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백신인 ‘아브리스보’(Abrysvo)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모성 예방접종(maternal immunization) 용도로 21일(현지시각) 승인받았다.
아브리스보는 이번에 임신 32~36주에 모성 예방접종을 통해 능동면역을 확립함으로써 출생 직후부터 최대 생후 6개월의 영유아의 하기도감염증(LRTD) 및 RSV 감염으로 인한 중증 LRTD을 예방하는 용도로 허가받았다.
앞서 아브리스보는 지난 5월 31일 60세 이상 고령자의 RSV에 의한 하기도감염증을 예방하는 용도로 FDA 첫 허가를 획득했다.
항원보강제를 첨가하지 않은 백신에 속하는 아브리스보는 RSV A형 및 B형 RSV 균주에 대한 보호를 최적화하기 위해 선택된 2종의 융합 전 F 당단백질 2개로 구성돼 있다.
이번 승인은 임신 중 백신을 접종해 건강하게 출생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기도감염증(LRTD) 및 RSV 감염으로 인한 중증 LRTD 예방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한 3상 ‘MATISSE’(MATernal Immunization Study for Safety and Efficacy)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 대조 방식의 3상 임상시험이다.
그 결과는 지난 4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됐다. 3682명의 산모가 아브리스보 백신을, 3676명이 위약을 맞아 각각 3570명과 3558명의 유아가 평가를 받았다.
백신군 여성 영아 6명과 위약군 여성 영아 33명에서 출생 후 90일 이내에 의학적으로 중증 하기도질환이 발생했다. 이로써 백신 유효성은 81.8%로 평가됐다. 출생 후 180일 이내엔 각각 19건, 62건이 발생해 백신 유효성이 69.4%로 산출됐다. 이로써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나아가 출생 후 210일과 360일 동안 각각 45%, 41% 감소시켰으며, RSV 관련 입원을 예방하는데 생후 60일에 68%, 180일에 57%의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관찰된(Medically attended, 의료진이 검진한) RSV 관련 LRTD는 백신군 영아 24명, 위약군 영아 56명에서 출생 후 90일 이내에 발생했다. 이는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산모 참가자나 최대 24개월의 영유아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산모의 접종 후 1개월 이내 또는 영유아의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보고된 이상반응 발생률은 각각 13.8%, 37.1%로서 위약군(각각 13.1%, 34.5%)과 비슷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에릭 시몽이스(Eric A.F. Simões) 임상교수는 “면역계가 아직 충분하게 발달하지 못한 데다 감염증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강력함이 확보되지 않은 신생아와 영유아를 모성 예방접종을 통해 출생 직후부터 RSV 감염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 아브리스보의 모성 예방접종이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영유아가 감염에 가장 취약한 시기인 생후 처음 6개월 동안 지체 없이 RSV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보증하게 됐고, 의료인에게 중증 RS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RSV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폐와 기도(氣道)에 영향을 미쳐 중증질환 또는 사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50만~60만명의 영유가 RSV 감염으로 인한 하기도감염증에 걸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세 미만 영유아의 주요한 입원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선 매년 약 300명의 5세 미만 어린이가가 RSV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아브리스보는 올해 3월 2월 FDA로부터 모성 예방접종에 의한 능동면역 확립으로 생후 최대 6개월까지 신생아들의 RSV 관련 하기도 감염증을 예방하는 용도로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앞서 2월 21일에는 같은 적응증으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았다.
다만 지난 5월 FDA 산하 백신 자문위는 아브리스보가 임신 2기와 3기의 예방접종이 신생아의 RSV 감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이번에 승인이 나면서 접종기간이 임신 32~36주로 대폭 줄어 백신 사용기간이 대폭 준 게 화이자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FDA가 사용기간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은 7000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의 임상시험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 중 조산 발생률이 더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아울러 이달 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화이자 아브리스보 백신이 자사의 RSV 예방 ‘아렉스비’(Arexvy) 백신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해 먹구름이 낀 상태다.
화이자의 애널리사 앤더슨(Annaliesa Anderson) 백신 연구개발 부문 최고과학책임자는 “최초이자 유일한 모성 에방접종 백신으로 ‘아브리스보’가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RSV 감염으로 인한 중증 위험성이 가장 큰 연령대인 생후 6개월 이하의 영유아 보호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이 어린이의 RSV 감염으로 인한 폐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 17일 아스트라제네카(AZ)와 사노피가 공동 개발한 장기지속형 신생아 및 영유아용 RSV 예방 항체 ‘베이포터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 nirsevimab-alip)가 FDA 승인을 얻었다. 단일클론항체로서 베이포터스는 생애 최초의 RSV 유행 시즌에 직면한 신생아 및 영유아와 생애 두 번째 RSV 시즌을 거치면서 여전히 중증 RSV 질환에 취약한 생후 최대 24개월 연령대 소아에게 RSV로 인한 하기도 감염증을 예방하는 항체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화이자의 모성예방 백신은 보다 이른 단계에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RSV 유행 시즌은 북반구의 경우 일반적으로 늦가을에 시작하여 겨울에 최고조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시즌에는 아브리스보와 베이포터스가 이 시장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아렉스비는 아직 모성 예방접종 용도로 승인받지 못했다.
화이자는 현재 2~17세의 RSV 감염 고위험 어린이를 대상으로 아브리스보를 임상시험 중이다. 또 18~59세의 면역력이 저하된 성인을 대상으로도 임상 평가 중이다. 성인 중 천식,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와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RSV 위험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