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이이찌산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반플리타’(Vanflyta, 성분명 퀴자티닙, quizartinib, 개발코드명 AC220)를 FLT3-ITD 양성인 새로 진단된 급성골수성백혈병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한 표준 시타라빈+안트라사이클린 유도요법 및 시타라빈 공고요법과의 병용요법, 공고 화학요법 이후 단독 유지요법으로 승인했다고 20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FDA는 새로 진단된 AML 환자에서 FLT3-ITD 변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동반진단 검사로 ‘LeukoStrat CDx FLT3 Mutation Assay’를 동시에 승인했다.
반플리타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HSCT) 이후 단독 유지요법으로는 허가되지 않았다. 이 환경에서는 반플리타의 전체 생존기간(OS) 개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성인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이다. 미국에서 올해에 2만380명의 신규 AML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 진단된 AML 환자 중 최대 37%는 FLT3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으며 이 중 약 80%가 FLT3-ITD 변이다. 이 변이는 암 성장을 촉진하고 재발 위험을 증가시키며 생존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FLT3-ITD 변이 AML의 5년 생존율은 20% 정도다.
반플리타는 미국에서 FLT3-ITD 양성 AML에 허가되고 새로 진단된 AML에 이식을 받지 않은 환자에서 유도요법(induction), 공고요법(consolidation), 유지요법(maintenance) 등 항암요법의 3가지 단계에 걸쳐 승인된 최초이자 유일한 FLT3 억제제다. 다이이찌산쿄는 미국에서 반플리타를 향후 몇 주 내에 처방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다이이찌산쿄는 미국에서 2019년부터 퀴자티닙의 승인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이이찌는 2014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암비트바이오사이언스(Ambit Biosciences)를 4억1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반플리타를 확보했다. 인수 이전 암비트는 2009년 일본 아스텔라스와 4000만달러(선불금) 규모의 계약을 맺고 퀴자티닙 및 기타 FLT3 억제제 파이프라인을 공동 개발해왔다. 아스텔라스는 2013년 5월 암비트가 나스닥에 상장(IPO)되자 상용화 전에 최대 3억50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제휴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섰다.
다이이찌산쿄는 2018년 5월, 퀴자티닙이 화학요법보다 AML 환자의 수명을 연장했다는 데이터를 통해 2차 치료제로 FDA에 신약승인신청을 제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FDA 우선심사 대상에 지정됐다.
그러나 FDA는 2019년 4월에도 요청한 추가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같은 해 8월 25일로 심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그 사이 반플리타는 일본에서 2019년 6월에 재발성/불응성 FLT3-ITD 양성 AML 치료제로 승인받았지만, FDA는 일본 승인 사흘 뒤 반플리타의 승인을 거부하는 대응종결서신(CRL)을 보내 승인 거절을 통보했다.
FDA는 2019년 5월에 공개한 브리핑 자료에서 “3상 AC220-007 연구에서 환자 무작위 배정 과정에서 치료되지 않은 환자군이 불균형하게 배치된 점, 전체 결과와 하위그룹 간 결과가 불일치한 점, 후속요법의 효과에 대한 하위연구 결과가 전체 해석에 대해 영향을 미친 점 등을 들어 임상시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지 여부에 대해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FDA 자문위 소집에서 8대3으로 승인을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한 표결 결과가 나왔다.
FDA는 올해 4월에도 반플리타의 심사기한을 올 7월로 3개월 연기한 바 있다. 유효성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만 안전성 모니터링에 필요한 제안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022년 6월 11일 반플리타가 긍정적인 3상 생존 데이터를 유럽혈액학회(EHA)에서 게시하면서 미국 내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퀴자티닙 병용요법이 화학요법 단독요법 대비 사망위험을 22.4% 낮추고 중앙값 39.2개월의 추적 결과 전체생존기간은 31.9개월 대 15.1개월로 2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반플리타는 일본에서 올해 5월에 새로 진단된 FLT3-ITD 양성 AML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추가 적응증을 받았다. 이번 미국에서 승인된 적응증과 같은 내용이다. 한편 반플리타는 유럽연합에서도 2019년 10월 승인 거절을 당했으며 지난해 8월 3년 만에 유럽에 다시 승인신청을 냈다. 현재 심사 중이다.
가까스로 반플리타가 미국에서 허가받았지만 경쟁 시장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LT3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노바티스의 ‘라이답연질캡슐’(RYDAPT, 성분명 미도스타우린, Midostaurin, 2017년 4월 계열 첫 FDA 승인)과 아스텔라스의 ‘조스파타정’(Xospata 성분명 길테리티닙 Gilteritinib, 2018년 11월 FDA 승인)이 미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이이찌는 AML 시장에서 치료의 3단계에 걸쳐 모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점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스파타는 466억엔(약 3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일으켰다. 라이댑은 지난해 매출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2021년 매출은 3억7110만달러로 추산되며 2028년까지 매년 21.4% 성장할 것이란 리포트가 나와 있다.
이번 반플리타의 FDA 승인은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2023년 5월 13일자에 게재된 QuANTUM-First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QuANTUM-First는 새로 진단된 FLT3-ITD 양성 AML 환자 539명이 등록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3상 연구다.
임상시험에서 반플리타와 표준 시타라빈+안트라사이클린 유도요법 및 시타라빈 공고요법과의 병용요법, 공고요법 후 반플리타 단독 유지요법 등은 새로 진단된 FLT3-ITD 양성 AML 환자의 사망 위험을 표준 화학요법 단독요법 대비 22% 감소시켰다.
완전관해율(CR)은 두 그룹이 유사했는데 완전관해 기간 중앙값은 반플리타 투여군이 38.6개월, 위약+표준 화학요법군이 12.4개월로 반플리타 투여군이 3배 이상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플리타의 안전성은 QuANTUM-First에서 반플리타를 1일 1회 경구 복용한 새로 진단된 FLT3-ITD 양성 AML 환자 265명을 대상으로 평가됐다.
반플리타 처방 정보에는 QT 연장, 다형성 심실빈맥(torsades de pointes), 심정지 위험에 대한 박스 경고문이 포함됐다. 이러한 심각한 위험 때문에 미국에서 반플리타는 위해평가완화전략(REMS)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사용 가능하며 인증된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만 처방 및 조제된다.
심전도 QT 연장 사건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피험자의 14%에 달했다. 위중한 3~4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3%였다.
이밖에 반플리타군의 10% 이상에서 발생하고 위약군과 2%p 이상의 격차를 보인 부작용으로는 림프구감소증(60%), 저칼륨혈증(59%), 저알부민혈증(53%), 저인산혈증(52%), 알칼리성 포스파타제 증가(51%), 저마그네슘혈증(44%), 열성 호중구감소증(44%), 설사(42%), 점막염(38%), 메스꺼움(34%), 저칼슘혈증(33%), 복통(30%), 패혈증(30%), 호중구감소증(29%), 두통(28%), 크레아틴 포스포키나제 증가(26%), 구토(25%), 상기도감염(21%), 고아미노전이효소혈증(hypertransaminasemia, 19%), 혈소판감소증(18%), 식욕 감소(17%), 진균 감염(16%), 비출혈(15%), 고칼륨혈증(15%),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14%), 불면증(14%), 고마그네슘혈증(14%), 고나트륨혈증(13%), 소화불량(11%), 빈혈(11%), 눈 자극(11%) 등이었다.
다이이찌산쿄의 켄 켈러(Ken Keller) 항암제사업부 글로벌 총괄 겸 미국지사 CEO는 “반플리타는 다이이찌산쿄가 미국에서 승인받은 3번째 항암제”라며 “AML의 FLT3-ITD 아형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받는 3단계의 치료에 걸쳐 최초로 승인된 FLT3 억제제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이이찌산쿄는 2019년 12월 20일 HER2 양성의 절제불가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3차 치료제로 항체약물결합체(ADC)인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 fam-trastuzumab deruxtecan-nxki)가 FDA 허가를 처음 받았다. 최근에는 2022년 8월 6일과 11일, 각각 HER2 (ERBB2) 변이를 가진 유방암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2019년 8월 2일엔 다이이찌산쿄의 자회사인 플렉시콘(Plexxikon)이 개발한 '투랄리오’(TURALIO, 성분명 펙시다르티닙, pexidartinib)가 비악성(nonmalignant) 희귀 쇠약종양인 건활막거대세포종(Tenosynovial Giant Cell Tumor, TGCT, 관절의 활막초·윤활낭·힘줄 등에 발생) 치료제로 FDA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듀크대학병원 암센터의 혈액암 및 세포치료 담당 교수인 해리 에르바(Harry P. Erba)는 “반플리타 승인은 가장 공격적이고 치료하기 어려운 유형의 하나인, 새로 진단된 FLT3-ITD 양성 AML 환자의 치료에서 상당한 발전을 의미한다”며 “QuANTUM-First 임상시험에서 표준 화학요법에 반플리타를 추가해 유지요법을 계속하면 완화 기간이 길어지고 전체생존기간이 연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생존과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