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룬드벡 및 일본 오츠카는 주요우울장애 및 조현병 치료제 ‘렉설티’(Rexulti 성분명 브렉스피프라졸 brexpiprazol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agitation associated with dementia due to Alzheimer's disease, AADAD) 증상 치료 적응증 추가를 승인받았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초조(agitation)는 안절부절 못하는 동요증, 공격성 행동을 의미한다.
이로써 렉설티는 미국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 치료 용도로 허가를 취득한 최초이자 유일한 의약품이 됐다. 다만 렉설티는 이번에 알츠하이머병 초조 증상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사용하는 용도로는 허가되지 않았다.
FDA는 앞서 렉설티를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 증상 적응증 추가 건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이달 10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지난 4월 16일에는 FDA 산하 정신약리학 약물 자문위원회 및 말초‧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 공동회의가 개최돼 찬성 9, 반대 1표로 렉설티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 증상을 치료하는 데 나타내는 효과가 위험성을 상회한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알츠하이머성 초조 증상은 알츠하이머병에서 흔하게 수반되는 신경정신계 증상상으로서, 보호자들에게 매우 복잡하고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예컨대 몸짓, 욕설하기, 소리지르기, 밀치기, 때리기 등의 행동을 보인다.
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초조 증상이 보고되면서 너싱홈(재택 간병) 또는 조기입원을 초래해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
렉설티의 알츠하이머성 초조 적응증 추가 승인은 2건의 3상 임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피험자 무작위 분류, 이중맹검법, 위약 대조, 고정용량 투여 방식으로 12주간 치료결과를 평가한 게 근거가 됐다.
두 시험은 ‘코헨-맨스필드 초조 증상 목록’(Cohen-Mansfield Agitation Inventory, CMAI) 총점 지표를 적용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에게서 초조 증상의 발생 빈도를 평가했다.
이 중 ‘331-12-283’ 3상에서 렉설티 2mg 매일 복용군은 위약 대조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우위가 입증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즉 CMAI 총점의 평균이 12주차에 유의할 만하게 개선됐다.
아울러 ‘331-14-213’ 3상에서도 렉설티 2mg 또는 3mg을 매일 복용한 환자군은 위약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증상 개선이 입증됐다. 참고로 렉설티는 조현병에서 하루 한번 복용하되 1mg, 2mg, 4mg으로 점차 복용량을 증가시켜 지속적으로 4mg을 복용하게 돼 있다.
두 임상을 종합하면 렉설티 복용군은 12주차에 위약 대조군 대비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 증상의 발생 빈도가 평균 31% 감소했다. 양호한 내약성으로 투약 중단 환자 비율이 낮았으며, 안전성은 그동안 알려진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룬드벡의 데보라 던사이어(Deborah Dunsire) 회장은 “이번 승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 증상들을 완화시켜 환자와 보호자를 도우려는 룬드벡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며 “고통받는 환자들의 커다란 미충족 의료수요에 부응할 최초의 FDA 승인 치료 옵션이 조속히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렉설티는 2015년 7월 10일 조현병 치료제, 주요우울장애 보조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2016년 9월 23일에는 조현병의 단독 유지요법제로 추가 승인을 얻었다. 2022년 1월 6일에는 조현병의 적용 연령을 13~17세의 소아로 확대하는 보충적 신약승인신청(sNDA)을 허가받았다.
렉설티는 현재 조현병 치료제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아빌리파이정’, ‘아빌리파이메인테나주사’(Abilify, 성분명 아리피프라졸 Aripiprazole)의 2015년 물질특허 만료에 대비해 후속적으로 개발됐다.
작년에 렉설티는 룬드벡 기준으로 28억5000만 덴마크크로네(4억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중반 SVB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알츠하이머성 초조증 적응증 추가로 최대 연간 5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조현병에서 4mg을 매일 복용할 경우 한 달 약값은 1582달러(한화 200만원)로 비싼 편이다. 제네릭이 전혀 없고 아빌리파이보다 약효가 다소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번 적응증 추가 승인은 미국 바이오젠(Biogen) 및 일본 에자이(Eisai)의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irmb)가 올해 1월 6일 가속승인을 받았고, 오는 7월 6일 정식승인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을 활성화하는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