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아일랜드의 희귀약 전문기업인 호라이즌테라퓨틱스(Horizon Therapeutics) 인수전에서 밀린 프랑스 사노피가 당뇨병 및 면역매개질환 의약품 개발사 프로벤션바이오(Provention Bio, 나스닥 PRVB)가 개Provention Bio)를 약 29억달러에 인수한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사노피는 프로벤션의 핵심 자산인 1형 당뇨병 치료제 ‘티지엘드’(TZIELD 성분명 테플리주맙 teplizumab-mzwv)를 확보하게 됐다.
티지엘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상 최초의 1형 당뇨병 질환조절제(disease-modifying therapy)이자 면역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해 11월 17일 승인받았다. 8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 2기(Stage 2) 1형 당뇨병 환자의 3기(Stage 3) 1형 당뇨병 단계 진입을 지연시켜 주는 게 이 약의 적응증이다. 이전의 1형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처럼 외인성 치료제가 전부였다.
제1형 당뇨병 3기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당뇨병케톤산증을 비롯한 심각한 건강 위험과 관련이 있고 , 평생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다.
티지엘드는 CD3 표적 항체로서, 현재 3기 제1형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소아 및 청소년 환자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3상 PROTECT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톱라인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용량조절, 제형, 새로운 적응증 획득 등 추가로 개발할 기회가 산적해 있다.
이밖에 프로벤션바이오는 면역매개질환에서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여러 파이프라인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노피는 이번 인수가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면역매개질환과 질병조절 치료에 대한 회사의 성장과 당뇨병 전문성의 교집합이라는 점에서 회사에 전략적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약 6만5000명이 진단받는 3기 제1형 당뇨병 발생을 지연시키기 위해 당뇨병 분야에서의 역량을 활용해 미국과 전 세계에서 티지엘드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계획이다.
사노피는 프로벤션바이오를 잡기 위해 2022년 10월 6일, 티지엘드의 미국 내 공동 마케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2000만달러의 선불 계약금과 티지엘드의 FDA 승인을 전제로 3500만달러 지분투자를 약속했다.
사노피의 올리비에 샤메이(Olivier Charmeil) 전문의약품 총괄 부사장은 “이번 프로벤션바이오 인수는 계열 첫, 계열 최강의 혁신치료제를 지향하는 사노피의 사명과 환자에게 기적 같은 혜택을 제공하려는 목적에 부합한다”며 “프로벤션의 혁신과 사노피의 전문성을 결합해 3기 제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및 면역학 분야에서 기존 파트너십과 보완 작업을 고려할 때 매끄러운 통합과 실행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프로벤션바이오의 애슐리 팔머(Ashleigh Palmer)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사노피와 프로벤션바이오는 공동 프로모션 계약에 따라 티지엘드의 미국 출시 초기 동안 의료제공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키는데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며 “사노피는 면역학에 대한 글로벌 전문성을 갖고 노력해온 이상적인 인수자로서 우리의 혁신적인 치료제가 최대한 빨리 보다 많은 환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노피의 프로벤션바이오 인수는 올해 2분기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로벤션바이오는 1형 당뇨병 환자 수가 많은 질병이라는 점, 그래서 시장성이 넓다는 점에서 2023년도 유망 피인수 대상 기업 톱10에 올라와 있었다.
사노피는 작년 12월, 호라이즌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 위해 미국 암젠과 경쟁했으나 결국에는 278억달러를 제시한 암젠에게 빼앗기는 고배를 맛봐야 했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릴리는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티어제파타이드 tirzepatide),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프리필드펜’(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관망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조급함이 프로벤션바이오를 인수하게 된 배경이 됐다.
사노피는 2019년 12월 당시, CEO에 오른 지 석 달밖에 안 된 폴 허드슨 사노피(Paul Hudson) 회장이 당뇨병 및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R&D를 중단하고 제2형 당뇨병에 대한 GLP-1 수용체 작용제 주1회 주사제인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의 출시 준비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한미는 물론 사노피 안에서도 충격을 줬다. 따라서 이번 사노피의 프로벤션바이오는 당뇨병에서 현재 내로라할 제품군이 인슐린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 당뇨병 시장으로 회귀하는 형국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뇨병 전문제약사 3강은 릴리, 노보노디스크, 사노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