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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부족해 뇌졸중 24시간 대응 안 돼 … 전문의 처우 개선, 전국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04-19 14:26:05
  • 수정 2023-04-24 15: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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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뇌졸중학회 19일 입장 발표 …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비 13만원, 정맥혈전용해 처치료 19만원에 불과, 진료수가 인상 촉구

20227월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가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을 보여 응급실을 찾았으나 수술치료가 어렵자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적기 치료를 놓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최대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그것도 병원에 출근해서 변을 당했다니 다들 의아해했다. 문제는 국내 최대라는 서울아산병원에서조차 뇌출혈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2명밖에 없었고 사건 발생 당시 1명은 해외 학회에, 또다른 1명은 지방 출장을 갔다는 것이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소아과, 산부인과, 뇌졸중, 심근경색, 대형외상사고 등 필수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진료수가 정상화, 전문의 지원자 감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처우개선 등을 요구했다.

 

학회는 19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나서 실질적인 재정지원과 뇌졸중 응급환자를 효율적으로 이송하고 처치할 수 있는 중앙컨트롤타워 구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김태정 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응급대처의 문제점으로 24시간 뇌졸중 대응이 안 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환자가 처음부터 역량이 안 되는 병원을 찾아가고 응급실은 언제나 경증 환자로 만원인 상황 119는 응급센터와만 소통하고 직접 뇌졸중 전문의와 교감하지 못하는 초동 대처의 부실함 낮은 진료수가와 대비되는 고강도 진료 및 과중한 책임으로 인한 젊은 의사들의 뇌졸중 전공자 지원 감소 등을 지적했다.

 

배희준 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각 병원이 24시간 뇌졸중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인적자원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 진료를 분리해서 중증응급의료센터는 필수 중증 환자의 최종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졸중 전문의가 1차 진단 및 원스톱(One-stop) 치료가 이뤄지려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환자의 진단, 이송, 치료관리를 콘트롤해야 한다전국 14개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콘트롤타워로 세워 각 병원의 뇌졸중센터(현재 84)24시간 커버하지 못하는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각 병원에 흩어진 환자를 권역센터로 모아놓으면 의료인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병원으로서도 경영상 이득이 되고,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1인당 약 2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국을 통할하는 관제센터인 중앙심뇌혈관센터 지정과 운영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카카오헬스케어의 도움을 받아 이런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으나 카카오택시앱처럼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돌아가려면 약 500억원 정도는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고 그는 예를 들었다.

 

학회는 전국 70개 응급의료 중진료권 중 36개에는 뇌졸중 센터가 없어 의료공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강원도 동북부, 전북 남쪽과 전남 북쪽 지역, 충남 서부, 경북 북동부, 제주 남부 등이다.

 

84개 뇌졸중센터와 20여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24시간 운영하고 있는 센터는 14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구 고령화를 감안하면 전국에 최소 25~30개소는 24시간 운영해야 뇌졸중 응급치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24시간 대응체계가 갖춰지기 어려운 것은 인력난 때문이다. 학회에 따르면 올해 신경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83명 중 5명만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 2023년 현재 전국 84개 뇌졸중센터에 근무하는 신경과 전임의는 14명에 불과하다. 2018(29)과 비교하면 5년 새 반토막이 났다.

 

뇌졸중을 비롯해 중증 응급질환 치료를 담당해야 할 권역심뇌혈관센터 14곳 중 전임의가 근무하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 한 곳 뿐이다. 전공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교수도 당직을 서야 하고, 퇴근해서도 격일로 야간에 전임의나 전공의가 걸어오는 전화를 받아(온콜, 호출당직) 응급환자 대처 방안을 지시하는 일이 허다하다. 

 

학회는 젊은 의사들이 '뇌졸중 전문의'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을 '저수가'에서 찾는다. 종합병원급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하루 입원료는 13332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 6인실 일반과의 171360원보다도 낮다. 현재 뇌경색 급성기 필수치료인 정맥내 혈전용해술 관리료는 약 19만원으로, 해외 국가에서 동일 시술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비용(5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4시간 온콜을 서도 대부분의 병원에선 당직비 자체가 지급되지 않는 게 뇌졸중 전임의의 현실이다. 24시간 뇌졸중집중치료실 전담의 근무수당은 27730,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시급은커녕 1000원에도 못 미친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제가 58세인데 4살 어린 후배 교수와 둘이서 퐁당퐁당 당직을 선다. 어제도 당직을 서고 왔는데 전공의에게 걸려온 전화 10건 중 뇌졸중 의심 환자가 5명이었고, 그 중 1명에게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를 투여했다수고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라야 보람을 느낄 텐데 19만원의 관리료를 받는 상황에서 환자 1명을 살렸다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길 강요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지금 추세라면 5~10년 뒤에는 연간 10만 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뇌졸중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라며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를 간호간병통합 병실료의 1.5배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tPA 수가 개선과 뇌졸중 진료수가 및 관찰료, 당직비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개별 의료행위를 따져 돈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지만 보험사가 정부에서 청구비용을 삭감하기 때문에 뇌졸중에 관해서는 포괄수가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경복 이사는 또 뇌경색은 4~5시간이란 골든타임이 있지만 뇌출혈은 사실상 골든타임이 없고 즉시 대응해야 한다뇌경색 예방을 위한 코일색전술 같은 수술에는 비교적 수가가 높아 신경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지원을 많이 하지만, 뇌출혈은 수가가 낮고 위험은 커서 신경과 의사들이 기피하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고에서 경험했듯이 미흡한 뇌출혈에 대한 수가 인상이 더욱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배희준 이사장은 뇌졸중 치료의 목표는 생명연장에 머무는 게 아니라 후유장애를 최소화해 기능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서 치료를 잘 해 1년에 1000명만 살려도 (정부가 뇌졸중 응급의료체계에 투자했던) 2000억원을 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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