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 도나네맙(donanemab)이 초기 증후성 알츠하이머병(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TRAILBLAZER-ALZ 2’ 임상시험에서 인지력 및 기능 감퇴 속도를 크게 둔화시켜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릴리는 이 임상시험의 전체 자료를 16~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알츠하이머병협회 국제학술회의(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AAIC 2023)에서 발표됐다. 아울러 의학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도 동시에 게재했다.
앞서 릴리는 지난 5월 3일 이 임상의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1차 및 2차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도나네맙은 지난 2분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승인신청서 제출이 마친 상태여서 올해 말경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임상시험은 착수시점에서 타우 단백질 수치와 무관하게 아밀로이드 양성 초기 증후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용도로 허가신청서가 제출될 때 근거자료의 역할을 했다. 미국 외 국가에서의 허가 신청은 현재 진행 중이고 대부분 올해 중 제출 완료할 예정이다.
이 임상시험에는 다른 아밀로이드 플라크 표적치료제 관련 진행된 최근 임상시험들에 비해 인지기능 점수 및 아밀로이드 수치의 범위가 더욱 폭넓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피험자들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예측하게 해 주는 생체지표인자의 하나인 타우 단백질 수치에 따라 저도~중등도 타우 단백질 그룹과 고도 타우 단백질 그룹으로 계층화 분류됐다. 고도 타우 단백질 그룹에 속한 피험자들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이었다.
전체 피험자들은 인지력과 일상기능을 평가하는 ‘통합 알츠하이머 등급 지표’( integrated Alzheimer's Disease Rating Scale, iADRS)와 ‘임상 치매 등급 평가총점 지표’(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를 적용한 가운데 18개월 동안 지속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 5월 보고된 바와 같이 저도~중등도 타우 단백질 그룹에 속했고 도나네맙으로 치료한 피험자는 인지력과 기능 감퇴 속도가 iADRS 지표를 적용했을 때 35%, CDR-SB 지표를 적용했을 때 36%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밀로이드 양성 초기 증후군 알츠하이머 환자 피험자(저도~중등도 및 고도) 그룹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iADRS 기준 22%, CDR-SB 기준 29%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AAIC 학회에서 추가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착수시점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임상적 또는 병리학적 진행 단계와 무관하게 도나네맙 치료군은 위약 대조군 대비 인지력과 기능에 미친 유익성이 확인됐다.
저도~중등도 타우 단백질 피험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지정된 하위군 분석을 진행한 결과 초기 환자일수록 유익성이 크게 나타났다. 이들 중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난 피험자군(214명)에서 도나네맙은 iADRS의 감퇴를 60%, CDR-SB 감퇴를 46% 둔화시켰다.
저도~중등도 타우 단백질 피험자군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사후(post-hoc) 하위군 분석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도나네맙은 75세 미만 연령대에서 유익성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미만 연령대(267명)는 iADRS의 감퇴를 48%, CDR-SB 감퇴를 45% 둔화시켰다. 반면 75세 이상 연령대(266명)에서는 이를 각각 25%, 29% 둔화시켜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분석결과는 Apo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하거나 보유하지 않은 참가자를 포함한 다른 하위 그룹에서도 전반적으로 유사했다. 또 도나네맙의 전체적인 치료 효과는 시험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커져서 18개월차에 위약 대비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축적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도나네맙은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에게서 플라크 제거효능이 입증된 약물이다. 도나네맙으로 치료하면 착수시점에서 알즈하이머의 병리학적 단계와 무관하게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를 괄목할 만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험자들 가운데 도나네맙을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환자그룹은 18개월차에 평가했을 때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평균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위약 대조군은 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사전에 정해진 기준을 충족할 만큼 제거되었을 때 도나네맙의 사용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도나네맙 투여군 가운데 절반 가량이 12개월차에 이 같은 기준에 도달했으며, 18개월차에는 10명당 약 7명 꼴로 같은 기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도나네맙 치료군 중 47%가 1년차까지 질병 진행 없어 vs 위약은 29%
저도-중등도 타우 단백질 피험자 그룹에 속했던 피험자들 가운데 도나네맙을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은 CDR-SB 지표를 적용했을 때 1년차 시점에서 증상이 진행되지 않은 비율이 47%에 달해 위약 대조군의 29%를 능가했다.
또 도나네맙 투여군은 18개월차에 평가했을 때 증상이 임상적인 관점에서 다음 단계로 진행된 비율이 위약에 비해 39%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증상의 진행이 지연된 것은 평균적으로 볼 때 도나네맙군이 CDR-SB 지표를 적용할 경우 인지력과 기능의 감퇴가 위약 대조군에 비해 7.5개월 둔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릴리의 신경과학 부문 대표인 앤 화이트(Anne White) 부사장은 “이번에 발표된 TRAILBLAZER-ALZ 2의 긍정적인 데이터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시급하게 필요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며 “이번 연구는 질병 조절을 위한 치료요법으로서 이전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반복 재현해 확정한 최초의 3상 임상시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나네맙이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가 제거될 경우, 환자는 빠르면 6개월 내로 치료 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릴리는 알츠하이머병이 속한 복잡한 헬스케어(healthcare) 생태계에서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 및 진단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장벽을 계속해서 제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연구 분야 전문가이자 신경학, 방사선학, 분자유전학 교수인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의대 교수인 리아나 아포스톨로바(Liana Apostolova)는 “이번 임상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했을 때, 더 큰 임상적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시험 과정에서 확인된 질병 진행의 지연 효과는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치료 효과는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나네맙은 침착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해 플라크 제거를 유도하는 기전의 치료 요법이다. 도나네맙은 베이스라인 질병 병기와 관계 없이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 중 도나네맙 치료군(853명)의 18개월차 평균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율은 84%인 반면 위약 투여군(874명)의 감소율은 1%였다.
릴리의 신경과학 연구개발 부문 부사장이자 아비드라디오파마슈티칼스(Avid Radiopharmaceuticals) 회장인 마크 민턴(Mark Mintun) 박사는 “초기 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여전히 일하고, 여행을 즐기고, 가족과 양질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더 오랫동안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고 싶어 한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및 주입 관련 반응 발생률은 이전 TRAILBLAZER-ALZ 연구와 일관되게 나타났다. ARIA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항체 요법 계열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 이는 뇌의 영역(ARIA-E) 또는 미세출혈 또는 표재철침착층(ARIA-H)에서 일시적인 부종으로서 가장 일반적으로 관찰되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감지하며 일부 사례에서는 심각하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 ARIA가 감지된 경우 신중한 관찰, MRI를 이용한 모니터링, 적절한 조치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중대한 주입 관련 반응 및 아나필락시스도 관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