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0년 만에 승인된 비 아졸계이자 경구용 항진균제(질염치료제)인 사이넥시스(Scynexis)의 ‘브렉사펨’(Brexafemme, 성분명 이브렉사펀거프 ibrexafungerp, 개발코드명 SCY-078)을 전격 도입한다고 3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JERSEY CITY) 소재 사이넥시스는 브렉사펨으로 2021년 6월 1일에 질진균감염증(질외음부 칸디다증, vulvovaginal candidiasis, VVC) 치료제로 첫 승인을 받은 데 이어 2022년 12월 1일에는 재발성 질진균감염증(재발성 질외음부 칸디다증, RVVC)으로 추가 적응증을 획득했다.
질외음부(외음질) 칸디다증은 여성의 최대 75%에서 평생에 한번은 나타난다. 40~45%에서는 약물로 치료됐음에도 2번 이상 발생(RVVC)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SK는 계약에 따라 브렉사펨의 독점적 추가 개발 권한과 중국 등 사이넥시스가 이미 라이선싱아웃한 지역을 제외한, 미국 등 전세계 판권을 획득했다. 그 대가로 선불계약금 9000만달러와 매출 기반 마일스톤으로 최대 5억300만달러를 사이넥시스에 지급하게 된다.
5억300만달러 마일스톤은 3가지로 구성된다. 치명적인 침습성 칸디다증(invasive candidiasis, IC) 적응증과 관련된 개발, 허가, 판매 발매 성과금으로 최대 2억455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이와 별도로 FDA로부터 침습성 칸디다증 적응증을 승인받으면 1500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GSK는 또 전체 적응증과 관련해서 매출액 기반 성과금으로 최대 2억4250만달러(매출액 대비 한자릿수 중반에서 10% 중반에 달하는 단계별 로열티)를 지급키로 했다.
침습성 칸디다증(IC) 효과를 평가하는 3상(NCT05178862) 임상은 사이넥시스가 계속 진행한다. 침습성 칸디다증은 혈액 또는 내부 장기에 영향을 미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연간 75만여건의 침습성 칸디다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경우 원내 혈류감염이 가장 흔한 발생 원인이다. IC는 입원 기간 연장과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브렉사펨은 VCC와 RVCC의 적응증을 동시에 승인받은 일명 ‘펀거프’(fungerp) 계열의 최초 신약이다. 트리터페노이드(triterpenoid) 계열 글루칸 합성효소 억제제(glucan synthase inhibitior)로서, 진균의 세포벽을 이루는 글루칸(1-3-β-D-glucan)의 합성을 방해한다. 1일 2회(한번에 300mg) 복용한다. 트리터페노이드 계열이라 정맥주사가 아닌 경구 투여가 가능하다. 다만 정맥주사는 임상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개발이 중단됐다.
기존 항진균제(주로 아졸계)가 곰팡이 성장을 억제하는 반면 브렉사펨은 에키노칸딘 계열처럼 곰팡이를 죽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아졸계 항진균제는 CYP450에 의존하는 14-alpha sterol demethylase를 억제해 에르고스테롤(ergosterol) 합성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진균에 독성을 띠는 14α-methylated sterol이 축적되게 해 죽도록 유도한다.
브렉사펨은 칸디다 알비칸스와 같은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우선 곰팡이 병원균에서 활성이 입증됐다. WHO가 지정한 또 다른 우선 순위 진균 병원체인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에 대해서도 활성을 보였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자금난에 빠진 사이넥시스가 이를 탈출하려는 의도와 감염병 치료제 왕국인 GSK가 주력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이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사이넥시스는 작년에 인력의 40%를 감축했다. 영업력 부재로 2021년과 2022년의 브렉사펨 매출은 각각 110만달러, 50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GSK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3분의 2 정도가 각종 감염성질환 및 AIDS 치료제들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는 20여년 만에 최초의 단순 요로감염증(uncomplicated urinary tract infections, uUTI) 치료용 항생제로 기대를 받고 막바지 단계의 개발이 진행 중인 게포티다신(gepotidacin)과 새로운 경구 복합 요로감염증(complicated urinary tract infections, cUTI) 치료제인 카바페넴계 항생제인 테비페넴(tebipenem)을 보유하고 있다. 테비페넴은 작년 9월에 미국 스페로테라퓨틱스(Spero Therapeutics, 나스닥 SPRO)로부터 구입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루크 미엘스(Luke Miels) 최고영업책임자는 “항균제 내성의 문제는 다제내성 진균감염증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것도 포함한다”며 “브렉사펨은 기존 또는 신흥 내성 진균 변종에 맞서 광범위한 활성 스펙트럼을 보이는 새로운 항진균제로 승인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계약이 GSK가 진행 중인 혁신적인 후기 개발단계 항생제 포트폴리오에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비드 안굴로(David Angulo) 최고경영자는 “이번 합의는 사이넥시스에 커다란 성과”라며 “외음질 칸디다증 분야에서 브렉사펨의 상업적 잠재력이 극대화되고, 각종 침습성 감염증에서 우리의 계열 최초 항진균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