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위치한 혈액암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인 TG테라퓨틱스(TG Therapeutics, 나스닥 TGTX)가 개발한 ‘브라이엄비’(Briumvi, 성분명 우블리툭시맙, ublituximab)가 재발성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28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브라이엄비는 성인에서 임상적독립증후군(경증), 재발이장성 질환(再發弛張性, 재발-완화 반복), 활동성 2차 진행성 질환을 포함하는 재발형 다발성경화증(relapsing forms of multiple sclerosis, RMS)에 대한 치료제로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세포를 공격해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신경질환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미국에는 40만명의 환자가 존재한다. 이 질환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브라이엄비는 이번에 3가지 유형에 대해 적응증을 획득했다.
임상적 단독증후군(clinically isolated syndrome, CIS, 임상적독립증후군) : 1~2회 정도 증상의 재발과 회복을 반복한 후, 더 이상 병이 악화되지 않고 가벼운 정도의 장애만 남거나 장애가 전혀 없이 회복된다. 이를 양성(良性, benign) 다발성경화증이라고도 한다. 전체 환자의 10%에 불과하다.
재발-완화성(재발-이장성, 再發弛張性) 다발성경화증(RRMS, Relapsing-Remitting Multiple Sclerosis) : 재발(증상이 악화됨)과 완화(증상이 줄며 악화되지 않음)가 번갈아 나타난다. 증상의 강도가 크게 높아지지는 않는다. 회복 기간이 몇 개월 또는 몇 년 간 지속될 수 있다. 재발은 자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촉발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이며 10년 이내에 2차 진행성으로 진행할 확률이 약 50% 정도다. 25년 이상 지나면 90%에 이른다. 시간이 갈수록 신경 손상이 축적돼 만성 퇴행성질환(2차 진행성)처럼 변한다.
2차 진행성(secondary progressive MS, SPMS): 재발과 완화가 교차되며 점차적으로 증상의 강도가 높아진다. 재발-완화의 주기는 후기로 갈수록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브라이엄비는 항 CD20 단일클론항체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연 2회(24주마다 1회) 투여하고 1시간 만에 투여를 마칠 수 있는 재발형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브라이엄비는 당 변형(glycoengineered) 단일클론항체로서 CD20 발현 B세포의 항원결정기를 표적으로 삼는 면역조절제(억제제)다. 지난해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TG테라퓨틱스로부터 우블리툭시맙의 위탁생산 물량을 늘리기로 공시한 바 있다.
이번 승인으로 RMS를 치료할 수 있는 FDA 승인 항 CD20 단일클론항체는 로슈(Roche)의 ‘오크레버스’(Ocrevus, 성분명 오크렐리주맙 ocrelizumab), 노바티스의 ‘케심프타’(Kesimpta 성분명 ofatumumab 오파투무맙, 코드명 OMB157)를 포함해 3개로 늘어났다. 다만 오크레버스는 1년에 두 번 투여하지만 투여 시간이 2~4시간으로 길고, 케심프타는 피하주사제로서 월 1회 투여한다.
브라이엄비의 투여 스케줄은 1일 차에 4시간 동안 150mg 주입, 15일 차에 1시간 동안 450mg 주입 이후 24주마다 1시간 동안 450mg 주입으로 구성된다.
이번 승인은 ULTIMATE I 및 ULTIMATE 등 2건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들 임상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이중위약, 병행설계, 활성대조군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1094명의 환자가 피험자로 등록됐다.
브라이엄비는 1차 평가지표인 연간 재발률(ARR) 외에 T1 가돌리늄(Gd) 자기공명영상(MRI) 증강 병변의 수, 신규 또는 확대 T2 병변의 수 등을 감소시키는 데 있어 를 감소시키는데 있어 기존 표준치료제인 사노피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오바지오필름코팅정14mg’(Aubagio 성분명 테리플루노마이드, teriflunomide)보다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
ULTIMATE I 및 II 임상시험에서 브라이엄비의 ARR은 0.076, 0.091로 0.1 이하를 보였다. 반면 오바지오는 각각 0.188, 0.178이었다.
ULTIMATE I과 ULTIMATE II에서 브라이엄비는 각각 테리플루노마이드 대비 연간 재발률을 59%, 49% 감소시켰다. 또 T1 가돌리늄 증강 병변 수를 각각 97%, 97% 감소시켰다. 신규 또는 확대 T2 병변의 수는 92%, 90% 감소시켰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상기도감염, 주사부위반응이었다. ULTIMATE I 및 II 시험의 결과는 올해 8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의 로렌스 스타인먼(Lawrence Steinman) 신경과학 및 소아과학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다발성경화증(MS) 치료 환경에서 환자 재발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B세포 치료제(B세포 증식 억제제인 오바지오 및 항 CD20 항체의약품인 오크레버스, 케심프타 등을 지칭) 사용으로 극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며 “효율적인 B세포 고갈을 위해 설계된 새로운 표적 항 CD20 제제인 우블리툭시맙을 평가한 ULTIMATE I 및 II 시험은 재발형 MS 환자에서 연간 재발률을 0.10 미만으로 낮춘 항 CD20 단일클론항체 사상 첫 번째 3상 임상시험으로 MS 연구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승인은 MS 환자에게 훌륭한 소식이며 시작 용량 후 1년에 2회 1시간 주입으로 투여할 수 있어 환자에게 추가적인 이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매력적인 치료 대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TG테라퓨틱스의 마이클 와이스(Michael S. Weiss)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의 중요성을 믿고 있고 브라이엄비의 프로파일이 환자와 의사에게 독특한 속성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MS 환경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갖춘 강력한 영업팀을 구축했고 2023년 1분기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브라이엄비 승인에 힘입어 TG테라퓨틱스는 PI3K(phosphatidylinositol-3-kinase) 억제제 계열의 림프종 치료제로 승인받은 개발한 ‘유코닉’(Ukoniq, 성분명 움브라리십, umbralisib)이 올 4월 사망위험 증가라는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자진 철수한 타격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주식투자자문기관인 제프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호워튼(Chris Howerton)은 브라이엄비의 약값이 환자 당 연간 3만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고로 로슈의 오크레버스는 연간 약가가 5만5000~6만8000달러 수준이다.
미국의 유효성 대비 약가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민간 비영리기관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는 지난 21일 바이오젠 및 에자이의 α4β1-integrin에 대한 IgG4 인간화 재조합 단일클론항체로 ‘티사브리주’(Tysabri 성분명 나탈리주맙 natalizumab), 오크레버스, 케심프타 등의 약값이 연간 1만6500~3만4900달러선이면 비용 대비 효율성의 공통 임계치(적정 최저가)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티사브리의 경우 현재 연간 약가가 10만달러를 웃돈다.
따라서 브라이엄비의 약가가 오크레버스의 5만5000달러에 근접시키려는 비용효율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우블리툭시맙의 이점을 이들 기존 단일클론항체 다발성경화증과 견줄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ICER은 우블리툭시맙이 바이오젠 및 에자이의 ‘텍피데라캡슐’(Tecfidera, 성분명 디메틸푸마레이트, dimethyl fumarate), S1P 조절제인 노바티스의 ‘길레냐’(Gilenya, 성분명 핀골리모드 fingolimod),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의 ‘제포시아캡슐’(Zeposia, 성분명 오자니모드 ozanimod), 한국얀센의 ‘폰보리정’(PONVORY, 성분명 포네시모드 ponesimod) 등과 비교해 연간 재발률 감소, 장애 진행 억제 측면에서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고 단서를 붙였다. 따라서 우블리툭시맙이 5만5000달러를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1만6500~3만4900달러에 책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바이오젠의 텍피데라는 연간 약가가 2700달러로 매우 저렴하다.
우블리툭시맙의 FDA 승인 소식에 힘입어 TG테라퓨틱스 주가는 27일 종가 7.82달러에서 28일 최고가 10.34달러로 급등했다가 8.46달러 종가로 마감했다.