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 치료제가 없어 여러 약제 중 환자에게 맞는 약제들을 사용해왔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불가능할 경우 수술적 심근절제술(surgical septal myectomy)이나 알코올 중격 절제술(alcohol septal ablation)이 가능하지만 이들 수술적 치료는 자체의 위험도가 적지 않지만 그나마 국내에서는 2곳의 의료기관만이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9일 한국BMS제약이 oHCM 치료 신약인 ‘캄지오스캡슐’(Camzyos 성분명 mavacamten 마바캄텐)의 국내 허가를 기념해 서울 소동동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캄지오스의 차별화된 존재 의의와 EXPLORER-HCM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임상적 가치를 소개했다.
oHCM은 두꺼워진 좌심실 근육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차단해 호흡곤란에서부터 심부전, 실신, 심장 돌연사까지 발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희귀 심장 질환이다. 캄지오스는 oHCM의 발생 원인인 심장 마이오신과 액틴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다.
캄지오스는 지난 5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증상성(NYHA class II-III, 경증 및 중등증)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운동 기능과 증상 개선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김형관 교수는 “심근에는 두 가지 단백질인 액틴과 마이오신이 서로 연결돼 심장을 수축시켰다가 다시 분리돼 심근을 이완시킴으로써 심장의 기능인 펌프 역할을 한다”며 “HCM 환자에서는 액틴과 마이오신이 서로 과도하게 연결돼 심근을 지나치게 수축시키고, 이러한 과도한 연결이 심근의 이완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HCM은 젊은층 심장 돌연사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심초음파의 시행 확대와 더불어 국내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더 이상 드문 병이 아니다”며 “HCM 환자는 관련된 합병증 및 사망 발생 위험이 높으며, 특히 젊은 HCM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 대비 4배 이상 높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HCM은 폐색성과 비폐색성 2가지 종류로 나눌수 있다“며 ”전체 HCM 환자의 15~20%가 폐색성(oHCM)으로서 현재까지 치료가 매우 제한적이고 안타까운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형관 교수는 “현재까지 oHCM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 완화 및 합병증 예방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며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됐던 일부 베타차단제 및 칼슘채널차단제의 경우, HCM의 병태생리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약제가 아니어서 장기적인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효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의미에서 “캄지오스는 oHCM의 근본적인 병리 원인인 액틴-마이오신의 과도한 결합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라며 “캄지오스는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교차 결합 수를 감소시켜 좌심실 유출로 폐색을 개선하고 과도한 심장 수축을 정상화시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를 통해 좌심실 이완기능을 회복시켜 심실 충만압을 감소시키고, 심근 에너지 과소비를 개선시킴으로써 oHCM으로 인한 예후 개선 및 증상 호전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는 약제”라며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제의 등장으로 oHCM 치료에 새로운 환경이 마련된만큼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약물의 부작용과 관련, 김 교수는 “아직 국내 도입 전 약물로 임상현장의 경험은 없지만 유럽과 미국 의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부작용은 많지 않다고 한다”면서 “연구에 따르면 좌심실박출율 55% 이상인 환자들은 캄지오스를 쓰면 일부 환자에서 인젝션 프로그레스(심장으로의 혈액 유입 과정)가 떨어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그런 환자들도 약을 끊으면 1년 이내로 돌아와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며 “캄지오스를 사용하게 되면 심장초음파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캄지오스에 대해 “제2의 포시가가 될 것”이라고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포시가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됐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심부전 치료에서 효과를 확인하며 심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바 있다. 현재는 심장질환과 당뇨질환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는 “포시가는 현재 학계에서 당뇨치료제냐, 심부전 치료제냐로 싸움 아닌 싸움을 하고 있다”며 “캄지오스 역시 작용기전 자체가 적응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은 폐색성(심부전)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한국BMS제약 의학부 김현호 전무는 “캄지오스는 EXPLORER-HCM 연구를 통해 oHCM 환자를 대상으로 유의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1차 평가변수인 oHCM 환자의 증상(NYHA class)과 운동 능력(pVO2) 개선 여부를 30주 동안 평가한 결과, 위약 대비 2배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EXPLORER-HCM은 증상성 oHCM 환자를 대상으로 캄지오스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3상 임상 시험이다. EXPLORER-HCM에서 캄지오스군은 위약군보다 심장 기능과 운동 능력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했다.
1차 평가지표는 NYHA 등급(New York Heart Association Class) 유지 또는 개선 및 최고산소섭취량(peak oxygen consumption, pVO2) 개선이다. 1차 평가변수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캄지오스군이 위약군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37% 대 17%)다. 즉 혼합정맥 산소분압(mixed venous oxygen tension, pVO₂)이 1.5mL/kg/min 이상 개선되고 NYHA 등급이 최소한 1등급 개선되었거나, pVO₂이 3.0mL/kg/min 개선되고 NYHA 등급의 악화가 수반되지 않은 환자들의 비율이 이렇게 차이가 났다.
특히 캄지오스 복용군 중 20%는 NYHA 등급(상향)과 pVO2 개선(1.5mL/kg/min 이상 증가)에 대한 두 가지 1차 평가지표를 모두 달성했다. 또 캄지오스 투여군(치료 전 2~3등급)의 절반이 NYHA 등급 중 증상이 가장 경미한 1단계에 도달할 정도로 심장 기능이 개선됐다. 이러한 캄지오스의 치료 효과는 임상이 진행되는 30주 동안 일관되게 유지됐다.
캄지오스 치료군의 약 70%는 수술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좌심실 유출로(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LVOT) 압력차가 개선됐다.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LVOT 압력차 기준인 50mmHg 이하로 개선된 환자 비율이 캄지오스군 74%, 위약군 21%로 50%p 이상의 큰 차이를 보였다. 이보다 더 낮은 30mmHg 이하로 개선된 환자 비율 역시 캄지오스군이 57%로 위약군(7%)보다 높았다.
한국BMS제약 이혜영 대표는 “oHCM은 젊은 층에서 예고 없이 심장 돌연사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중한 희귀질환”이라며 “캄지오스의 허가로 oHCM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BMS제약은 6개 혁신신약의 국내 도입을 목표로 설정한 가운데 캄지오스 허가로 5개 혁신신약에 대해 허가를 마쳤다”며 “특히 이번 캄지오스는 아시아 최초로 허가를 받아 혁신신약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의 결실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