의 경우,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표적 키나제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다중 표적항암제가 유리할 것으로 추천되고 있다.
카보메틱스는 2016년 4월 25, 화이자의 ‘수텐정’(Sutent, 성분명 수니티닙 Sunitinib)’이나 다른 혈관신생억제제 항암치료제로 치료받고도 암이 계속 진행 중인 신장암(신세포암) 환자의 단독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17년 12월19일에는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진행성 신장암 치료제(1차약)으로 승인받았다.
2019년 1월 14일에는 바이엘의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으로 치료했으나 진행된 간세포암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21년 1월 22일에는 진행성 신장암에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PD-1 억제제 계열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과의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2021년 9월 17일에는 이전에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VEGFR) 억제제 표적치료제로 치료받은 이후 진행된 방사성 요오드에 불응성이거나 부적격한 전이성 분화 갑상선암(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DTC)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앞서 카보잔티닙과 동일 성분의 ‘코메트릭’(Cometriq)이 2012년 11월 29일에 전이성 갑상선수질암(medullary thyroid cancer, MTC)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갑상선암은 분화 갑상선암, 갑상선 수질암, 미분화암(역형성암) 등으로 나뉜다. 분화갑상선암은 다시 유두 갑상선암과 여포상 갑상선암으로 나뉜다. 유두 갑상선암이 전체 갑상선암의 90%를 차지하고 다른 갑상선암에 비해 예후가 좋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9월에 카보메틱스를 허가했다. 카보메틱스의 미국 및 캐나다 판권은 엑실리시스, 일본 판권은 다케다제약이 보유하고 있다. 그밖의 지역의 판권은 프랑스 입센이 갖고 있다.
카보메틱스의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적응증은 내년 하반기 또는 2025년 초반에 FDA 승인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보메틱스는 간암과 폐암에서 수년간 임상 실패를 맛봤다. PD-1/L1 억제제 투여 후 진행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간암에서는 바이엘의 넥사바를 능가하지 못했다.
2022년 12월 엑실리시스는 비소세포폐암 3상 Contact-01에서 면역관문억제제와 백금화학요법 치료 도중 또는 이후 질병이 진행된 돌연변이가 없는 366명의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카보메틱스와 로슈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 병용요법이 화학요법제 대비 생존기간 연장 입증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1차 전체생존기간은 물론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 객관적 반응률, 반응지속 기간 등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카보메틱스는 2021년 6월, 간세포암 처음 치료 환자 740명을 대상으로 카보메틱스+티쎈트릭 병용요법을 바이엘의 넥사바정와 비교평가한 ‘COSMIC-312’ 3상 연구에서 1차 평가지표 중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37%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입증됐지만 다른 1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 OS)은 경향성만 보였을 뿐 통계적 유의성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카보메틱스와 로슈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와의 병용요법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CONTACT-02 임상시험에서 2가지 주요평가지표 중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생존기간은 개선 추세는 보였지만 분석기간이 짧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로써 엑실리시스는 전립선암과 신경내분비종양을 발판으로 반전의 기회를 갖게 됐다. 엑실리시스는 올해 3월 신장암 관련 CONTACT-03 임상에서 실패한 바 있다.
국내서는 보령이 ‘카보메틱스’의 물질특허(국내 특허권자 입센코리아, 2032년 2월 만료)를 회피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제네릭을 내놓기 위한 전략이다. 카보메틱스의 국내 시판후 조사(PMS)는 올해 9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를 기점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