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의 계열사로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Stamford)에 소재한 항암제 전문 제약기업 록소온콜로지엣릴리(Loxo Oncology at Lilly)는 브루톤 티로신 인산화효소(Bruton’s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 계열의 ‘제이피르카’(Jaypirca 성분명 피르토브루티닙 pirtobrutinib) 50mg. 100mg 정제가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얻었다고 2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제이피르카는 이번에 ‘임브루비카캡슐’(이브루티닙) 또는 ‘칼퀀스캡슐’(아칼라브루티닙) 또는 ‘브루킨사캡슐’(자누브루티닙) 등 기존 BTK 저해제를 포함해 최소한 2회 이상 전신요법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는 성인의 재발성 또는 불응성 MCL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제이피르카는 고도 선택적 인산화효소 저해제로서 새로운 결합기전을 활용했으며, 최초이자 유일하게 FDA 승인을 얻은 비공유(non-covalent, 가역적) BTK 저해제다. 기존 BTK 저해제가 통하지 않는 외투세포 림프종 환자에서 BTK 저해 경로를 재구성하고(reestablish), 그 효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즉 임브루비카 등 기존 BTK억제제는 BTK의 시스테인-481(c481) 결합 부위에 공유결합해 B세포 수용체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 반면 제이피르카는 c481와 무관하다. 기존 BTK 저해제가 공유결합으로 인해 c481의 돌연변이가 발생, 내성을 초래함으로써 불응성 또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나 제이피르카는 c481에 의존적이지 않고 BTK 표적에 더 선택적으로 작용해 치료제 내성과 불응성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피르카는 라벨 공개, 단일군, 글로벌 1/2상으로 진행된 ‘BRUIN’(NCT03740529) 임상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허가를 얻었다. 323명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소림프구성백혈병(SLL), MCL 환자를 대상으로 2상 권장용량을 1일 200mg으로 정한 이후 투약이 이뤄졌다.
이 임상에서 120명의 MCL 환자에게 종양이 진행되거나, 독성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제이피르카 200mg을 1일 1회 복용케 했다.
중추신경계 림프종 환자, 동종이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키메라 항원수용체(CAR) T세포 치료제로 최근 60일 이내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환자들은 피험자에서 제외했다. 피험자들은 앞서 3회(중앙값)에 걸쳐 치료받았고, 이 중 93%는 2회 이상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전체 피험자는 기존 공유(covalent) 결합 BTK 억제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었다. 피험자의 83%는 불응성 또는 진행성 종양을 나타냄에 따라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BTK 저해제의 사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유효성은 사외평가위원회(IRC)가 ‘2014년 루가노 지표’를 적용해 도출한 객관적반응률과 전체반응기간으로 평가됐다. 객관적반응률은 50%(60명)이었다. 완전반응은 13%(15명), 부분반응은 38%(45명)이었다. 치료반응 발현에 걸린 기간은 중앙값 1.8개월(0.8~4.2개월)이었다. 반응유지기간 중앙값은 8.3개월(5.7~미도출), 6개월차의 반응유지기간 해당자 비율은 65.3%였다.
BRUIN 임상시험에서 전체 안전성 분석은 단일제로 제이피르카 200mg을 매일 복용한 총 583명의 혈액종양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환자의 20% 이상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은 호중구 수치 감소, 헤모글로빈 수치 감소, 혈소판 수치 감소, 피로, 근골격계통증, 림프구 수치 감소, 멍, 설사 등이 보고됐다.
제이피르카의 MCL 환자 대상 안전성은 128명을 대상으로 평가됐다. 환자의 36%가 6개월 이상의 이상반응에 노출됐다. 10%는 1년 이상 이상반응을 보였다. 투약으로 인한 치료 영구중단, 치료 일시 중단, 투여량 감량 비율은 각각 9%, 32%, 4.7%였다.
제이피르카의 사용설명서에는 감염증, 출혈, 혈구감소증,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 2차 원발성 악성종양, 배아-태아 독성 등에 유의토록 하는 주의‧경고사항이 표기된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MD앤더슨암센터의 마이클 왕(Michael Wang) 림프종‧골수종 담당 교수는 “임상시험 자료를 보면 제이피르카는 선발 공유 결합 브루톤 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에서 도출된 효능 유지기간을 연장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시사됐다”며 “공유 티로신 인산화효소 저해제를 사용한 이후의 단계에서 제이피르카가 BTK 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치료대안으로 자리잡으면서 재발성‧불응성 MCL 환자를 위한 치료 패러다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록소온콜로지의 야콥 판 나르덴(Jacob Van Naarden) 대표는 “공유 BTK 저해제를 포함한 치료제들을 사용해 치료한 이후에 BTK 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유익성을 재확립할 수 있는 새로운 MCL 환자용 치료대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에피르카는 릴리가 2019년 록소온콜로지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품목으로 개발명은 LOXO-305다. 현재 확증임상이자 적응증 추가를 염두에 둔 BRUIN MCL-321 3상(NCT04662255) 임상을 진행 중이다. CLL, SLL, MCL 환자의 2차 치료제로서 임브루비카, 칼퀀스, 브루킨사 투약군과 직접적인 효과를 비교하고 있다. 임상 완료 시점은 2025년이다.
비공유 결합 BTK억제제로 임상단계에 개발이 다른 신약후보물질로는 미국 머크(MSD)의 넴타브루티닙(Nemtabrutinib/MK-1026/옛 ARQ-531)이 거의 유일하다. 릴리와 비슷한 시기에 MSD가 아큘(ArQule)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파이프라인으로 현재 2상(NCT04728893)이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 소재 서네시스파마슈티컬스의 베카브루티닙(Vecabrutinib, SNS-062), 로슈의 페네브루티닙(Fenebrutinib, GDC-0853, RG7845) 등 신약후보물질은 효과 부족 및 부작용 등을 이유로 모두 B세포 악성종양 관련 임상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