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사 입센은 경구용 선택적 레티노산 수용체 감마(RARγ) 촉진제 ‘소호노스’(Sohonos 성분명 팔로바로텐 palovarotene) 캡슐제가 초희귀 유전성 골질환인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소호노스는 FOP를 나타내는 8세 이상의 여아, 10세 이상의 남아 및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FOP는 근육, 힘줄, 인대 같은 연체 결합조직에서 영구적이고 지속적인 뼈 형성을 유발하는 초희귀질환이다. 이로 인해 이동능력을 비롯해 스스로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자가치료(selfcare)도 불가능하고,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FOP 환자들은 대다수가 30세 무렵에 이르면 휠체어와 전일제(full-time)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증상을 관리할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완화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호흡곤란과 심폐기능부전이 이어져 평균수명이 56세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관절강직증 탓에 낙상으로 인한 골절 또는 두부(頭部)손상이 사망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만 약 400명, 전세계적으로는 약 900명의 FOP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100만명 당 0.6명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DA는 FOP 소아 및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다의료기관, 개방표지, 단일군 3상 MOVE 임상에서 도출된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를 근거로 소호노스를 승인했다.
107명(전세계 환자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의 환자가 피험자로 등록돼 소호노스를 경구 복용했다. 소호노스 투여군은 표준치료 외에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기존 연구 기반)과 비교했을 때 연간 이소성 골화증 볼륨(annualized heterotopic ossification volume)이 가중선형 복합 효과측정 모델(weighted linear mixed effect model) 기준으로 54% 감소했다.
이와 함께 소호노스는 양호한 안전성 프로필을 나타냈고, 부작용은 전신성 레티노이드 계열의 치료제에 준하는 정도였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 약물치료 관련 부작용은 피부건조증·입술건조증 등 피부점막 증상, 탈모증, 약물발진, 소양증, 관절통을 포함한 근육골격계 증상, 성장판 조기폐쇄 등이었다. 임상 18개월 차에 확보된 자료는 의학 학술지 ‘골‧미네랄 연구’(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IF=6.2)에 게재됐다.
팔로바로텐은 레티노산 수용체 감마(Retinoic Acid Receptor Gamma, RARγ) 촉진제로서 골격의 발달과 이소성 골형성(heterotopic ossification, HO)에서 중요한 조절자(억제자) 역할을 하는 레티노산 수용체 감마를 표적으로 삼아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팔로바로텐의 원 개발사는 로슈다. 원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임상에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2011년 동물실험에서 팔로바로텐의 이소성 골화증(heterotopic ossification, HO) 억제 효과가 입증됐다. 이에 클레멘티아파마슈티컬스(Clementia Pharmaceuticals)가 로슈로부터 팔로바로텐의 라이선스를 사들였다. 2019년 2월 입센이 클레멘티아를 13억1000만달러(11억유로)에 사들이면서 팔로바로텐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팔로바로텐 승인으로 로슈를 소정의 로열티를 받게 될 예정이다.
팔로바로텐은 2022년 12월 FDA로부터 승인 반려를 통보받았다. 입센은 올해 3월 보완자료 제출을 마치고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심사기한을 오는 8월 16일로 확정받았다. 지난 6월 29일 FDA 자문위로부터 승인 권고 의견을 얻었다. 캐나다(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조건부 승인)에서도 이미 허가를 획득했다.
이 약은 2014년에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FOP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EMA는 지난 7월 19일,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승인 반대 권고 결정에 따라 유효성 입증 미비를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입센의 하워드 메이어(Howard Mayer) 부회장 겸 연구개발 담당 대표는 “FDA의 소호노스 승인은 미국 내 FOP 환자 커뮤니티에겐 획기적인 쾌거”라며 “이소성 골화증으로 알려진 새롭고 비정상적인 골 형성 및 성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돼 처음 허가를 취득한 치료제가 의사들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은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며 “피험자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