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옵코헬스(OPKO Health, 나스닥: OPK)가 공동 개발해온 주1회 지속형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 피하주사제인 ‘엔젤라프리필드펜주’(NGENLA 성분명 소마트로곤-ghla, somatrogon-ghla)가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양사는 2021년 1월 4일 이 신약의 승인신청을 FDA 제출했다. 이에 따라 그 해 10월에 승인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유행과 유효성 입증 미비를 이유로 한 차례 심사가 지연된 가운데 2022년 1월 21일 승인 거절 대응종결서신(CRL)을 FDA로부터 받았다.
두 회사는 2014년 12월 소마트로곤을 글로벌 시장 목표로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제휴를 맺었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옵코헬스는 임상시험을 진행해왔고, 화이자는 허가 취득과 시판을 담당해왔다.
FDA는 1일 1회 피하주사제인 소마트로핀(somatropin, 화이자의 ‘지노트로핀주’(GENOTROPIN)과 주 1회 주사제인 엔젤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의료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라벨 공개, 활성제어 방식의 3상 연구를 바탕으로 엔젤라를 승인했다. 효과 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엔젤라는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소마트로핀과 비슷한 안전성 프로필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엔젤라는 이번에 내인성 성장호르몬의 부적절한 분비로 인해 성장장애가 있는 3세 이상 소아 환자의 치료를 위해 주 1회 투여하는 인간 성장호르몬 유사체로 승인받았다. 오는 8월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엔젤라는 이미 캐나다,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한 40개 이상의 시장에서 소아 GHD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엔젤라 성분인 somatrogon-ghla는 피부 바로 아래에 환자의 필요에 따라 적정(titration 천천히 점적주사)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투여된다. 기존 소마트로핀에 비해 체내에서 오랜 시간 작용해 매일 주사를 매주 주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마트로곤은 인간성장호르몬(hGH)에 C-말단 펩타이드(C-Terminus Peptide, CTP) 3개(총 28개 아미노산)을 붙인 것으로 반감기를 늘려 작용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의 N-말단 부위에서 융모성 생식선자극 호르몬 (human chorionic gonadotropin hormone, hCG)의 베타사슬에서 유래된 CTP가 하나 붙고, 성장호르몬의 C-말단 부위에 2개의 복제된 CTP가 붙는 아미노산 배열을 이룬다.
쿡아동병원(Cook Children's Health Care System)의 소아 내분비학자인 조엘 스틸만(Joel Steelman) 박사는 "엔젤라 승인은 미국 내 GHD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젤라는 새로운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서 GHD 어린이의 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고 소개했다.
성장호르몬결핍증(GHD)은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인 소마트로핀의 부적절하게 분비되는 희귀질환으로, 약 4000~1만명의 어린이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소아는 지속적인 성장 감퇴, 성인기의 매우 작은 키, 사춘기 지연이 초래될 수 있다.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도 악화될 수 있다.
안젤라 황(Angela Hwang) 화이자 최고영업책임자는 “화이자는 30년 이상 GHD를 앓는 어린이와 성인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오랫동안 표준치료제의 일부를 담당해왔다”며 “차세대 치료제를 미국 환자들에게 공급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OPKO헬스의 이사회 의장이자 CEO인 필리 프로스트(Phillip Frost) 박사는 "화이자와 함께 GHD 어린이와 그 가족을 돕는 공동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그동안의 임상 개발 프로그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앞서 주1회 성장호르몬 제제 개발을 위해 경쟁을 벌이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바이오기업 아센디스파마(Ascendis Pharma, 나스닥 ASND)의 ‘스카이트로파’(Skytrofa, lonapegsomatropin-tcgd)를 2021년 8월 25일(현지시각) 먼저 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로써 세계 최초의 매주 주사용 성장호르몬 타이틀을 갖게 됐다. 스카이트로파의 지난해 매출은 3570만유로였으며 올해는 1분기에만 3160만유로 매출을 올려 본격적인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수억달러 매출은 아직 멀어보인다.
두 제품군의 유효성 면에서 스카이트로파가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여 52주차에 주 1회 스카이트로파 치료군과 매일 소마트로핀 치료군의 연간 키 성장속도(Annualized Height Velocity, AHV)는 각각 11.2 cm/year, 10.3 cm/year로 0.9 cm/year 차이를 보였다. 반면 주1회 소마트로곤 투여군은 매일 소마트로핀 치료군에 비해 52주차 AHV 표준편차가 0.33cm/year 앞서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