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통증, 전신 근육통, 발열을 겪으면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을 의심하기 쉽다. 크게 벌어진 일교차도 감기라도 단정할 확률을 높인다. 그러나 감기인 줄 알았지만 오히려 갑상선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아급성 갑상선염이 그런 사례다.
갑상선염이란 급성 세균성 감염에서부터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까지 다양한 형태의 염증 질환을 포함한다. 이 중 아급성 갑상선염은 많은 환자들로부터 감기 등 상기도 감염을 앓은 병력이 관찰된다. 상기도 감염 후에 갑자기 인후염과 같은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갑상선이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커지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통증은 갑상선을 만질 때 더 심해지고, 턱 밑이나 귀 밑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 갑상선 이상에 의한 목의 통증은 전신증상으로서 피로, 권태감, 발열, 전신근육통 등 몸살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한다.
이와 같은 증상 때문에 아급성 갑상선염은 치과 문제 또는 목이나 귀의 감염으로 종종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머리를 돌리거나 무언가를 삼킬 때 더 아프고, 목의 통증이 귀까지 퍼진다는 점에서 감기와는 차이가 있다.
병의 초기에는 갑상선에서 혈액 내로 누출된 갑상선 호르몬의 영향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과 검사 소견을 보인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갑상선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갑상선중독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들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가슴 두근거림, 손 떨림, 신경과민 등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시기는 약 1~2개월 지속된 후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회복기에 일시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만약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심하게 나타나면 피곤함, 얼굴부종, 추위를 쉽게 타는 증상이 나타난다.
아급성 갑상선염은 자연스럽게 회복되므로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다. 다만 발병 초기에 갑상선 통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이 심할 경우 증상을 완화시키는 요법이 필요하다. 정홍규 세란병원 유방갑상선센터 과장(외과 전문의)은 “병의 회복기에 일시적으로 갑상선저하증이 심하게 나타나 불편함이 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갑상선염은 몇 달 내에 스스로 해결되지만, 때때로 재발하거나 드물게는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일으킬 만큼 갑상선이 손상되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아스피린 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약물로 통증을 줄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급성 갑상선염은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소아보다는 30~50대에서 발병률이 높다”며 “여성이 갑상선 질환에 취약한 만큼 갑상선염에 해당하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동반되지 않는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몬 수치 이상 없지만 일상생활 지장 주는 ‘불현성 갑상선 기능이상’ … 남성은 기능항진증, 여성은 기능저하증에 취약
아급성 갑상선염과 혼동할 만한 질환으로 불현성(무증상) 갑상선 기능 이상도 있다. 불현성 갑상선 기능 이상은 갑상선 기능검사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 증가(기능 항진증) 또는 감소(기능 저하증)한 상태지만 갑상선 호르몬은 정상인 상태를 가리킨다.
윤영숙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4859명(남 2270명, 여 2589명)을 대상으로 무증상 갑상선 기능 이상 실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성인 여성의 8% 가까이가 무증상(불현성) 갑상선 기능 이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월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불현성이라도 남성에겐 불현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 여성에겐 불현성 기능 저하증이 일상생활에 더 자주 지장을 줬다. 성인 남성의 불현성(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 유병률은 2.1%, 불현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 유병률은 2.4%로, 남성의 4.5%가 갑상선 기능 이상 상태였다. 성인 여성의 불현성 갑상선 기능 이상 비율은 남성보다 높은 7.6%였다.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4.4%, 불현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 3.2%였다.
불현성 갑상선 기능 이상은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삶의 질을 낮추는 요인으로는 작용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는 남성은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남성 대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은 4.3배였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여성은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여성 대비 일상생활 지장을 받을 가능성은 2.4배였다.
윤 교수팀은 논문에서 “남성에선 불현성 갑상선 항진증, 여성에선 불현성 갑상선 저하증이 삶의 질을 낮추는 것은 갑상선 기능 이상에서도 남녀 간에 삶의 질 저하를 느끼는 영역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불현성 갑상선 저하증 여성은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고혈압이 많았다. 불현성 갑상선 항진증 남성은 신체 활동량이 적고, 흡연율이 높았다.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임신 준비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혈중 갑상선호르몬(T3, Free T4)은 정상이나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정상 범위보다 상승되어 있는 상태로, 대개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 갑상선염이다.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인구의 3~8%에서 나타나는데 여성에서 흔하고 나이가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며 60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15~20%에서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이 없기에 종합검진을 받으며 우연히 발견되거나,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진단돼 내분비내과 외래진료를 받게 된다.
오은숙 미즈메디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임신을 고려하지 않는 일반인의 경우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에 대한 치료는 갑상선자극호르몬의 상승 정도와 갑상선자가항체(항TPO항체, 항Tg항체)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가 10mIU/L이상일 때 갑상선호르몬(씬지로이드나 씬지록신)보충을 시작하게 되고, 갑상선자극호르몬이 4.5~10mIU/L 범위라도 임신을 준비하는 경우나 피로, 변비, 갑상선비대 등의 증상이 있거나, 갑상선자가항체 양성인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2~3개월 뒤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은숙 과장은 “임신을 고려중이라면 갑상선기능은 더 섬세하고 엄격하게 조절되어야 한다”며 “갑상선호르몬이 태아의 뇌신경발달에 중요한 호르몬으로서, 태아의 갑상선기능이 성숙되는 시기는 임신 18~20주로 그 전까지는 모체로부터 공급받는 갑상선호르몬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 중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유산이나 조기분만의 임신 중 합병증 증가와 연관돼 있고, 태아의 신경인지발달 이상의 빈도를 높인다는 연구도 있어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고 정상 범위로 유지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 중에는 갑상선호르몬 요구량이 증가하고, 자가항체의 존재가 유산, 조기분만, 산후갑상선기능이상 등과도 연관이 있으므로 임신 기간 정기적으로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