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노바티스는 영국 캠브리지의 바이오제약회사 바이시클테라퓨틱스(Bicycle Therapeutics, 나스닥 BCYC)와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에 협력키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각) 밝혔다.
바이시클은 독자적인 이중고리 구조 펩타이드(bicyclic peptide, Bicycle®) 기술을 사용해 노바티스로부터 의뢰받은 암 표적에 적합한 여러 개의 바이시클 방사성 접합체(Bicycle radio-conjugates, BRC)를 개발, 제조, 상용화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어떤 암종을 목표로 개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바이시클테라퓨틱스는 기존 치료제로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질환에 대해 새로운 계열의 바이시클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바이시클은 표적을 탐지하는 독점적 파지(phage) 플랫폼을 활용해 BRC로 개발할 바이시클(이중고리 구조 펩타이드)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노바티스는 후속 BRC 개발, 제조, 상용화를 담당하고 전임상 및 임상 개발과 상용화 활동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바이시클은 노바티스로부터 선불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게 되며, 향후 최대 17억달러의 개발 및 상용화 기반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약속받았다. 또 노바티스가 상용화하는 바이시클 기반 의약품에 대한 단계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바이시클테라퓨틱스의 케빈 리(Kevin Lee) 최고경영자는 “우리 회사의 특성은 정밀 유도 방사선의약품 개발에 적합하다”며 “이번 협력은 우리가 독소 접합체 분야에서 수행해 온 획기적인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이 특별한 기술에 대한 새로운 추가적인 검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바이시클의 BRC는 암 표적에 결합하는 이중고리 구조 펩타이드와 암 조직을 사멸시키는 방사성 독소물질이 접합된 구조다. 보통 펩타이드는 선형인데 반해 이중고리 구조 펩타이드는 합성한 짧은 단백질로서 소분자 얼개(scaffold)에 묶여져 두 개의 고리(loop)를 형성함으로써 안정된 구조를 갖는다. 이런 구조는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과 친화성을 부여할 수 있고,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줄이며, 완전 합성이 가능하고, 구조를 유연하게 하면서도 약효를 유지할 수 있으며, 약동학적 특성을 조정할 수 있다. BRC는 또 방사성 독소물질을 건강한 조직에는 닿지 않게 최소화하고 암을 공격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바이시클은 노바티스 외에도 여러 회사와 연구개발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3월 15일에는 오위스톤메티컬(Owlstone Medical)과 바이시클 펩타이드 기술 및 오위스톤의 ‘외인성 휘발성 유기화합물’(Exogenous Volatile Organic Compound, EVOC) 탐침 기술을 접목시켜 항원추적 진단검사 탐침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7월 12일에는 로슈의 계열사인 제넨텍과 최초에 맺은 면역-항암 공동연구를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은 원 계약에 의거, 두 번째 옵션을 행사키로 하고 선불금 1000만달러와 부수적인 마일스톤을 바이시클에 제공키로 했다.
로슈-바이시클 간 원 계약은 2020년 2월 25일에 맺어졌는데 3000만달러의 선불금과 최대 17억달러 규모의 마일스톤을 보장하고 있다.
바이시클의 주요 신약후보물질인 BT1718은 MT1-MMP(MMP-14)를 표적으로 하는 바이시클독소접합체(Bicycle Toxin Conjugate, BTC)로서 현재 2a 임상이 진행 중이다.
바이시클은 또 EphA2 발현과 관련된 진행성 고형종양(비소세포폐암, 삼중음성유방암, 방광암, 식도암, 위암, 난소암) 환자에서 종양항원 EphA2를 표적으로 하는 BTC인 BT5528에 대한 1/2상을 진행 중이다.
또 Nectin-4를 표적으로 하는 BTC인 BT8009을 단일요법제로 하는 1/2상 임상을 자체 자금으로 진행 중이다. BT8009는 PD-1 억제제인 ‘옵디보주’와의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BTC는 항체약물결합체(ADC)와 유사한 개념으로, ADC가 항체 결합부위와 항암독성약물이 결합한 것에 비해 BTC는 항체 결합부위 대신 합성한 짧은 단백질이 소분자 얼개(scaffold)에 묶여져 두 개의 고리(loop)를 형성한 기하학적으로 안정화된 구조물에 항암독성약물이 묶인 게 다르다. BTC는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작용시간이 짧아서 ADC의 강한 결합에 의한 독성항암물질의 독성(주로 간과 신장 독성)을 줄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바이시클은 앞서 영국국립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 CRUK)와 2020년 1월 7일. 바이시클 CD137 작용제인 BT7401를 공동 개발키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BT7401과 BT1718은 CRUK의 재정 지원을 받아 연구 중이다.
한편 노바티스는 올들어 많은 연구제휴를 해체하고 새로 계약을 맺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2월 24일에는 2019년 플라이언트테라퓨틱스와 맺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인 αvß1 억제제(αvß1 inhibitor) 계열의 신약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이로써 선투자한 7900만달러를 날려보냈다.
또 올해 3월 13일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3가지 신경발달장애에 대한 유전자치료법을 공동 개발키로 한 2020년 7월의 계약을 파기하기로 했다. 이 거래는 선불계약금 7500만달러, 최대 마일스톤 7억2000만달러 규모였다.
반면 지난 3월 6일에는 보이저테라퓨틱스(Voyager Therapeutics, 나스닥 VYGR)는 2개의 희귀 중추신경질환 표적치료제의 캡시드(capsid, 유전물질을 이송하는 바이러스의 외피)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옵션 당 1800만달러를 지급한다. 앞서 올 2월 22일에는 돈헬스(Dawn Health)와 만성질환 환자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