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은 대장암과 유방암, 악성 뇌종양 등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은희·조윤경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팀은 당뇨병 환자의 복부비만 정도와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신경교종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10일 소개했다.
연구팀은 2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89만명을 최대 10년 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신경교종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심한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성 100cm, 여성 95cm 이상)의 경우 복부비만이 아닌 환자에 비해 신경교종 발생률이 최대 37% 높게 나타났다.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이상, 여성 85cm 이상인 경우를 복부비만이라고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복부비만율은 약 24%인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약 63%로 약 2.6배 높다.
악성 뇌종양인 신경교종은 대부분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되다 보니 2년 생존율이 약 26%일 정도로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 따라서 발생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 연구 결과로 당뇨병 환자는 복부비만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2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당뇨병 환자 189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10년 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중 2009~2018년에 신경교종이 발생한 환자는 총 1846명이었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를 허리둘레에 따라 5cm 단위로 1그룹(남성 80cm 미만, 여성 75cm 미만)부터 6그룹(남성 100cm 이상, 여성 95cm 이상)까지 총 6개 그룹으로 나눴다.
당뇨병 환자들의 연령, 성별, 흡연 여부, 비만도(BMI), 당뇨병 유병 기간, 인슐린 사용 여부 등을 보정해 그룹별 신경교종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1그룹을 기준으로 신경교종 발생률이 △2그룹 5% △3그룹 18% △4그룹 28% △5그룹 32% △6그룹 37% 증가해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신경교종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미만의 젊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보다 복부비만에 의한 신경교종 발생률의 증가 정도가 16% 더 높게 나타났다.
고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복부비만과 신경교종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경교종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지방세포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복부비만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매일 30분씩 걷는 등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피인용지수 3.752)’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