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질환이 있으면 건선 발생 위험이 11% 증가하고, 치주질환에 흡연까지 하면 그 위험은 26.5%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교수와 같은 병원 이지현 피부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치주질환이 없는 약 860만명, 치주질환을 가진 약 100만명을 대상으로 건선 피부질환 발생을 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3일 발표했다.
건선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0.5~1% 정도가 겪고 있다. 두피, 얼굴에 많이 나타나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완치율이 낮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번 연구 결과, 치주질환은 건선의 잠재적 위험 인자(risk factor)로 작용할 수 있으며, 흡연 역시 건선의 독립적인 위험 요소로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선에 미치는 잇몸병의 영향을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다른 연구에서는 잇몸출혈이 있을 시 아토피 발병 위험이 14%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잇몸병이 피부질환을 일으키거나 증상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올바른 잇몸관리를 통해 피부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전신질환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치주과학회(회장 계승범 삼성서울병원 치과 교수)와 동국제약이 23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잇몸이 건강하면 피부질환 위험성 감소’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15회 잇몸의 날’(3월 24일) 행사에서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 조영단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후성유전학 관점에서 본 잇몸병과 피부질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잇몸병의 일반 병리학적 발병 기전과 환경적인 요인과 관련한 후성유전학(epigenetics) 연구 트렌드를 바탕으로 요약했다.
세균에 의해 시작되는 치주염은 잇몸조직에서 면역학적인 이상을 일으키고, 그 결과 많은 종류의 세포 간 전달물질이 발생한다. 세포 간 전달물질은 주변 치주조직이나 피부세포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각각 치주질환 또는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매개가 되는 신호전달물질은 유전적인 원인에 영향을 받게 된다.
후성유전학은 유전자(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기능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습관, 운동,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세포 안의 유전정보에 영향을 끼치고, 세대를 거쳐 유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영단 교수는 후성유전학 관점에서 치주질환과 피부질환(건선)의 관련성을 설명했다. 건선과 치주질환 모두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흡연, 음주, 잘못된 식습관 등이 환경적인 공통요인이 된다. 환경적 요인의 차이는 세포반응과 면역반응에 차이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치주질환이나 피부질환의 발현에 개인차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흡연은 염증을 쉽게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잇몸 건강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스케일링 및 구강검진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성태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잇몸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건강한 잇몸을 위한 3.2.4 수칙의 배경을 설명했다. 3.2.4 수칙은 △하루에 세 번 이상 칫솔질 △1년에 두 번 스케일링 △치아 사이사이 치간칫솔질 하기 등으로 치주학회가 만들었다.
김 교수는 연 1회 스케일링 보험 적용 대상을 만 15세 이상으로 확대할 것, 만 4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한 연 2회 스케일링 보장과 같은 정책을 제언했다. 구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과 잇몸병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40대 이후 연령층의 잇몸병 예방과 조기 치료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