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아편유사제(오피오이드) 해독제를 최초로 승인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의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영향을 차단하거나 역전시키는 데 사용되는 해독제인 ‘나르칸 날록손 염산염 나잘 스프레이’(NARCAN Naloxone HCl Nasal Spray) 4mg을 FDA가 일반의약품(OTC)으로 승인했다고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특히 FDA의 결정은 미국에서 약 8분마다 1명의 아편유사제 과다복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해 마치 풍토병(epidemic)처럼 확산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보건당국의 ‘비장의 카드’로 읽혀진다. 이머전트는 나르칸의 OTC 전환으로 아편유사제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나르칸은 2015년 FDA 허가를 취득해 2016년 출시됐다. 그동안 미국 전역에서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정부의 보건담당 부서와 오피오이드 중독에 노출된 사람과 접촉하는 공공병원, 소방서, 경찰서의 응급의료요원 등에게 공급돼왔다. 지금까지 4400만 도스 이상이 유통됐다.
미국에서는 자녀를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잃은 많은 어머니들은 나르칸의 OTC 승인 소식을 접하고,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구입한 펜타닐(fentanyl) 제제를 복용한 후 자녀가 사망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진즉에 해독제가 일반약으로 보급됐다면 자식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중매체를 통해 토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로 펜타닐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를 암성 통증, 수술 후 통증은 물론 여러 통증질환에 남용함으로써 2021년 한 해에만 무려 8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날록손은 뇌동맥 수축을 유발하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차단, 혈관을 확장시켜 뇌혈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뇌졸중, 뇌출혈로 인한 허헐성 뇌신경장애에 사용된다. 또 마약 또는 아편류에 의한 호흡억제를 회복할 수 있다. 또 옥시코돈(oxycodone) 성분에 복합돼 옥시코돈에 의한 변비를 감소시키는 용도로로 쓰인다.
날록손이 기존 전문의약품에서 OTC로 변경된 것은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수집된 약물감시 자료 및 7년간의 시판 후 안전성 자료 등을 근거로 이뤄졌다.
새 OTC 제품은 원래의 전문의약품 4mg 제품과 제형, 디바이스 설계 등이 동일하다.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는 OTC 제품 포장 변경, 공급망 개선. 제조 변경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올 늦여름 경부터 미국 내 주요 유통채널과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발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의약품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약국 등에서 계속 공급된다.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의 로버트 크레이머(Robert G. Kramer) 대표는 “이번 승인은 중요한 응급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 노력해온 이머전트의 역사적인 성과”라며 “정부, 소매유통업계, 시민단체의 리더들과 함께 나르칸에 대한 접근성 향상뿐만 아니라 상비(常備)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한 일반대중 교육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