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노피와 스웨덴 제약기업 소비(Sobi, Swedish Orphan Biovitrum AB)의 혈우병 A 신약후보물질인 ‘알투비요’(Altuviiio 성분명 에파네스옥토코그 알파, efanesoctocog alfa, Fc-VWF-XTEN Fusion Protein-ehtl)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출혈 에피소드의 일상적인 예방, 출혈 조절을 위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치료, 청소년 및 성인 A형 혈우병 환자들의 수술 전‧후 관리 등의 적응증으로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알투비요는 계열 최초, 지속형 제8혈액응고인자 대체요법제 재조합 항혈우병인자 단백질이다. 주 1회 투여로 주중 대부분의 기간에 혈액응고인자의 활성이 정상(평균 40% 이상)~정상에 가깝게 유지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A형 혈우병 치료제이다. 투여 7일째에는 15%선으로 떨어지긴 하나 이 정도만 돼도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
FDA는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된 3상 ‘XTEND-1’ 임상시험의 자료를 근거로 허가를 결정했다.
임상시험에서 출혈 예방을 위해 알투비요를 주 1회 투여한 결과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에서 출혈 발생이 유의할 만하게 감소되면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평균 연간 출혈률(ABR)이 0.71회(0.52~0.97회), 연간 출혈률 중앙값이 0,0회(0.0~1.04회)로 집계됐다.
핵심 2차 평가지표인 선행 치료요법 대비 연간 출혈률 감소 정도는 77%로 이 역시 지표를 충족했다. 추가 자료를 보면 관절 출혈 예방효과가 입증되어 연간 관절출혈률 중앙값이 0회(1분기 0회, 3분기 1회)로 집계됐다. 또 출혈 재발이 나타난 무릎, 발목, 팔꿈치 관절에 대한 치료효과는 100%였다. 알투비요는 양호한 내약성을 나타냈으며, 제 8혈액응고인자를 저해하는 물질은 발현되지 않았다.
이밖에 12세 이하 소아 대상 ‘XTEND-Kids’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중간평가 자료를 보면 알투비요를 26주 동안 주 1회 투여받았던 소아에서 평균 연간 출혈률은 0.5회, 연간 출혈률 중앙값은 0회로 분석됐다. 안전성은 ‘XTEND-1’에서 확보된 자료와 대동소이했다. XTEND-Kids 임상시험의 전체적인 결과는 조만간 열릴 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XTEND-1 임상시험에서 피험자의 10% 이상에서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은 두통과 관절통이었다. 알투비요의 권고용량은 성인이나 청소년, 예방이나 치료 목적에 상관없이 주당 1회, 50 IU/kg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의대 소아과 부교수인 린 말렉(Lynn Malec)은 “이번 승인은 혈우병 커뮤니티에 중요한 임상적 발전을 의미한다”며 “매주 한 번 투여로 더 높은 수준의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달성할 치료 옵션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내내 높은 수준의 인자 활동을 유지하는 덕분에 환자는 에파네소옥토코그 알파의 출혈 방지 효과를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의 연구개발 총괄 및 최고의학책임자인 앤더스 울만(Anders Ullman)은 소비를 대표해 공동 개발 파트너인 사노피가 이 위대한 성과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며 “전세계 혈우병 A 환자에게 중요한 새로운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양사 간 협력의 주요 이정표”라고 말했다. 알투비요가 혈우병A 치료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환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양사는 의미를 부여했다.
A형 혈우병은 평생토록 지속되는 희귀 혈액장애의 일종으로 혈액을 적절하게 응고시키는 능력이 손상돼 과도한 출혈과 관절 자연출혈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관절손상 및 만성통증, 삶의 질 저하로 고생하게 된다.
혈우병의 중증도는 혈액 내에서 혈액응고인자의 활성도로 평가하지만, 출혈 위험성과 혈액응고인자의 활성도 사이에는 부정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알투비요는 높은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출혈 위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증한 최초의 의약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FDA는 2022년 8월 30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앞서 2022년 5월에 8인자 억제제로는 처음으로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FDA는 또 에파네스옥토코그 알파를 2017년 8월에 희귀의약품, 2021년 2월에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했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중 유럽에서 알투비요의 XTEND-Kids 자료가 완성되면 XTEND-1 자료를 동봉해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6월 이 약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사노피는 미국 시장에서 오는 4월 알투비요를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는 유럽, 북아프리카, 러시아, 대부분의 중동 시장 등에서 최종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갖고 있고, 사노피는 북미와 기타 전 세계 지역에서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사노피 개발 부문 글로벌 총괄 겸 최고의학책임자 디트마르 베르거(Dietmar Berger) 박사는 “관절출혈은 이동성 제약과 만성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알투비요의 장기적인 효과가 왜 핵심인지를 말해준다”고 밝혔다.
알투비요는 XTEND-1 3상 임상에서 기존 혈액응고인자 예방약에 비해 우월성을 입증했다. 이 임상에서 혈우병 A 환자들은 “자신의 치료를 많은 부분 주도하게 됐다”며 “더욱이 임상연구는 환자들이 일지에 기록한 연간출혈률로 결정됐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의 관점을 반영한다”고 베르거는 전했다.
혈우병 A는 연간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 이상이라고 베르거는 말했다. 사노피는 자사의 오래된 ‘엘록테이트주’(Eloctate 성분명 에프모록토코그 알파 efmoroctocog alfa)의 시장을 로슈의 ‘헴리브라피하주사’(Hemlibra 성분명 에미시주맙, Emicizumab)가 잠식하기 전까지 호황을 누렸다.
헴리브라는 혈액응고 제8인자의 혈액응고 작용기전을 모방해 혈액응고 제9인자와 제10인자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기술을 적용한 혁신신약이다. 이렇게 되면 혈액응고 캐스케이드(cascade)가 일어나 출혈반응을 멈출 수 있다. 엘록테이트나 알투비요가 인자치료(factor therapy)라면 헴리브라(항체치료제)나 호주 CSL이 벨기에 유니큐어(UniQure)로부터 2020년 6월 인수한 혈우병 B(혈액응고 9인자 결핍) 치료제인 ‘헴제닉스’(Hemgenix: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 etranacogene dezaparvovec, 유전자치료제)는 비인자치료(non-factor therapy)에 속한다.
투자분석기관인 ODDO BHF의 애널리스트들은 알투비요의 매출이 연간 13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사노피와 소비와 협력하기 전, 소비는 미국 바이오젠과 엘록테이트를 공동 개발하고 주사 빈도를 줄였다고 선전했다. 엘록테이는 짧게는 8시간마다, 길게는 3~5일마다 주사한다. 엘록테이트는 사노피가 2018년 바이오젠에서 분사한 혈우병 전문기업 바이오베라티브(Bioverativ)를 11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사노피의 손에 넘어갔다.
이후 헴리브라가 엘록테이트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또 다른 경쟁자는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승인 시한이 오는 3월 31일로 예정된 바이오마린(BioMarin)의 혈우병 A 유전자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록타비안’(Roctavian, 성분명 발록토코젠 록사파보벡 Valoctocogene Roxaparvovec, 옛 상품명 발록스 Valrox)이다.
사노피는 알투비요가 경쟁 치료제보다 3~4배 긴 반감기 덕분에 경쟁 제품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혈액응고 8인자 제품은 8인자 수치를 높이지만 빠르게 감소하는 게 약점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이틀마다 일상적인 예방 조치를 받아야 한다. 반면 알투비요는 매주 한번만 투여해도 된다.
사노피는 알투비요에서 멈추지 않고 혈우병 A와 B 모두에 대한 비인자치료제로 피투시란(fitusiran)을 개발하고 있다. 피투시란은 소간섭 RNA 치료제(small interference RNA therapy)로서 광범위한 메커니즘으로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0년 12월 10일 치명적이지 않은 혈전증 사고로 3상 임상 도중 환자 모집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