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9월에 노바티스에서 분사될 것으로 알려진 산도스가 시장 확장을 위한 물밑작업과 효율성 없는 시장에 대한 정리를 병행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산도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슬로베니아 류블랴나(Ljubljana)에 9000만달러(1152억원)를 투자해 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고 200명을 신규 고용할 계획이라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 1분기에 단행한 첫 투자에 이어 두 번째다. 노바티스는 올해 3월 산도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슬로베니아에 4억달러(5100억원) 규모 바이오시밀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노바티스 이사회는 지난 7월 18일 산도스를 독립형 상장기업으로 100% 분사하는 방안을 만창일치로 결의하고, 오는 9월 15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에서 투표를 거쳐 이를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2022년 8월에 산도스 사업부를 분사(spin off)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주총에서 분사안이 승인되면 올 4분기 초에 정식 분사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이를 미국 증권예탁소(American Depositary Receipt, ADR)에 보관할 계획이다.
노바티스는 2021년부터 산도스를 분사시킬 것인가, 놔둘 것인가, 매각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왔다. 2022년 4월까지만 해도 채산성이 떨어지고 혁신신약(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 희귀질환신약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과 거리가 먼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접기 위해 매각설이 유력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필수의약품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전략을 급전시켰다. 현재는 유럽 최고의 제네릭 의약품 회사, 나아가 글로벌 제네릭 선도회사가 되는 게 분사를 앞둔 산도스의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도스가 모든 나라에서 적극적인 진출 전략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출구 전략을 통해 제품을 매각 또는 위탁판매하거나 현지 법인이나 공장을 정리하는 것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산도스의 경우 올해 초부터 전면 철수하는 계획이 알려졌다. 이는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하고 우수한 메이커가 많은 한국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는 1996년 시바-가이기(Ciba-Geigy)사와 산도스(Sandoz)사가 합병해 출범했다. 18세기 중반 스위스 바젤에 설립된 화학약품 및 염료 무역업체인 가이기(Geigy), 1859년 염료 생산을 시작한 시바(Ciba), 1886년 스위스 바젤에 설립된 화학기업 산도스(Sandoz) 등 유서 깊은 기업들이 힘을 모았다.
이후 노바티스는 산도스란 브랜드파워를 사장시키는 게 아까워 2003년 1월 부활시켰다. 당시 미국의 제네바(Geneva) 제약회사, 독일의 아주팜(Azupharm), 오스트리아의 바이오케미(Biochemie) 등 노바티스 산하 14개 제네릭 제약사는 산도스를 공동 브랜드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헥살코리아가 설립됐다가 2006년 한국산도스로 이름을 바꿨고, 최근까지 노바티스의 옛 제네릭 및 특허만료 제품을 국내에 판매해왔다. 한국산도스는 지난 5월부터 국내법인 정리에 들어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산도스는 국내 철수를 결정하면서 지난 5월 삼일제약에 산도스 제품의 독점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산도스는 40여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산도스암로디핀정', '산도스아토르바스타틴정' 등 만성질환 제품을 비롯해 '산도스파클리탁셀주', '산도스졸피뎀정' 등 항암제와 중추신경계(CNS) 제품이 있다. 시판 허가 중인 모든 제품은 삼일제약을 통해 유통되지만, 일부 심혈관계 제품은 전략적인 결정으로 허가를 취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월초부터 삼일제약이 한국산도스 제품을 위탁 판매하고 있다. 삼일제약은 산도스 위탁 판매를 통해 본래 보유했던 자사 전문약 118개에 더해 한국산도스 전문약 41개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국산도스가 자진 취하할 품목은 다소 늘어날 수 있다.
한편 삼일제약으로서는 기존의 강점인 안과 의약품 외에 중추신경계 의약품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면제인 '산도스졸피뎀정', 항우울제인 ‘산도스설트랄린정’, 편두통치료제 ‘나라믹정’(성분명 나라트립탄) 등 다수의 CNS 제품을 산도스로부터 받는다.
앞서 삼일제약은 2021년부터 화이자의 사업부문이었던 업존(Upjohn)과 마일란(Mylan)이 결합해 출범한 비아트리스의 정신과 치료제 유통을 담당하며 CNS 시장을 공략해 왔다.
삼일제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올해 1월부터 국내 출시된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아멜리부주’(성분명 라니비주맙)의 유통을 맡고 있다. 아멜리부의 오리지널은 로슈(제넨텍, 국내서는 노바티스가 유통)의 ‘루센티스주’로서 올해 1월 출시된 종근당의 바이오시밀러인 ‘루센비에스주’와 함께 이들 제품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노바티스는 지난해 9월 산도스차이나의 중국 광둥성 중산(中山, Zhōngshān) 공장을 1510만달러에 중국의 위탁생산업체(CDMO)인 저장성의 지우저우파마슈티컬(九洲藥業))에 매각했다.
글로벌 산도스는 2022년 기준 순매출 92억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약 49억달러, 미국에서 18억달러, 기타 지역 26억달러다. 한국에서는 2019년 23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게 최신 자료다.
글로벌 산도스는 오래된 제품의 매각 또는 위탁유통 추진 과정에서도 괜찮은 제품을 도입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산도스는 올해 1월 24일, 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의 항진균제 ‘마이카민주사’(Mycamine 성분명 미카펀진 Micafungin)의 글로벌 권리를 인수했다. 계약에 따라 아스텔라스는 산도스로부터 6250만~7500만달러를 선불로 받고 차후 잠재적인 매출 기반의 마일스톤도 지급받게 된다.
아스텔라스는 일본의 다케다제약, 에자이 등과 함께 오래된 약을 버리고 혁신신약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열혈인 제약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