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바이오젠(Biogen Inc. 나스닥 BIIB)은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플라노(Plano) 소재 리아타파마슈티컬스(Reata Pharmaceuticals, 나스닥 RETA)를 주당 현금 172.50달러, 총액 7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172.5달러는 27일 종가(108.55달러)에 59%의 웃돈이 얹힌 금액이다.
바이오젠은 리아타 인수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이뤄졌다며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매우 보완적인 혁신제품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아타는 심각한 신경계질환의 세포 대사와 염증을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2월 28일에는 16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의 프리드리히운동실조증(Friedreich’s ataxia, FA) 치료제로 개발한 ‘스카이클라리스’(Skyclarys, 성분명 오마벨록솔론 omaveloxolone, RTA48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시판허가를 얻었다. 리아타 역사 21년 만에 처음 얻은 신약이다. 이 희귀질환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다. 현재 미국에서 제품 출시가 진행 중이며 유럽에서는 허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스카이클라리스의 가격은 1년에 37만달러로 정해졌다. 증권 분석가들은 2030년에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도 리아타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통증치료제 셈도메스핍(cemdomespib, 1상 완료, 2023년 3분기에 2상 착수)을 포함해 Nrf2 활성화제(activator)인 RTA415 및 RTA417 등 신경계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스카이클라리스를 이을 3상 단계의 신약후보는 없는 게 한계다.
스카이클라리스와 RTA415 및 RTA417 등은 Nrf2 활성화제다. Nrf2는 염증유발을 억제하고,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며,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회복해 염증 용해 반응을 유도하는 경로에서 작용하는 전사인자다.
바이오젠의 크리스 비바허(Chris Viehbacher) 최고경영자는 “척수성근위축증 (SMA) 치료제인 ‘스핀라자’(Spinraza)와 최근 출시된 근위축성측상경화증(ALS) 치료제 ‘칼소디’(Qalsody) 출시로 입증된 바와 같이 바이오젠은 희귀질환 제품 개발과 글로벌 상용화에 대한 광범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카이클라리스를 전세계 환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바이오젠의 단기 성장 궤도를 강화하는 특별한 기회”라며 “스카이클라리스는 우리의 글로벌 신경근육계질환 및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리아타의 워런 허프(Warren Huff)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바이오젠은 스카이클라리스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성과 상업적 입지를 갖춘 최적의 기업”이라며 “바이오젠이 희귀질환 환자 여정에 대한 이해와 기존 상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카이클라리스를 파괴적인 유전질환에 대한 표준치료제로 확립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의 리아타 인수는 올해 4분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젠은 리아타 인수가 올해와 내년에는 부담을 주겠지만 2025년부터 비-일반회계기준 희석 주당순이익(EPS)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위기에 처한 바이오젠을 구원하기 위해 CEO에 오른 비바허는 “올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의사가 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대략 73억달러의 현금이 있습니까”라는 대답으로 딴청을 피웠다.
바이오젠은 주도 제품들의 특허만료와 알츠하이머병 신약인 ‘애듀헬름’( 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 영업 실패로 2019년 144억달러였던 수익이 지난해 102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24년말 까지 직원 1000명 또는 전체 직원(8752명)의 11%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지난 26일 밝힌 바 있다.
바이오젠은 인력감축을 통해 2025년까지 10억달러의 운영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 중 3억달러는 신제품 출시와 연구개발에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비바허는 그동안 자신을 ‘혁신 옹호자’ ‘성장을 위한 적임자’(Fit For Growth)로 지칭했는데 28일 전격적으로 리아타 인수를 발표했다. 이날 그는 “구조조정(reengineering)이 필요하다”며 “(해고는) 단순한 비용 절감 운동이 아니다. 조직의 층을 이동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젠은 리아타 인수로 스카이클라리스 승인 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부여받은 우선심사 바우처(PRV)를 덤으로 얻었다. PRV는 거래가 가능해 대략 1억달러의 가치가 있다. 바이오젠은 PRV를 타사에 판매할지 또는 자체 사용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오젠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마이클 맥도넬(Michael McDonnell)은 앞으로도 바이오젠은 인수합병을 계속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단기 손익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거래에 대한 연방거래위원회(FTC,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파이프라인의 중복이 없기 때문에 거대 제약사의 인수합병에서 이뤄지는 수준의 정밀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미즈호 증권사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5%가 바이오젠에게 좋은 거래가 아니라고 답했고, 41%가 찬성했다. 또 응답자의 52%는 스카이클라리스의 최고 매출이 연간 15억달러에서 10억~15억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수의 투자자(투자사)가 바이오젠의 리아타 인수를 “절박하다” “비싸다”고 말했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이를 칭찬했다. 한 투자자는 “적합한 유형의 거래다. 과거의 투기적 인수합병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상업적이고 탈위험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밸류에이션(가치 평가)는 후했지만 바이오젠이 과도한 돈을 지불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