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계열 항암제 전문 개발사인 미국 워싱턴주 보텔(BOTHELL)의 생명공학기업 시젠(Seagen 옛 시애틀제네틱스, 나스닥 SGEN)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한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올해에 성사된 인수합병(M&A)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화이자는 시젠 주식을 거래일 종가(172.61달러)보다 32% 높은 주당 229달러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시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서 승인받은 12개의 ADC 의약품 중 4개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8월 호지킨성림프종 치료 항체약물결합체(ADC) 제제인 ‘애드세트리스주’(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 Brentuximab vedotin), 2019년 12월엔 방광암 ADC인 ‘파드셉주’(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 2020년 4월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인 ‘투키사’(Tukysa 성분명 투카티닙 tucatinib)가 FDA 승인을 얻었다. 2021년 9월엔 자궁경부암 ADC 치료제 ‘티브닥’(TIVDAK 성분명 티소투맙 베도틴, tisotumab vedotin-tftv)이 가속승인을 받았다. 이들 4개 품목의 2021년 매출액은 16억달러다.
이 중에서도 주력 제품은 애드세트리스다. 2022년 매출은 8억3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 상승했다.
시젠에 따르면 ADC 항암제, 로열티, 협업 및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2023년에는 지난해 대비 12% 성장한 22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화이자는 공중 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인 암과의 전쟁을 진전시키기 위해 재정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화이자는 시젠과 함께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의 힘과 화이자의 역량 및 전문성의 규모와 강점을 결합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암제는 글로벌 의약품 분야서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서 이번 인수를 통해 화이자가 항암제 분야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단기 재무 목표 달성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데이비드 엡스타인(David Epstein) 시젠 최고경영자는 “화이자와 합병은 시젠의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한 올바른 다음 단계”라며 “이번 계약은 주주들에게 중요하고 즉각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과학 및 환자 중심 글로벌 기업으로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MSD는 2022년 7월초 시젠을 400억달러에 인수할 것으로 보도됐지만, 한달 후에는 인수 비용 때문에 결정이 지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클레이 시걸(Clay Siegall) 시젠 창립자 겸 CEO는 2022년 5월 부인 폭력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임했고 이혼 소송을 밟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영구적인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