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서울백병원은 오는 8월 31일까지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한다. 지난 6월 20일 진행된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이후, 각 부속병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8월 31일까지 서울백병원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이로써 1941년 개인 외과병원으로 시작해, 1946년 11월 공익병원으로 거듭난 서울백병원이 83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백병원은 원내 공지를 비롯하여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 외래, 입원, 예약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종료일 및 진료, 각종 서류 발급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 입원 중인 환자의 다른 병원 전원 지원 등 진료 관련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또 현재 수련 중인 인턴들과의 면담을 통해 다른 백병원 또는 타 병원으로의 이동 수련을 적극 지원하여 수련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시행한다. 사업체 검진, 임상 연구 등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서울백병원은 2004년 이후 약 20년간 1745억원(의료이익 기준)의 누적적자가 발생했다. 인제학원은 지난달 20일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의 역사와 상징성, 환자 진료에 대한 책임 등을 고려하여 수년간 경영정상화 노력을 해왔으나 적자가 계속됐다”며 “마지막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컨설팅을 받았고, 종합병원 유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 및 요양거주시설 등 의료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논의하였으나, 어떠한 대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폐원 결정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누적적자보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나는 적자의 규모이다. 진료일수가 적었던 올해 1, 2월의 경우 월 의료수익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했다. 인제학원 백중앙의료원은 이런 지속적인 적자는 향후 의료원 전체 경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폐원을 결단했다.
서울백병원의 적자가 심화된 이유는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도심공동화 현상과 주변 대형 종합병원의 출현에 따른 상대적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환자 수 감소와 수익성 악화이다. 서울백병원이 위치한 중구지역은 거주인구가 거의 없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며, 서울백병원 반경 3km 이내에 종합병원급 병원이 국립중앙의료원(505병상), 서울대병원(1,820병상), 강북삼성병원(723병상), 세란병원(211병상), 서울적십자병원(292병상) 등이 포진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중증 환자나 수술보다는 경증 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으로, 이미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백병원의 가동 병상수는 122병상이며, 지난 3~5월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66.2%, 일 평균 수술 건수는 9건에 불과하다.
서울백병원은 이번 폐원이 전체 의료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 부지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폐원의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지와 관련해 어떤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추후 폐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인제학원은 서울시와 서울백병원 부지와 건물 운영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백병원의 설립자인 고 백인제 선생의 조카로서 직전 이사장을 지낸 고 백낙환 씨(2018년 작고)의 차녀인 백진경 인제대 멀티디어학부 교수는 “병원 설립자의 후손이자 병원 디자이너이자 환자로서 사전에 아무런 고지 없이 내려진 폐원 결저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백낙환 전 이사장 자녀들은 실질적으로 인제학원 운영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 백낙환 전 이사장은 생전에 자녀들에게 학원 운영을 승계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고 자녀들 간에 이견도 심한 상황이다. 결국은 이순형 인제학원 이사장, 이세중 변호사, 이혁상 전 이사장(현 이사) 등 백씨 창업일가와는 무관한 이사진이 인제학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임기는 2023년 7월 19일 만료된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백병원의 의료 용도 아닌 상업용도 변경을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시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백병원 문제와 관련해 ”백병원을 중심으로 반경 3㎞ 내 서울대병원 등 다섯 군데가 있어 공공의료기관이 적지 않으나 기능상 상호 보완을 할 수 있는 쪽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론을 찾고 있다”며 다른 의료 용도로의 사용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제학원은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든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하여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진료 종료와 별도로 서울백병원 구성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후속 조치도 진행한다.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를 위해 상임이사와 의료원장이 부산지역과 수도권지역 형제 백병원을 오가며 병원 경영진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전보 조치될 구성원들의 안착과 조직융합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백병원은 8월 31일 진료 종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전국 4곳의 인제대학교 백병원(부산·상계·일산·해운대)은 적극적인 투자로 지역별 특성과 요구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