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주’(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irmb) 100mg/mL 정맥주사제의 허가 지위를 현 가속승인에서 정식승인(traditional approval)으로 전환한다고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은 확증시험에서 레켐비의 임상적 유익성이 입증된 데 따른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취득한 후 정식승인으로 전환된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는 레켐비가 처음이다.
레켐비는 알츠아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뇌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감소시키는 항체로, 지난 1월 FDA로부터 가속승인을 획득했다. 당시 FDA는 레켐비의 임상적 유익성을 입증하기 위한 3상 확증시험 1건을 진행토록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2상보다 임상 기간과 피험자 수를 늘려 피험자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병렬군, 다의료기관 방식으로 설계된 3상 ‘Study 301’(CLARITY AD) 임상시험이 진행됐으며 지난 3월 5일 임상자료가 제출되는 동시에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의거해 올해 7월 6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Study 301’ 임상은 총 1795명의 피험자 중 898명은 레카네맙, 897명은 위약을 투여받았다. 피험자들은 경도 인지장애 또는 경도 치매 단계로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리학적 축적이 확인된 환자들이었다. 환자들은 위약 또는 ‘레켐비’ 10mg/kg 용량을 2주 1회 간격으로 투여받았다.
분석결과 치료 시작점에서 두 그룹의 평균 ‘임상치매등급 평가총점’(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은 약 3.2였다. 18개월차에 기저선 대비 에 베이스라인 대비 조정된 최소 제곱 평균 변화(adjusted least-squares mean change)는 각각 1.21, 위약 1.66이었다. 이로써 레켐비군은 위약군 대비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뇌내 아밀로이드 베타의 감소가 확인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알츠하이머 평가지표 인지기능 보조척도 14’(ADAS-cog14 score)와 ‘통합 알츠하이머 협력연구-경도인지장애-일상활동 평가 지표’(ADCS-MCI-ADL) 등 2차 평가지표도 충족했다. 두 그룹 간의 평균 차이는 ADAS-cog14 score는 1.44, ADCS-MCI-ADL 점수는 2.0이었다. 모두 P<0.001이었다.
이에 따라 FDA는 지난 6월 9일 말초‧중추신경계약물 자문위원회를 소집하고 ‘Study 301’ 임상 결과가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데 레켐비의 임상적 유익성이 입증됐는지를 놓고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경의학국의 테레사 부라키오(Teresa Buracchio) 국장은 “이번 승인은 알츠하이머병의 기저 발병과정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이 이처럼 파괴적인 질환에 대해 임상적 유익성을 나타냄을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며 “확증시험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불가역적인 진행성 뇌장애의 일종으로 미국 내 환자 수가 6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도 명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못한 가운데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형성과 신경원섬유 또는 타우단백질 엉킴과 같은 뇌내 변화가 뉴런과 이들의 연결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FDA는 레켐비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으로 두통, 주사 관련반응, 부종 또는 삼출을 동반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 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등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레카네맙 투여군에서 부종 동반 ARIA(ARIA with edema, ARIA-E)는 경증 4%(161명 중 7명), 중등도 4%(7명), 중증 1%(2명) 등 모두 9.937%였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1%(245명 중 2명)에 그쳤다. 출혈 동반 ARIA(ARIA with hemosiderin deposition, ARIA-H)는 레켐비군에서 6%(161명 중 10명), 위약군에서 5%(245명 중 12명)이었다. (이상 2023년 1월 FDA 가속승인 당시 자료)
이에 대해 FDA는 “대체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ARIA가 해소됐지만, 뇌내 또는 뇌 표면에서 작은 반점 크기의 출혈이 동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드물게 ARIA는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이나 뇌의 부종, 발작 및 기타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과 연관될 수 있다”며 "레켐비 겉포장에 ARIA와 관련된 잠재적 위험에 대해 환자에게 경고하는 문구를 이른바 ‘블랙박스’(돌출주의문 boxed warning)에 표기하라"고 요구했다.
레켐비는 또 아포지질단백질 E(ApoE) 엡실론 4 대립유전자 동형접합을 나타내는 환자의 경우 이형접합 및 비 보유자 환자들에 비해 증후성, 중증 및 위중한 ARIA가 나타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처방정보에 레켐비 치료 시작 전에 ApoE 엡실론 4의 상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ARIA가 나타날 위험성을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삽입돼야 한다.
항응고제의 사용은 레켐비 투여군에서 위약 대조군 대비 뇌내 출혈 발생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거나 기타 다른 뇌내 출혈 위험요인들을 나타내는 환자들은 레켐비 복용 시 주의하라는 내용이 처방정보에 포함된다.
레켐비는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치매 환자에 한해 사용되도록 허가받았다. 이는 미국내 추산 650만명의 치매 환자 중 약 500만명에 해당한다.
2021년 6월 7일 논란 끝에 FDA 승인을 받았던 세계 최초의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의약품인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은 유효성 부족 이슈로 아직 정식승인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려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메디케어’(Medicare) 공공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레켐비는 정식승인을 받은 덕분에 메디케어를 통한 약물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