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캠브리지의 RNA 간섭(RNAi) 기술 전문기업인 알닐람파마슈티컬스(Alnylam Pharmaceuticals, 나스닥 ALNY)와 함께 RNA간섭(RNAi) 기반의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키로 제휴했다고 2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고혈압을 목표로 2상을 진행 중인 RNAi 치료제 질레베시란(zilebesiran)을 공동으로 개발하게 된다. 미국에서 질레베시란을 공동으로 상용화하고 비용과 이익을 균등하게 나누기로 했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로슈가 독점적 상용화 권리를 갖는다.
알닐람은 첫 번째 심혈관질환 적응증에 대한 공동 임상개발(3상) 계획을 주도할 계획이다. 로슈는 차후 추가적인 적응증에 개발을 주도할 수 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알닐람은 로슈로부터 3억1000만달러를 선불로 받고,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해 개발, 인허가, 상용화 마일스톤 지급금과 미국 외 지역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잠재적인 거래 가치는 최대 28억달러 규모다.
1상 임상시험에서 질레베시란은 위약과 비교했을 때 혈청 안지오텐시노겐(angiotensinogen)의 용량 의존적인 감소를 보였다. 질레베시란 200mg 이상 용량의 단회투여 이후 24시간 동안 혈압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조절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됐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지난 19일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됐다.
질레베시란은 지속적인 임상 개발을 뒷받침하는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질레베시란의 안전성과 효능은 알닐람의 KARDIA 2상 임상에서 단독요법(KARDIA-1) 또는 표준 항고혈압약물 3개 중 1개와의 병용요법(KARDIA-2)으로 계속 연구되고 있다.
질레베시란은 긍정적인 임상 1상 데이터에 따라 질환 최고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심혈관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에게 혁신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알닐람은 설명했다. 또 연 2회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다. 이밖에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적응증에서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고혈압은 전 세계 12억명 이상의 성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사망과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예방 가능한 주요 위험인자다. 그러나 고혈압을 가진 성인 중 약 80%는 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레베시시란은 간내 안지오텐시노겐(angiotensinogen) 합성을 막는 RNA 간섭 치료제다. 안지오텐시노겐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안지오텐신의 전구체다. RNA 간섭 치료제는 화학적으로 합성된 이중가닥 RNA(shRNA 또는 siRNA) 또는 마이크로RNA(miRNA)가 전사 과정을 마친 특정 유전정보를 가진 메신저RNA(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함으로써 단백질 합성을 차단,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침묵시키는) 것을 말한다.
로슈의 제약부문 CEO 테레사 그레이엄(Teresa Graham)은 “알닐람과 협력하해 우리의 강력한 연구개발 역량과 심혈관 진단 분야 리더십, 질환 내 최고가 될 유망한 치료제를 계속 개발할 수 있는 글로벌 상업적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로슈는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표준치료를 재정의해 왔다”며 “알닐람 같은 강력한 파트너와 함께 심혈관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와 잠재적인 다른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닐람의 이본 그린스트리트(Yvonne Greenstreet) 최고경영자는 “알닐람의 검증된 RNAi 치료제 개발 실적과 로슈의 글로벌 상업적 영향력, 혁신에 대한 헌신, 중증 심혈관질환 환자를 위해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결합하는 협업을 발표하게 돼 매우 짜릿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업을 통해 질레베시란을 보다 강력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에게 도달하기 위한 심혈관질환 임상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알닐람은 지난 17일에도 알츠하이머병 및 대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cerebral amyloid angiopathy, CAA) 치료제로 개발 중인 ALN-APP의 긍정적 1상 중간 결과를 보고했다.
소간섭 RNA(small interfering RNA, siRNA)인 ALN-APP는 임상에서 단회 투여만으로 조기발병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Alzheimer’s disease (EOAD의 발병 인자인 아밀로이드전구단백(amyloid precursor protein, APP) 수치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APP는 분해돼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Aβ) 등 다양한 부산물을 만들어내 알츠하이머병이나 CAA를 유발한다. 특히 APP 유전자의 과발현, APP 단백질분해(proteolysis)는 EOAD 발병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알닐람의 ALN-APP는 APP를 표적하는 소간섭 RNA 치료제로서 APP의 mRNA에 결합해 APP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며, APP의 분해로 인한 Aβ 등 하위단백질의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뇌신경 기능장애를 유발한다.
알닐람은 지난 7월 16~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병협회국제컨퍼런스(AAIC 2023)에서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