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원형탈모증 치료제 ‘리트풀로’(Litfulo 성분명 리틀레시티닙, ritlecitinib, 개발코드명 PF-06651600)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리트풀로는 12세 이상의 중증 원형 탈모증 환자가 50mg 용량을 1일 1회 경구 복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릴리의 JAK 억제제 계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은 2022년 6월 13일 18세 이상 성인의 중증 원형탈모증 적응증을 승인받았으나 12세 이상의 청소년 대상으로는 리트풀로가 처음이다.
리트풀로는 야누스 인산화효소 3(JAK3) 억제제이자 간세포 암종 계열 인산화효소에서 발현되는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Expressed in Hepatocellular Carcinoma, TEC) 억제제로서 이중 기전을 갖고 있다.
FDA는 두피 부위의 50% 이상에서 탈모 증상이 나타난 전세계 18개국 718명의 원형 탈모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118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ALLEGRO 임상 2b/3상 결과를 바탕으로 리트풀로를 승인했다.
‘탈모증 중증도 평가지표’(Severity of Alopecia Tool, SALT)를 적용해 측정한 결과 리트풀로 50mg을 복용한 환자들의 23%는 6개월 차에 평가했을 때 탈모된 두피 면적의 80% 이상에서 모발이 성장한 것(SALT 20점 이하)으로 조사돼 위약대조군의 1.6%를 크게 웃돌았다. ALLEGRO 임상의 전체 결과는 지난 4월 의학학술지 ‘란셋’에 게재됐다.
한편 올루미언트는 4mg 용량은 이 비율이 32~35%에 달한 반면 위약은 3~5%였다.
리트풀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12~17세 연령대와 18세 이상 연령대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리트풀로 복용군의 최소 4% 이상에서 수반된 부작용은 두통, 설사, 여드름, 발진, 두드러기 등이다.
미국 예일대 의대 브리타니 크레이글로우(Brittany Craiglow) 피부과 부교수는 “원형탈모증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10대, 20대 또는 30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리트풀로는 탈모 증상이 확연하게 눈에 띄고, 가시적인 질병과 싸워야 하는 연소자층에게 특히 중요한 치료옵션”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의 글로벌 바이오파마슈티컬스 비즈니스 부문의 앤젤라 황(Angela Hwang) 최고 영업책임자는 “지금까지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에서 청소년 연령대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리트풀로의 승인은 중요한 치료상의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및 성인 원형탈모증 환자의 두피 부위 모발이 크게 재성장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미 원형탈모증재단(NAAF)의 니콜 프리드랜드(Nicole Friedland) 이사장은 “원형탈모증 환자들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 데다 그들의 경험이 하찮은 일로 치부되는 사례가 잦다”며 “그러나 원형탈모증은 중증 자가면역성 질환의 일종이어서 단지 신체적 증상을 넘어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는 차후 몇 주 안에 리트풀로를 발매할 계획이다. 리트풀로의 가격은 도매가 기준 연간 4만9000달러다. 반면 올루미언트는 4mg 한 달 약값이 5244달러에 달한다. 연간으로는 6만2928달러다. 리트풀로의 가격은 올루미언트보다 낮게 책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올루미언트 국내 보험급여가는 2mg이 정당 1만3758원, 4mg이 2만636원이다. 하지만 이것은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대한 급여가이기 때문에 비급여인 원형탈모증에 대해서는 어떤 소비자약가(본인부담금 100%)가 책정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4mg을 한달 복용한다면 61만9080원이 되지만 진료비와 처방료 등을 감안하고 비급여로서 프리미엄이 얹혀진다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환자들은 보험급여로 처방되길 희망하는 반면 올루미언트 판매사인 한국릴리는 그다지 적극성을 띠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