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의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는 탄저균 백신(Anthrax Vaccine) ‘사이펜더스’(Cyfendus)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취득했다고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지금까지 ‘AV7909’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린 ‘사이펜더스’는 탄저균(Bacillus anthracis)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거나 탄저균 노출이 확인된 18~65세 연령대 성인들을 위한 노출 후 예방(post-exposure prophylaxis) 백신으로 승인받았다.
이머전트는 2018년 12월, 사이펜더스에 대한 사전 긴급사용승인(pre-emergency use authorization) 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2019년부터 미국 보건복지부는 국가 생물학적 무기 테러전에 대한 대비 태세를 구축하기 위해 사이펜더스의 조달을 개시했다.
사이펜더스는 권고된 항균제와 함께 투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사이펜더스가 나타낸 노출 후 예방 효능은 오직 탄저균 흡입을 유도한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평가됐다. 기타 실험과 인간 대상 임상시험은 참고자료로 활용됐다.
이 가운데는 건강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사이펜더스를 2회 근육주사(각각 0.5mL)한 후 일관성,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본임상 3상 시험 1건, 사이펜더스와 탄저균 노출 후 예방 용도로 허가된 항균제들을 함께 사용했을 때 불간섭 여부를 평가한 2상 시험 1건, 치명적인 탄저균 포자에 대응해 사이펜더스가 나타낸 보호효능과 중화항체 수치 등을 평가한 비임상시험 결과 등이 포함돼 있다.
사이펜더스는 비바이러스성, 무피막화된 탄저균을 미호기성(microaerophilic) 배양액에서 배양한 무세포 여과액으로 만들어진다.
승인을 뒷받침한 3상 연구(CT03877926)는 18~65세 성인을 대상으로 사이펜더스의 로트별 일관성, 면역원성, 안전성을 다의료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평행군 방식으로 평가했다.
임상 결과 사이펜더스 투여군은 66.3%가 64일(공동 1차 평가지표)에 백신 유도 TNA 50% 중화인자(TNA 50% neutralization factor, NF50 ) 반응값 0.56 이상을 달성했다. 사이펜더스는 또 공동 1차 평가지표인 64일차에 임계값 TNA NF50 값 0.29 이상을 달성한 참가자 간의 백분율 차이를 기준으로 기존 탄저균 백신(BioThrax)보다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상 연구(NCT04067011)에서 사이펜더스를 경구용 시프로플록사신 또는 독시사이클린과 병용 투여했더니 항생제의 약동학 또는 사이펜더스의 면역원성에 임상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18세에서 45세 사이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 임상에서 보고된 사이펜더스에 보고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 부위 반응이었다. 세분하면 압통(88.1%), 통증(86.3%), 팔 운동 제한(63.7%), 열감(51.2%). 경화(37.5%), 가려움증(21.9%), 부기(19.7%), 홍반/발적(17.9%)이었다. 가장 흔한 전신 이상반응은 근육통(75.2%), 피로(67.1%), 두통(58.0%)이었다.
사이펜더스는 흡착 탄저균 백신(Anthrax Vaccine Absorbed, AVA)과 항원보강제(Adjuvant)로 구성돼 있다. 14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했을 때 감염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해 주는 면역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입증됐다. Absorbed란 의미는 항원이 흡착제 표면에 코팅된 것처럼 발라져 있다는 것이다.
사이펜더스는 탄저균으로 인한 대규모 공공보건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는 외에도 이미 노출 전 예방(post-exposure prophylaxis) 탄저균 백신인 ‘바이오스락스’(BioThrax)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이펜더스 승인은 바이오스락스의 후속 작품이면서 노출 전 예방과 노출 후 예방을 모두 커버하는 바탕이 된다.
이머전트는 탄저균 치료제로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제 다중클론항체 ‘앤스라실’(Anthrasil), 단일클론항체 치료제 락시바쿠맙(raxibacumab) 등의 탄저균 프랜차이즈를 구축해 왔다.
바이오스락스는 2008년 12월에 현재의 근육주사 형태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이 때 총 투여횟수가 6회에서 5회(기본접종 4회+보강 접종 1회)로 조정됐다.
바이오스락스의 항원은 탄저병 균주의 ‘V770-NP1-R’로 알려진 본래 독성이 있지만 바이러스성과 캡슐이 없는 변이를 배양한 여과액에서 추출된다. 보강제는 수산화알루미늄이 이용된다.
바이오스락스는 미국 정부와의 5년간 계약(2011~2016년)에 따라 12억5000만 달러 어치(4770만도스)가 전략적 국가 비축량으로 조달됐다. 또 이후 추가된 5년 계약에 따라 2940만도스를 제공하기로 계약이 체결됐다.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社의 켈리 워필드(Kelly Warfield) 학술‧개발 담당 부사장은 “사이펜더스 승인은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가 미국 정부와 함께 오랜 기간 긴밀하게 협력해 왔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성과이자 공중보건 예방에 노력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허가 취득까지 소요된 20년의 여정은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의 학술적‧기술적 수완과 협력 역량을 증명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한 보건부 산하 바이오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개발 초기단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립알레르기감염성질환연구소(NIAID) 등에 감사를 표했다.
이 회사의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 제품사업 담당 부사장은 “미국 정부의 탄저균 대비 태세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백신이 사이펜더스”라며 “탄저균은 쉽사리 전파될 수 있는 데다 치명성, 공공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우선순위 높은 국가안보 위협요인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함없이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이처럼 중요한 백신을 차질없이 정부에 조달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머전트는 COVID-19 백신 생산을 위한 위탁생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잦은 실수로 양산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133달러에서 7달러로 곤두박질했다. 탄저병 백신 추가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7.5달러로 회복했으나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달 이런 실패에 무관하지 않은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크레이머(Robert Kramer)가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