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버브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 나스닥 VERV)와 독점적 연구‧개발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양사는 버브테라퓨틱스가 표적으로 삼는 지단백a〔lipoprotein(a), Lp(a)〕를 억제하는 전임상 단계 유전자 편집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협력하기로 했다.
Lp(a)로 알려진 지단백(a)은 아포지단백B(apolipoprotein B)가 아포지단백(a)〔apolipoprotein(a)〕에 공유 결합된 저밀도지단백(LDL) 유사 입자로, 간에서 생성되어 혈액을 순환한다. Lp(a)는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허혈성 뇌졸중, 혈전증 및 대동맥 협착증에 대해 유전적으로 검증된 독립적인 위험 인자다. 매우 높은 Lp(a) 농도(150nmol/L 이상)를 가진 개인에서 이같은 위험이 두드러진다. ASCVD 환자의 약 20%는 Lp(a) 농도가 이 임계치를 초과한다.
Lp(a) 농도는 유전의 결과에 따라 출생 시 결정된다.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 같은 생활 방식 변화와 현재 승인된 지질저하제는 Lp(a) 수치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버브테라퓨틱스는 이를 해결할 3개의 유전자 편집 의약품 후보로 초기 개발 단계인 VERVE-101, VERVE-102, VERVE-201 등 3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신약후보의 궁극적인 목표는 혈중 LDL-C 수치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 중 VERVE-101 및 VERVE-102는 간에서 PCSK9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끄도록 설계됐다. 당초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을 위해 개발됐지만 궁극적으로 경구 치료가 목표가 아닌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환자의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VERVE-201은 간에서 ANGPTL3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비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당초에는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을 위해 개발됐으나 궁극적으로는 불응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를 목표로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11월 7일, VERVE-101의 미국 내 1상 임상 ‘Heart-1’의 시행을 한 차례 반려한 바 있다. 당시 FDA의 임상 승인 거절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안고 있는 기본적인 안전성에 FDA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버브 측은 FDA와 협력해 미국에서 신속하게 환자를 등록받아 임상시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버브는 이미 임상 승인을 받은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고콜레스테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VERVE-101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을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고 지난 11월 당시 설명한 바 있다.
계약에 따라 버브테라퓨틱스는 1상 임상시험이 종료될 때까지 지질단백질 프로그램의 연구‧개발을 진행키로 했다. 릴리는 지질단백질 프로그램의 후속단계 개발과 제조, 상용화 등을 맡기로 했다.
버브테라퓨틱스의 세카르 카티레산(Sekar Kathiresan) 대표는 “버브는 질병 발생을 촉진하는 기저 원인들에 대응하는 1회 투여용 유전자 편집 치료제들을 개발해 오로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으로부터 세상을 보호하기 위해 창립됐다”며 “Lp(a)가 핵심적인 발병 촉진이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들에 대한 치료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노력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p(a)의 혈중 농도는 거의 전적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감스럽게도 라이프스타일 개선과 현재 허가를 취득해 사용 중인 콜레스테롤 저하제들로는 미미하거나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실정”이라며 “ 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고 지질단백질 수치가 상승하는 환자들에게서 지질단백질 수치를 영구적으로 낮추기 위해 1회 투여용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사용하는 요법이 실질적인 치료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카티레산 대표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가 심대사계 질환 분야의 선도기업 가운데 한곳으로 손꼽히는 일리이 릴리社와 손잡고 지질단백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릴리로부터 6000만 달러의 자금을 수혈받게 됨에 따라 2026년까지 추가적인 외부 자금조달 없이도 경영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에 따라 버브테라퓨틱스는 선불 계약금과 지분 투자로 구성된 6000만달러를 릴리로부터 받게 된다. 임상 1상 단계까지 개발을 진행하는 데 소요될 비용은 릴리가 부담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버브테라퓨틱스는 연구, 개발, 상용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대 4억6500만달러의 마일스톤과 순매출액 대비 단계별 로열티를 수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1상이 종료된 후에는 후속 개발에 소요될 비용을 양사가 분담하고 글로벌 마켓에서 올릴 이익을 나눠 갖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버브가 보장받았다.
릴리의 루스 지메노(Ruth Gimeno) 당뇨병‧비만‧심대사계질환 연구 담당 부회장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들의 발병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원인이자 개선 가능한 촉진인자인 Lp(a) 수치의 상승을 포함한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겨냥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차별화된 제약사인 버브 테라퓨틱스와 제휴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의 중심은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이다. 저밀도지질단백질 결합 콜레스테롤(LDL-C)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지만, 간 독성과 근육 독성 부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틴의 효과 부족 및 부작용 해결의 대안으로 PCSK9 억제제가 떠오르고 있다.
현재 출시된 PCSK9 억제제로는 △미국 암젠(Amgen)의 ‘레파타주프리필드펜’(Repatha, 성분명: 에볼로쿠맙·evolocumab) △프랑스 사노피(Sanofi)의 ‘프랄런트펜주’(Praluent, 성분명: 알리로쿠맙·alirocumab)가 있다. 둘 다 항체의약품으로 2015년 미국에서 승인받았다.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소간섭 RNA(siRNA) 기반 콜레스테롤 저하제 ‘렉비오’(Leqvio 성분명 인클리시란(inclisiran)는 2021년 12월 22일 FDA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스타틴’ 대비 비싼 약가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가가 완치제가 아니여서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출은 당초 기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레파타’는 2015년 FDA 승인 당시 2020년경에 25억 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으나, 2021년 총 매출액은 11억1700만달러에 그쳤다.
따라서 버브테라퓨틱스의 유전자치료제인 ‘VERVE-101’ 등은 단회 투여하는 완전 치유제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PCSK9 억제제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